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북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6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지음, 손향숙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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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북

늑대의 손에서 자란 인간 소년 모글리가 자신을 없애려는 호랑이 시어칸과 대적하는 이야기. 그 외 동물들의 단편들이 함께 실려있다.

P28. ‘빨간 꽃’이란 불이었다. 정글에서는 그 어떤 짐승도 불을 불이라 부르지 못했다. 불을 너무도 두려워해서 수백 가지 이름으로 묘사하는 것이었다.

P83. “내 몸값을 대신해준 황소에 걸고 말하는데,” 모글리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건 늑대 무리가 하는 짓과 똑같잖아. 내가 사람이라면 정말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야지.”

디즈니 실사 영화 정글북의 결말이 마음에 들어서 원작을 찾아보게 되었다. 원작은 모글리 이야기 3부작과 그 외 동물들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책 뒷표지의 아동문학과 동물문학의 진수라는 홍보문구가 뇌리에 남아 기대를 갖고 읽었지만 나로서는 위 문장에 온전히 공감하기 어려웠다. 동물문학의 진수임에는 동의하지만 아동문학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꺼림칙했기 때문이다. 아동문학 치고는 주제가 권선징악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느낌이 강해서 였다. 자신보다 약한 아이를 해치려는 시어칸, 그리고 그런 시어칸에 맞서 소를 이용해 반격하는 모글리.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에 대한 구분 없이 힘의 우위에 있는 자가 살아남는 곳이 정글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모글리가 시어칸을 죽이고 가죽을 벗겨 가져가려는 모습에서는 힘을 과시하려는 욕망이 엿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원작 소설에서는 아이의 순수함과 종을 넘어선 화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모글리 3부작에 대한 감상이다. 아이의 천진난만함과 정글 생활의 즐거움 등을 보고 싶다면 소설보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나 실사 정글북을 추천하는 바이다.

그 외 단편들도 나쁘진 않았지만 개운함이 없다는 게 키플링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단편 <햐얀 물개>의 주인공은 물개들 중 최초로 하얀색으로 태어난 물개의 모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하얀색으로 태어나 무리에서 배척 받는 내용이 아닌 그들과 다름을 강조하면서 앞장서서 그들을 낙원으로 인도하는 구원자로 등장한다. 인도가 영국의 지배를 받고 있던 당시대를 생각하면 이 이야기가 백인우월주의를 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할 것이다.

용맹하게 코브라와 맞서 싸운 몽구스 이야기, 신비로운 밤 코끼리들의 춤을 보게 된 코끼리 몰이 소년 리틀 투마이 이야기도 흥미롭다. 마지막 여왕 폐하의 신하들의 경우 전쟁에 참여하는 동물들이 모여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이야기는 지루하지만 전쟁을 동물의 시각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은 신선하다. 하지만 끝에 가서 여왕 폐하를 중심으로 한 수직적 명령 관계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며 작가가 지닌 식민지배에 대한 우호적 관점에 씁쓸함을 감추기 어려웠다.

정글북을 계기로 작가의 다른 작품인 <킴>도 읽어보려고 했으나 작품에 녹아든 작가의 가치관에 회의감이 생긴다. 킴을 읽을 지 말 지 조금 더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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