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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 Travel Notes, 개정판
이병률 지음 / 달 / 2010년 7월
평점 :
정말 예쁜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이병률 작가님의 <끌림>.
이번에 리커버로 색다른 제본형태로 만날 수 있게 되었어요.
항상 사진들이 너무 예쁘고 느낌 있다고 생각한 책이었는데, 이번에 독특한 이음새의 제본 덕분에 사진들의 매력이 더욱 부각되는 것 같아 너무 좋아요.
그럼 <끌림>은 어떤 책일까요
제
가 처음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고삼 학생 시절, 학원으로 가야할 발걸음을 대형서점으로 돌린 일탈적 결정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날 서점의 판매대에 놓여있는 끌림의 표지를 보고, 제목과 사진, 글의 온도를 느끼고 이 책을 읽으면 오늘 조금 더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끌림은 여행에 관한 책이면서도, 일탈적인 여행의 앞뒤를 받쳐주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 대한 그리움, 외로움, 기대감과 설렘을 모두 포용하고 있어요
그래서 마음을 가득 채우는, 그런 책입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이고
소망을 담고 있어요
끌림의 서문에는
"내가 걸어온 길이 아름다워 보일 때까지
난 돌아오지 않을 거야."
라는 문장이 적혀있습니다.
이 문장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떠올릴까요?
저는 열심히 매일 새로운 아침을 맞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오늘의 우리가 떠오릅니다.
매일 자신의 몫을 다하고 사랑을 나누고 따뜻하고 충만한 순간들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는 힘들고 지치고 외로운 시간들도 묵묵히 견뎌내곤 합니다.
일상이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감과 신성함은 우리의 그러한 노력에서 일견 비롯되고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런 어려운 시간들 사이사이에 아름다운 노랫말 같은 이야기들을 하나씩 놓고 싶습니다.
<끌림>이 소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그런 이야기인 것 같아요. 우리를 울고 웃게 하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야기들요.
그럼 지금부터는 이 어여쁜 책 속, 제가 특히 아끼는 이야기들을 몇 가지 소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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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셋, 멕시코 이발사
기분이 어딘가 상한 날의 끝에 하루를 되돌아보면 어떤 경로로든 나의 자존심이 다치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이 나의 잘못 때문이든, 혹은 누군가의 탓인가를 논하기보다, 그저 어떤 사건으로 말미암아 나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게 된 일이 있었던 것이죠.
그러면, 상처입은 자존심을 적절히 회복 시켜줄 위안 혹은 여유가 필요합니다.
멕시코의 이발사 아저씨 이야기가 제게는 좋은 이야기가 되어주었습니다.
손님에게 어떤 향기가 나는 비누로 머리를 감겨줄 것인지 묻는 이발사 아저씨의 배려심은
지구 반대편에 사는 저에게도 따뜻한 울림을 전합니다.
그 배려를 받았던 작가님의 하루가 참 따뜻했겠다는 부러움도 생기지만,
한편으로는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친절함을 베풀어야겠다는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요.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를 주고받는 선순환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 열하나, 어쩌면 탱고
아르헨티나에서 탱고 공연을 보고 나온 날, 작가님은 탱고 학교에 가봐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생각으로 멈추지 않고, 직접 두 발을 움직여 실행했습니다.
탱고는 혼자 추는 춤이 아닙니다. 파트너와 함께 호흡을 맞춰 춰야만 하는 춤이지요.
그러다보니 탱고를 처음 접하는 초보자라면 스텝이 엉켜 상대의 발을 밟게 되는 일도 빈번합니다.
민망해질 수 있을 찰나,
[잘못하면 스텝이 엉키죠. 하지만 그대로 추면 돼요.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지요]
라고 적힌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라면 그때 비로소 긴장과 미안함으로 굳은 표정을 펴고, 편안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스텝이 엉키면 엉키는 대로, 그대로 추면 된다는 말은
특유의 여유로움과 흥겨운 탱고 정신을 반영하고 있어요. 가끔 너무 긴장하고 힘들어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면
탱고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즐거운 휴식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스물여덟, 소파에 눕다, 구르다, 끄적이다
공간은 파리의 전철역과 혼자 사는 여인의 아파트
등장인물은 남자와 여자
남자는 말을 하지 못하고 아주 어려서 한국을 떠나 프랑스로 입양되었다
여자는 앞을 보지 못하는 프랑스 여자이다
둘은 지하철 역에서 만나 서로의 결핍을 잠시 채워주고
슬픔을 알아봐주는 인연을 가지게 된다.
스치는 인연이지만, 그렇게 만났다가 또 차를 마시고 헤어진다.
나는 이 이야기를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이야기 쉰다섯, 중심으로
두 여인이 인도로 여행을 떠났다.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다.
그 둘은 함께 두 달 간의 여행을 계획하는 설렘으로 가득한 달큰한 시간을 함께했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는 비행기 속 나란히 앉은 두 사람.
한 명의 친구가 어렵게 말을 꺼내, 우리 여행하는 동안 각자의 길을 가보는 것을 제안한다.
다른 한 명은 당황한 마음을 숨기고 그 제안에 동의한다. 기내 화장실에 들어가 몰래 울기도 했다.
그러나 두 달 간의 여행 동안 둘은 각자 후회없는 길을 걷고, 더 많은 것을 보았다.
힌두교도의 말 중에는 '중요한 것은 우주를 한바퀴 도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중심을 한 바퀴 도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중요한 것은 '중심'이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겪고, 무엇을 이해하는지의 핵심은
항상 '중심'에 있다."
생각이 많아지는 이야기다. 여행과 일상, 영원한 것과 일시적인 것, 근원적인 것과 표면적인 것들에 대해
조금 오래 생각해보아도 될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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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당신도 그 속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