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용서해야 하는가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지음, 원마루 옮김 / 포이에마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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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과 마음이 힘든 날이면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몇 달 동안 지속되면서 점점 심해져 손바닥만한 두드러기가 온 몸을 뒤덮었다. 아토피에 우유 알러지가 있는 아기에게 모유를 계속 먹여야했기에 약을 쓰지 못했다. 

  시매부님에게 폭언을 듣고 난 후부터 두드러기가 시작되었다. 남편과 시누이 언니가 사과를 요청했지만 잘못한게 없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어머니는 안타까워하시며 나를 많이 걱정해주셨다.

  두드러기가 심하게 올라 잠을 잘 수 없는 날이면 분노가 함께 나를 덮었다. 그리고 가혹했던 비난의 말들이 계속 떠올랐다. 사과를 받고 싶었다. 사과를 받아야지만 이 지긋지긋한 두드러기가 나를 떠나갈 것 같았다.

  아토피가 있는 아가도 잠을 잘 때면 간지러워 깰 때가 많았다. 어느날 밤 쌔근쌔근 자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이 아이가 잘 잘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시누이 언니에게 상처를 떠올리기보다 진심을 믿기로 했다고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보내는 순간까지도 고민은 계속됐다. ‘다음에 얘기해도 되지 않을까?’ 미루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신기하게도 문자를 보낸 이후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한 달 정도가 지난 지금까지 다행히 두드러기도 나지 않았다.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의 “왜 용서해야 하는가”, 이 책을 조금만 더 빨리 만났더라면 분노로 차오른 내 마음이 내 몸까지 통제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지금이라도 만나서 다행이다. 용서는 한번이 아니라 평생 계속되어야하니까.

  “그 사람들이 한 일은 용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죄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건 예수님만이 하실 수 있죠(p67)”

  “척추에 박힌 총알보다 가슴속에서 자라는 복수심이 더 끔찍하다.(p219)”

  “용서하는 힘을 계발하고 유지해야한다. 용서할줄 모르는 사람은 사랑할줄도 모른다.(p69)”

  내 속에 자라는 끔찍한 마음을 직시하고, 예수님의 자리에서 죄를 심판하려는 오만함을 인정하고, 계속해서 용서하는 힘을 키우고 실천하려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때때로 용서하기 힘들 때는 이 책을 다시 펼쳐야겠다. 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많은 용서의 이야기들이 ‘함께 가자’고 내 등을 부드럽게 토닥여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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