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 참. 영어로 씬이 죄잖아. 거기다 뭐뭐가 없다!를 뜻하는 접미사 리스. 엘이에스에스를 붙여서 씬리스! 죄가 없다. 죄 없는 인간 호모 씬리스!” “알아. 너 걸레 맞아. 지금도 2대 1이잖아. 아니 3대 1인가? 그리고 이년아, 너는 죄가 없는 게 아니라 죄의식이 없는 거야.” - 본문 중에서
이 소설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딸을 둔 30대 중반의 젊은 가정주부인 ‘이한주’라는 여주인공이 바람을 피우다 경찰인 남편에게 걸려 집에서 도망쳐 나온 후 겪게 되는 일련의 마음 갈등과 인간들의 원초적 욕망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야한 듯하면서도 전혀 그렇지 않은 애매애매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소설이다.
그래선지 주인공은 집단 섹스를 하는 ‘보노보’라는 침팬지 예를 들면서 자신을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호모 씬리스라고 한다. 섹스를 하더라도 본인처럼 철학적 섹스를 해야 한다면서 말이다. 특히 ‘돌고래’라는 여성 성행위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남성인 나로서는 잘 이해할 수 없기에 이상야릇하기만 하다.
결국 주인공이 그러한 사고방식을 가졌기에 남편에게 큰 불만이 없음에도 자유분방하게 별 죄의식 없이 이 남자 저 남자와 쉽게 관계를 맺으며 본인의 성적 욕망을 불사른다. 이러한 자유분방한 행태는 주인공이 전혀 다른 새로운 환경에 처하게 되면서도 변하지 않고 쉽게 맘에 드는 남자와 관계를 갖게 되는데...
이를 보면서 인간의 내면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는 종국에 가서는 결국 파국을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노심초사하면서 끝까지 읽게 되는데... 이 소설이 모든 잘잘못을 포용하는 높고 큰 산이라는 원시적 자연을 배경으로 얘기를 전개하고 있어서인지 주인공인 ‘한주’가 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날지 어쩔지를 독자들의 몫에 맡기며 끝을 맺는다.
이는 매우 특이한 스토리 구성이라 하겠으며 어찌 보면 미완성 인간이라 할 수 있는 우리 모두는 법과 제도라는 인위적 가면을 벗게 되면 ‘한주’와 별반 다르지 않은 원초적 행동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이게 바로 작가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소설의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도록 그 줄거리를 간략히 줄여 소개해 본다.
이야기 시작은 본인 남편을 “개자식! 개자식!”이라 욕하며 집에서 뛰쳐나와 맨발로 밤거리를 달리는 ‘한주’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녀의 남편은 고지식하다 할 정도로 경찰관이라는 직업에 사명감을 갖고 근무하며 가정생활도 성실하게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한주는 결혼 이후 어느 날부터 고교 동창인 영주의 국밥집에서 서빙을 하며 밤늦게까지 일하다 결국 손님과 눈이 맞아 3번이나 불륜을 저지른다. 맨 첫 번 남자와의 불륜 사실은 안 들켰기에 남편이 모르고 지나갔지만, 다음번 남자와의 불륜 사실은 발각되어 가까스로 용서를 받는다.

그럼에도 이후 또 다른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고 결국 발각되자 그녀의 남편은 분을 못 이겨 총구를 한주의 목덜미에 들이대며 위협한 것이다. 가까스로 남편을 밀쳐내고 밤새도록 도망친 한주.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한 큰 산을 오르게 된다.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으면 너무도 참혹하기에 목매달아 자살을 하려고 편의점에 빨랫줄을 사서 말이다. 그런데 야밤에 산꼭대기에서 자살을 하려고 빨랫줄을 찾아보니 오는 도중에 잃어버린 것이었다. 그래 망설망설하고 있는데 한 술 취한 남자가 로프를 가져다주고 자살하지 않을 거면 이 산에서 탐방객 화장실을 청소할 미화원을 구하고 있으니 취직하라고 알려준다.
결국 마음을 새롭게 가다듬은 한주는 그 산의 미화원으로 취직하여 일하게 되고 조금씩 조금씩 산속 생활에 익숙하게 된다. 높고 큰 산은 한주에게 새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된 것이다. 계절마다 변하는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또 청소하는 걸 원래부터 좋아하는 그녀였기에 탐방객 화장실 청소에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맘에 드는 남자와의 밀회도 산속에서 즐기며 그녀 나름의 자유분방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가을로 접어들면서 드디어 남편이 찾아오게 되고 권총을 건네주며 연말까지 죽어줄 것을 요구한다. 물론 그녀는 남편에게 대든다. “내가 그렇게 미우면 다른 여자랑 재혼해서 보란 듯이 잘 살면 되잖아. 세상에 즐거운 일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이런 일에 목숨을 걸어?”... 결국 남편은 주먹으로 그녀 얼굴을 두드려 패고... “악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변함없이 악마,라는 단어 하나를 남기고 남편을 돌아간다.
문자로 계속 협박하는 남편. 번민에 번민을 거듭하는 그녀. 결국 연말 마지막 날이 다 되어 권총 자살을 결심한 그녀는 예전에 구조대장과 함께 갔던 이정표도 없는 샛길 즉 비법정 탐방로를 타고서 영무봉이 보이는 암벽 끝으로 올라간다.
그런데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은 사람들의 잔혹한 모습을 이겨내려고 술을 먹다 보니 술주정뱅이가 되어 버린 구조대장이 직장에서 해임을 당하게 되자 그 상심으로 인해 먼저 와 목매달아 죽어있는 것이었다. 한주는 구조대장이 부엽토 향을 지닌 검은 전사이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발견되어서는 안 된다며 절벽 아래로 밀어 떨어뜨린다. 그리고 이어 권총도 함께 절벽 아래로 던져버린다.
한주는 맨 처음 자살하려고 찾았었던 한 산꼭대기에서 자신에게 새로운 삶을 살게 해주었던 구조대장의 자살 모습을 보고는 살아 있던 것들이 죽고 또 죽어 쌓이며 된 부엽토의 깊숙하고 단아한 향을 떠올리며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산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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