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2 신춘문예 당선시집
윤혜지 외 지음 / 문학마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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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국내 주요 일간지에서 발표한 2021-2022 신춘문예 시, 시조 당선자들 20인의 작품들이 실려 있다. 당선 시인들의 약력과 함께 당선 소감과 심사위원들의 심사평 전문을 수록하고 있는데 이는 독자들 중에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귀중한 공부가 되게 함은 물론 영감과 용기를 북돋워 주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이 시집의 내용을 정독과 숙독을 하면서 보다 면밀히 읽어보고 당선 시들의 심사평도 읽다 보니 당선 작품들의 큰 흐름이 대부분의 현대시 특징처럼 산문투의 자유시가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유시답게 대다수가 매우 긴 호흡을 갖게 만들고 각 시마다 독특한 개성이 돋보였다.

반면에 시는 기본적으로 비유의 장르라고 하는데 일부 작품의 경우 독특함이 지나쳐 읽는 이가 그 작가의 심중을 헤아리기가 그리 쉽지 않은 시가 많았다. 한마디로 말해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작품이기에 그 작품성은 뛰어난지 모르겠지만 너무 추상적이고 대중성은 떨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특히, 모 당선자의 경우 본인의 작품이 시인지 산문인지에 대해 그 모호성을 토로하고 있기도 하고 또 내가 알고 있는 모 여류시인 한 분은 시인을 전업으로 하면 밥 빌어먹기 딱 알맞다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를 다시 말하면 당선작들을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고 감흥을 느낄 수 있도록 블로그나 유튜브 등에 포스팅할 경우 대부분의 당선작들이 이미지나 영상 작품 등으로 형상화하기가 매우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얘기다. → 참고로 나의 경우 내 블로그와 유튜브에 유명 시인들의 시를 소개하고 있음

그럼에도 몇몇 작품은 간결하고 감성적이며, 시적인 표현으로 그 느낌을 전달받기가 쉬운 대중성이 높기에 그 심사평과 함께 간략히 소개해 본다.



유적 같은 도시에서 유서 같은 시를 쓴다

아버지와 어색하다 식탁이 너무 넓다

갈증이 나기도 전에 아버지는 물을 따랐다

날개 뜯긴 잠자리처럼 눈알만 굴려대다

발소리 죽이며 잠자리를 빠져나온 밤

유유히 강이 흘렀다 삼천명이 빠졌는데도

사계절이 가을인 이곳에서는 모두 안다

찬란은 잊혀지고 환란은 지워진다

오늘은 얘기해야지 밥을 꼭꼭 씹었다

심사평(시조시인 정수자)

- 정형의 간명한 구조화와 형상력이 빼어나다. ‘아버지와 어색하다 식탁이 너무 넓다’거나 ‘날개 뜯긴 잠자리처럼 눈알만 굴려댄다’ 같은 묘사는 요즘 가정과 청춘의 압축으로 절묘하다. 비유도 적실해서 ‘유적’/‘유서’, ‘잠자리’/‘잠자리’, ‘찬란’/‘환란’ 등은 연어유희 이상의 의미 확장을 견인한다...

상자 놀이 / 詩 김보나

내 방엔 뜯지 않은 택배가 / 여러 개 있다

심심해지면 /상자를 하나씩 열어 본다

오래 기다린 상자는 / 갑자기 쏟아지는 풍경에 깜짝 놀라거나 / 눈을 떴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건 착각이야 / 세계는

누군가 눈을 뜨기 전에 / 먼저 / 빛으로 눈꺼풀을 틀어막지

나는 상자가 간직한 것을 꺼내며 즐거워한다

울 니트의 시절은 지났고 / 이 세제는 필요하다

새로 산 화분을 꺼내 / 덩굴을 옮겨 심으면 / 내 손은 순식간에 흙투성이가 된다

그래도 돼 / 뮤렌베키아 줄기가 휘어지는 방향을 따라가도 돼

친구는 이것을 선물하면서 / 식물은 / 쏟아지는 빛의 자취를 따라가며 / 자란다고 말했지

방을 둘러보면 / 여전히 상자가 수북하다 / 이삿짐이거나 / 유품 같다

빈 상자가 늘고 / 열 만한 것이 사라져 가면

나는 이 방을 통째로 들어 / 리본으로 묶을 궁리를 해 본다

심사평(나희덕・박형준・문태준)

- 간결하면서도 풍부한 여백의 미가 서정시로서 갖춰야 할 품격을 한층 높인다. 시상을 전개하는 맑고 순수한 시행의 흐름이 행과 행, 연과 연 사이에서 막힘없이 운용돼 운문적 리듬감으로 충일하다. 또 시행과 시행을 건너뛰는 간결함과 담백함으로 우리 마음의 여백에 잔잔한 파문을 남기는 풍부한 상상력이 여운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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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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