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쇼 하이쿠 선집 - 보이는 것 모두 꽃 생각하는 것 모두 달
마쓰오 바쇼 지음, 류시화 옮김 / 열림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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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쇼 하이쿠 선집

바쇼의 작품 1100편 중 350편을 골라 창작 순으로 나열한 책. 그가 지나온 인생을 따라 그의 인생관이 담긴 하이쿠를 해설과 함께 즐길 수 있다.

민음사의 <바쇼의 하이쿠>와 달리 창작 순으로 실려 있어 하이쿠 시인 초기에서 말기 순으로 바쇼의 가치관에 따라 작품이 변하는 걸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초기와 후기의 작풍이 상반된 느낌이 강해 이를 더 잘 느낄 수 있었는데, 작품을 읽어보면 초기는 한시나 와카를 패러디하거나 기존의 미의식에 순응하는 작품을 많이 쓴 반면, 후기로 갈수록 일상에서 소재를 찾는 가루미(軽み)의 가치관과 기존의 가치관 혹은 미의식을 깨뜨리는 작품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초기 작품에는 여러 가지 기교도 사용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보충설명이 잘 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다만 즐기기 위해서는 일본어를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초기 작품을 읽을 때 민음사 책에서 읽은 작품들과 하나도 겹치지 않아서 의아했는데 후기로 갈수록 작품이 겹치는 걸 보고 민음사 책은 바쇼의 작풍이 확립된 작품들 중에서 골라 실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비슷한 취지의 책을 연달아 읽다 보니 양쪽을 자꾸 비교하게 되는데 주관적으로 두 권 다 장단점이 뚜렷해서 어느 것이 낫다고는 못하겠다. 민음사의 경우 일단 얇아서 읽는 데 부담이 적다. 그리고 하이쿠 작품의 특징인 ‘계어’를 기준으로 작품을 나눠놨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그 이유가 시작부터 하이쿠의 핵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열림원의 경우 민음사에 비해 작품 수가 많아 살짝 부담스럽긴 하지만 바쇼의 작품관을 이해하는 데에는 많은 도움이 된다. 초기 작품을 통해서는 기존 하이쿠의 풍습과 기교를 배울 수 있고, 후기 작품을 통해서는 바쇼의 가치관과 인생관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음사는 하이쿠 입문서의 느낌을 받았고, 열림원은 입문서보다 더 깊이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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