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 평전
톰 라이트 지음, 박규태 옮김 / 비아토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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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 평전, 톰 라이트, 박규태 옮김, 비아토르, 2020.

 

_박이삭

 

 

들어가면서

신학계의 슈퍼스타라고 불릴 만큼(이 표현은 마를린 바틀링, 톰 라이트는 처음입니다만[IVP, 2019]1장 제목으로 붙어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그리고 국내에도 수십 권의 저서가 소개된 바 있는 영국의 신약학자 톰 라이트의 Paul: A Biography(HarperOne, 2018)이 벽돌 같은 신학서적을 다수 번역한 박규태 목사님의 번역으로 비아토르에서 출간되었다. 출간기념으로 비아토르 출판사와 <뉴스앤조이>가 함께 진행하는 서평단 이벤트에 응모했다가 운좋게 선정되어 책을 받아 읽고, 책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개인적인 감상을 몇 자 적어본다.

 

톰 라이트가 본 바울

이 책의 서문 가장 첫 머리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고대 세계의 인물 가운데 지금도 책 속에서 뛰어나와 우리와 대면할 능력을 가진 이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사도 바울은 바로 그런 인물 중 하나다”(12). 최근 톰 라이트의 다른 책을 읽던 중 이와 유사한 문장 하나를 발견했는데, 거기에서도 비슷한 말을 한다. “나는 바울이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또는 세네카와 동등한 지성인이라고 생각한다”(톰 라이트의 바울[죠이선교회, 2012], 18-19). 학생시절 서양고전학을 공부했고, 신학을 공부하기 이전에 먼저 옥스퍼드의 엑서터 칼리지(Exeter College)에서 3년 동안 그리스-로마 고전 문학을 공부해 학사학위를 취득했던 라이트의 학문적 배경을 고려할 때(마를린 바틀링, 톰 라이트는 처음입니다만, 19), 라이트가 바울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톰 라이트의 바울에 대한 관심

라이트는 학문적 커리어의 시작인 박사학위 논문부터 바울과 그의 신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355쪽짜리 박사학위 논문의 제목은 메시아와 하나님의 백성: 로마서의 논의를 중심으로 한 바울 신학 연구”(The Messiah and the People of God: A Study in Pauline Theology with Particular Reference to the Argument of the Epistle to the Romans, 1981)였는데, 그 이후로도 저자 자신이 서문에서 소개하고 있듯이, 언약의 절정(The Climax of the Covenant, 1991/1992), 바울과 하나님의 신실하심(Paul and the Faithfulness of God, 2013; CH북스 역간), 바울을 바라보는 관점들(Pauline Perspectives, 2013), 그리고 바울과 최근의 바울 해석자들(Paul and His Rescent Interpreters, 2015)과 같은 저작들을 통해 바울 신학의 전문적인 학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톰 라이트의 바울 평전의 초점

그러나 이 책 바울 평전에서 라이트는 위의 저작들에서와는 다르게, 평전 저자로서 텍스트 뒤에 자리한 그 사람(바울)을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13). 라이트는 종종 자신을 신약학자 이전에 역사가로 소개하곤 하는데, 이 책에서도 대다수의 역사가들처럼, 자신이 조사하고 탐구하려는 대상과 관계된 모든 증거들을 면밀히 조사하고 검토하여 그 당시의 정황과 맥락을 그려내려고 시도한다. 그렇게 이 책에서 라이트는, “바울의 세계 안에서 격렬히 소용돌이 쳤던 생각과 행동의 흐름을 추적해 보려고 애쓴다(219). 결국 이러한 과정을 통해 라이트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어떤 사건이 바울에게 미친 영향과 그 상황 속에 있었던 바울이 취한 반응을 살피는 것이다. 라이트는 우리가 그것을 올바르게 이해할 때라야, 비로소 세상을 바꿔놓은 운동의 뿌리를 찾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고 말한다(682).

 

개인적인 감상평

개인적으로, 신학책을 읽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문학을 읽는 느낌이 더 강했다. 아마도 평전이라는 장르의 특성이 영향으로 그렇게 느꼈을 수 있겠고, 라이트가 의도적으로 다른 신학자들의 글은 최소한도로만 활용하고, 순전히 역사적 재구성을 위한 일차자료인 바울서신과 사도행전의 기록을 대체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남아 있는 자료의 한계로 이 책에서 라이트는 바울이라는 인물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못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저 라이트는, 그가 할 수 있는 만큼 부지런히 탐구하며 추리하고 논증함으로, 독자들이 바울의 삶과 사상을 추적하는 일에 동참하도록 이끌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대상 독자

이 책을 꼭 목회자나 신학생만 읽으라는 법은 없다. 일반 성도나, 더 나아가 일반 독자들이 읽어도 현대 지성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기독교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바울의 삶과 사상에 관해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적잖이 유익이 될 법한 책이다. 비록 700쪽 가까이 되는 분량의 제법 두꺼운 책이지만, ‘바울이라는 역사적 인물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만한 책이라 생각된다(실제로 2020515일자 한겨레 신문에 성공회 신학자가 복원한 혁명가 바울’”이라는 제목으로 이 책을 소개하는 기사 하나가 실렸다).

 

나가면서

역자와 편집자 모두 베테랑들이신 터라 이 두꺼운 책 가운데서 어색한 부분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또한 딱 한 곳, 279쪽 아래에서 네 번째 줄의 paroxysmos를 잘못 음역한 것 하나 외에는 오탈자를 찾을 수 없었다. 인명과 지명 그리고 용어와 같은 독자에게 꼭 필요한 해설 일부만을 각주로 남겨두고, 나머지 사항은 거의 대부분 미주로 처리하고 있기에 가독성도 좋다.

 

아울러 겉표지를 책과 분리시키면 드러나는 하드커버 표면과 같은 디자인에, 비아토르 로고가 새겨진 Paul’s Note라는 이름의 노트도 책과 함께 사은품으로 들어있다. 30쪽 정도라 얇긴 하지만, 이 책을 읽다가 마음에 와 닿은 문장이나 구절 또는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 감정들을 기록해두는 용도로 쓸 만하다. 표지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를 겉표지 날개 안쪽 하단에 명시해둔 것도 색다르게 보였다.

 

모쪼록 이 책 바울 평전을 통해, 우리와 같이 생각하지 않았던 당대의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봄으로써 바울에 대한 이해의 지평이 넓어지게 되기를 바란다.

"고대 세계의 인물 가운데 지금도 책 속에서 뛰어나와 우리와 대면할 능력을 가진 이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사도 바울은 바로 그런 인물 중 하나다"(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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