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을 위한 서양 철학 이야기 - 신앙과 이성의 만남
크레이그 바르톨로뮤.마이클 고힌 지음, 신국원 옮김 / IVP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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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을 위한 서양철학 이야기, 크레이그 바르톨로뮤, 마이클 고힌, 신국원 옮김, IVP, 2019.

문학, 역사, 철학으로 대표되는 인문학적 소양을 중시하는 이 시대에 조금은 낯설고 어려울 수 있는 서양 철학의 맥과 흐름을 알기 쉽게 짚어가며 소개한다. 기독교의 견지에서, 애쉬와 퍼시라는 가상의 인물 간의 소통 형식을 빌려 내러티브적인 감각으로 철학을 이야기한다.

공저자중 한 명인 크레이그 바르톨로뮤는 성경신학자로, 캐나다 온타리오에 있는 리디머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H. 에반 러너 석좌교수로 철학과 종교, 신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케임브리지 틴데일 하우스에 있는 커비 레잉 기독교 윤리 연구소 소장이다. 최근 국내에 소개된 그의 저작으로 『엑설런트 프리칭』과 『기도의 심장: 누가복음』, 『하나님께 소리치고 싶을 때: 욥기』(이상 이레서원)이 있다. 위의 두 권은 <일상을 변화시키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시리즈의 책임 편집자이기도 하다.
다른 한 명인 마이클 고힌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에서 레슬리 뉴비긴의 선교적 교회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현재는 커버넌트 신학교의 선교신학 교수로 있으며, 공저자인 바르톨로뮤와는 『성경은 드라마다』, 『세계관은 이야기다』에 이어 세 번째로 이 책을 함께 집필했다. 그 외에도 고힌은 알버트 월터스(Albert Walters)와 함께 기독교 세계관을 다루는 고전과도 같은 책 『창조, 타락, 구속』(IVP)을 집필한 바 있다.
고힌에 대한 소개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익히 알려진 신약학자 톰 라이트(N. T. Wright)가 『신약성서와 하나님의 백성』(CH북스)이라는 책의 첫머리에서, 자신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고힌을 통해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것을 드러내어 감사를 표하는 대목을 본 기억이 난다.
그만큼 두 저자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왕성하고 영향력있는 활동을 하고 있으며, 위의 소개한 내용을 통해 성경과 세계관, 철학, 그리고 선교에 대한 그들의 관심이 얼마나 깊은지를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은 이 책의 전반에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기에 소개할 가치가 있다.

머리말에서도 밝히지만, 이 책 『그리스도인을 위한 서양철학 이야기』(Christian Philosophy)는 그 자체로 독립된 책이지만, 함께 집필한 또 다른 책 『성경은 드라마다』(The Drama of Scripture: Finding Our Place in the Biblical Story), 그리고 『세계관은 이야기다』(Living at the Crossroads: An Introduction to Christian Worldview)와 짝을 이룬다고 말한다(11쪽). 특히 애비(Abby)와 퍼시(Percy)라는 두 학생의 메일을 주고받는 이야기가 매 장의 처음과 끝마다 나타나며, 이 두 인물이 메일을 통해 주고받는 이야기를 따라 책 전체가 전개되는 형식을 띠고 있다. 그들에게 이야기라는 내러티브 형식이 얼마나 비중있게 여겨지며, 또한 사용되고 있는지를 몸소 확인할 수 있었다. 성경과 신앙, 세계관이 그렇듯이, 철학 또한 이야기를 통해 전달될 수 있는 내용인 것이다.

먼저 이 책을 대할 때 다음의 사항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이 책을 전개할 때, “체계적인 철학과 철학사에 관한 깊은 관심을 결합”하는 방식을 취한다. 또한 이 책은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철학과 그 역사를 조망한다. 즉, 철저히 기독교적 견지에 입각하여 철학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3부로 총 15장이며, 전체의 내용은 다음과 같은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의 첫 두 장에선 철학이 어떤 가치가 있으며, 왜 철학이 필요한지, 그 필요성을 검토하고(1장), 또한 그것이 신앙과는 어떤 관계가 있으며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살핀다(2장).
이어지는 2부의 일곱 장에서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고대 이교 철학[3장], 그리스 철학[4장], 중세의 종합 철학과 그 이후의 중세[5-6장], 르네상스와 종교개혁[7장], 근대의 초기[8장], 중기[9장], 후기[10장], 그리고 포스트 모더니즘과 우리 시대의 철학[11장]) 어떻게 철학이 전개되어 왔는지 그 과정을 살핀다.
마지막 3부에서는 최근에 기독교 철학계에 부는 르네상스적 바람을 소개하는데, 그 중에서도 현대 가톨릭 철학과 더불어, 기독교 철학 중흥에 기여한 두 개혁주의 기독교 철학자인 앨빈 플랜팅가(Alvin Plantinga)와 니콜라스 월터스토프(Nicholas Wolterstorff)의 작업을 보다 상세히 살펴본다(12-14장). 끝으로는 개혁주의 기독교 철학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네덜란드의 철학자 헤르만 도이어베르트를 필두로 하는 이 철학의 윤곽을 살피며, 그것이 플랜팅가와 월터스토프의 개혁주의 인식론과 어떤 면에서 일치하는지 논증한다(15장).

성경을 드라마와 같이, 세계관을 이야기와 같이 전달했던 저자들은, 다시 한 번 철학을 비슷한 방식으로 들려준다. 그러나 그들은 단지 이론적인 정보, 유용한 개념들을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리스도인의 하나님 앞에서의 삶인 생활 경험을 깊이 있게 만들고자 한다. 그것이 바로 제도적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인격 형성의 역할을 중시하는 개혁주의 사상에 부합하는 학문 활동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 점이 바로 이 책을 다른 여타의 철학 개론서적들과 구분짓게 만드는 지점이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그들의 처한 상황에서 당대의 철학과 깊이 씨름하며 그리스도를 전했듯이, 아우구스티누스가 그러했고, 아퀴나스가 그러했듯이, “진정으로 우리의 문화와 선교적으로 씨름하는 일에 헌신한다면 철학 공부는 필수”(445쪽)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문장과 같이, 진정한 선교에는 문화와 복음의 깊은 만남이 따르기에, 그리스도인은 철학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이 책만한 도구는 또 없을 것이다. 철학 공부는 단지 신대원 입시 과목으로 공부하고 준비해야하는 정도가 아니라, 목회와 사역의 현장에서 복음을 전할 때에도 변증과 선교적 문화 참여, 학문 활동, 그리스도인의 삶을 다루는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으며, 또 몰라서는 안 될 기본적인 소양이라고 할 수 있다.

목회자와 신대원생, 신학교 진학을 준비 중인 예비 신학생, 성경과 세상의 교차로에서 올곧게 살아가기를 희망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유용한 도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아무래도 기독교 철학 전공으로 평생을 연구하며 오랜 시간 총신대 신학과 철학 담당으로 가르쳐온 학자인 신국원 교수가 번역한 책이라 믿고 보는 번역인 건 두 말할 필요 없고, 평생 번역한 책이 4권 남짓한 데, 은퇴 즈음하여 번역을 수락할 정도의 책이라면, 그 책 자체의 내용이 이미 어느 정도 담보되는 셈이다.

여력이 된다면, 공저자가 함께 기록한 앞전의 책들도 함께 읽어보면 저자들의 전해주는 이야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테다. 또한 이 책의 부록으로 담긴 심화독서 목록과 참고문헌을 통해 더 깊은 독서와 연구를 진행해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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