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장과 고대 근동 우주론
존 H. 월튼 지음, 강성열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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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원제는 고대 근동 우주론으로서의 창세기 1’(Genesis 1 as Ancient Cosmology)이다. 핵심은 창세기 1장을 탐구하는 일이고, 그 과정에 고대 근동의 문헌의 자료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그들이 받아들인 사실이 무엇이었을지 추적하는 과정의 연구임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머리말에서 소개하기를, 저자인 월튼은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에게 20년간 창세기 1장을 가르쳐왔고, 과학자로 훈련받은 아내와 창세기 1장과 과학적 접촉점에 관한 대화를 일상적으로 나누어왔지만 많은 부분에 있어 서로 연결되지 못한 채 남아 있었고, 1998년 가을, 창세기 1장을 본문으로 히브리어 주해를 하는 수업 시간에 얻은 통찰을 통해 그동안 본인을 포함한 수많은 학자들이 수십 년 동안 되풀이 했던 주장을 뒤집을 관점을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가설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저술과 창세기와 고대 근동 문헌 간의 비교 연구를 통해 탁월한 업적을 세운 신학자이다.

 

  고대 근동 문헌에서는 신들이 단지 창조세계를 조직하고 배열하는 데 그치는 반면에, 창세기 1장에서는 하나님이 무엇인가를 만들고 계셨다는 견해는 하이델(Heidel)이 제안하여 저자를 포함한 수많은 학자가 수십 년 동안 되풀이해왔던 전통적인 견해라고 한다. 그러나 월튼은 이 주장을 뒤집는 관점을 제시한다. 이 관점은 창조를 물체들이 아닌 기능들을 매개로 하여 생각해야 한다는 개념으로부터 시작한다.

 

  월튼은 그들의 세계관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세계관을 주입하지 않아야 함을 주장한다. 따라서 성경 본문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꾸준히 발견되고 분석되어 축적되고 있는 고대 문헌의 도움을 받아야 함을 지적한다.

 

  월튼 본인이 책의 마지막 결론 부에서 밝히는 이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창세기 이야기는 물질 기원보다는 기능기원에 속한다.

- 신전 이데올로기가 창세기 우주론의 기초를 형성한다.

 

  혹시라도 이 책이 어렵다고 느껴지거나, 나와 같이 그간 접해보지 않은 영역의 독서에 처음 도전하는 독자라면 저자가 말하는 이러한 연구의 결론, 즉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을 염두에 두면서, 이 책의 1장과 5장을 자세히 읽고, 어떻게 결론을 도출해 내는지 과정을 살피며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월튼의 노력과 그 수고를 통해 이루어낸 학문적 성과는 결코 적지 않다. 방대한 양의 고대 근동 문헌과 그와 관계된 자료들을 살펴보고 연구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간 들인 노력과 이루어낸 성과는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나는 이 서평에서 책을 읽는 내내 계속 고민했던 문제를 나누고자 한다.

  나는 월튼이 주장하는 바, 창세기 1장에서 하나님의 창조가 무에서 유로 창조되었음을 설명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온 우주 만물의 물질적 기원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에 대해서 모호한 채로 마치는 것에 대해서 아쉬움을 느꼈다. 창세기 1장의 창조가 물질적 창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기능적 창조라는 결론을 내리고 끝을 맺는 것이 나에게는 혼란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창세기뿐만 아니라 성경 전체가 원독자(Original reader)의 입장에서 본문을 읽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곧 그들의 인지 환경 속에서 본문을 대해야 한다는 월튼에 주장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 창세기 본문은 현대의 독자들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일차적으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어진 책이기에 그 역사적·문화적인 배경을 고찰하는 것이 성경해석학적으로 중요한 방법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정경적·신학적인 점검도 필요하다. 정말 성경 전체의 문맥과 흐름에서 과연 그러한가하는 점검이 필요한 것이다.

  사실 성경에서 창조에 대한 진리를 다루는 본문은 창세기 1장 외에도 잠언 8:22-31을 비롯해 욥기, 전도서와 이사야서에도 있다. 특별히 시편에는 창조에 관한 노래가 많다. 8, 19, 33, 48, 65, 90, 95-100, 104, 121, 144, 146-150편 등이 창조에 관해 노래하고 있다. 이러한 성경 전체의 언급은 분명히 하나님이 온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분이라고 선언한다. 이 때의 창조는 월튼의 연구 결과와 같이 기능적인 창조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물질적인 창조는 과연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월튼은 우리 자신의 세계관을 주입하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그들의 세계관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관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에 나도 동의한다. 그러나 고대 세계에서 창조 활동의 본질이 질서와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었다고 할지라도, 고대 이스라엘의 세계관이 갖는 독특함이 있을 수 있다는 여지를 차단해버린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유감이다.

  우리는 역사적·문화적 관점을 통해서 본문을 보아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정경적·신학적 관점을 통해서 성경 전체의 문맥을 통합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생각해볼 때, (내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월튼은 창세기 1장에 집중한 나머지, 성경 전체의 큰 흐름은 놓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창세기 1장이 물질적 기원을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결론에서 더 나아가 조금 더 보충된 설명을 제공해주었으면, 적어도 가능성을 열어놓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내비쳐본다.

 

  창조-타락-구속의 성경적 진리는 불가분리의 관계이다. 창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타락과 구속의 의미 또한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창조에 대한 일반적인 무지는 여러 가지 비성경적인 사고를 수용하는 원인이 될 수 있기에 나는 창조에 관해 더 많이 공부하고 생각하며 고민해야 할 필요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말하는 이 연구의 파급효과는 다음과 같다.

- 지구의 나이, 창세기와 과학의 관계, 진화와 지적 설계와 관련된 성서 본문의 해석, 공적 과학과 교육의 형성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는 공적 논의와 논쟁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이다.

- 성서 연구의 측면에서는 인지 환경에 관한 연구와 지식이 성서 해석학에 가져다줄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뿐 아니라, 비교 연구가 어떻게 생산적인 방식으로 우리의 이해를 증진시켜주는 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데도 기여한다.

- 더 나아가 이 책에서 제시한 몇 가지 발견이 성서의 창조 신학을 확립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본 내용들을 나누는 간단한 서평을 마치면서 이 서평을 읽는 이들, 특히 저자가 말하는 연구의 파급 효과에 관련된 영역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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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사랑합니다 2020-09-27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윌튼은 물질적 창조는 이미 창세기 1장 전에 이루어 졌다고 전제 되었다고 생각하고 글을 쓴것 같습니다. 고대근동의 타 종교의 창조도 아미 물질적 창조는 신이 아루어 놓았다는 전제 하에 기능적 창조를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