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드롭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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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스듬한 잔 ]

'목이 없는 와인 잔의 원형 유리 바닥에 바로 붙어 있는 받침 부분이 30도 기울어 있는 유리잔으로 아버지가 스위스의 산악 열차를 탔을 때 선로의 경사와 같은 각도로 비스듬히 잔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방향을 바꾸면 와인이 수평을 유지한다는...'​



이처럼 이 에세이집은 저자인 에쿠니 가오리가 여행했던 장소나 기념품, 음식, 만났던 사람들 등등과의 사연을 담담하면서도 살갑게 느껴지는 언어로 담아내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향수를 자아내게 함은 물론 그곳을 한번 가보고 싶다든지 또는 그곳 기념품을 소장하고 싶다거나 그곳의 음식 등을 맛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욕망들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매력을 지닌 에세이집이다.


그리고 이 에세이집에는 그녀가 여행했던 곳이나 또는 여행과 관련된 시 3편과 단편 36편, 번외 편 ‘토마스 쿡과 도모도쏘라’ 1편을 실어 놨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우리에게 일상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호기심과 두려움 등으로 인해 때론 흥분과 설렘을 선사한다. 그렇게 여행지에서 겪었던 기억은 그곳에서 돌아오게 되면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는 장면 속에 그때 느꼈던 감정이 크면 클수록 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다. 따라서 여행지에서 느꼈던 감정과 경험은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기념품이 될 수 있고 이를 에쿠니 가오리는 그녀 특유의 맑고도 감성적인 문체로 독자들과 함께 공유한다.


여행을 떠날 때면 ‘언제나 꼬맹이로 돌아가는 기분이다’라던 그녀. 세상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낯설면서도 두려운, 그러나 호기심에 가득 찼던 아이 시절로 돌아가 떠나는 여행. 여행은 어떤 어른도 꼬맹이로 만들고...


나가사키의 한 카페와 선술집을 겸한 가게에 들러 그 가게 주인과 세 젊은이들과의 어릴 적부터 맺어왔던 ‘인사 장려’와 관련된 아릿한 추억 얘기...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비행기를 바꿔 타기 위한 기다림 속에서 하먼즈라는 이름의 핫도그 가게나 또는 액세서리 가게인 줄 알고 성 상품 가게를 들어가 당황해했던 추억 등등 경유는 여행 이상으로 여행스럽다는 얘기...


남편이 회사에서 받아오는 여행 기념품을 볼 때면 그녀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의 여행을 떠올리며 낯선 백화점에 가서 익숙지 못한 구조와 사람들에게 긴장할 때면 여행지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며 기시감을 느끼기도 한다는 얘기...






이 에세이집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담담하게 여행지의 추억을 이끌어내는 에쿠니 가오리의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친숙하게 느껴지는 그 문체에 빠져들면서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펴가게 된다. 마치 저자와 함께 여행하는 것처럼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만나 지난 여행과 이번 여행이 이어지며, 여행도 일상도 함께 이어져 가는 것처럼 말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여행 세계를 이 책을 통해 함께 여행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여행드롭 #에쿠니가오리 #소담

* 이 글은 소담출판사로부터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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