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은 왜 섣달그믐날 밤에 함께 목숨을 끊었을까?
인생의 수많은 상실, 수많은 종언을 그리는 이야기!
비 오는 날 종이우산을 쓰고 가면 이는 완전히 비에 젖을 수밖에 없는데 소설 제목이 왠지 슬픔에 젖어 들 것만 같고 쓸쓸함이 베어 있을 듯한 예감이 드는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새해 새날을 앞둔 섣달 그믐날 밤, 여든 살이 넘은 세 남녀가 호텔 방에서 함께했던 시간을 더듬으며 회상하고, 엽총으로 함께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이들과 인연을 맺고 있던 가족이나 친지들의 얘기를 담담하게 때론 찐한 아쉬움의 여운을 남기면서 과연 세 노인의 죽음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혹시 다른 반전의 스토리는 전개되지 않을지 궁금해하면서 끝까지 결말을 확인하고자 했던 소설이다.

“간지 씨가 처음에 계획을 말했을 때 어째서 곧바로 ‘나도’라고 했어?” “어째서고 뭐고, 나는 이미 끝났으니까.” “나는 돈은 있지만, 돈이 있어도 갖고 싶은 게 없어져 버렸어. 갖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사람도, 이곳엔 이제 하나도 없어.”
이처럼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즉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시노다 간지(86세), 시게모리 츠토무(80세), 미야시타 치사코(女, 82세) 등 세 남녀를 중심으로 다소 황당하면서도 알쏭달쏭한 스토리가 담담하게 전개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죽음을 선택한 섣달그믐날 밤, 그날 이후에 들뜬 마음으로 설 명절을 보내고 있는 미야시타 치사코의 아들인 유우키가 지난밤에 꾼 리호(아내)의 꿈 얘기를 시작으로, 이번엔 딸인 도우코가 갑자기 TV 자막으로 나온 도내 호텔에서 노인 셋이 엽총으로 자살했다는 짤막한 뉴스에 별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가 갑자기 연락을 받고는 허둥대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어 시게모리 츠토무가 젊었을 적에 한 회사에서 근무했을 때 ‘공부 모임’ 등으로 깊은 인연을 맺은 직장 후배 동료인 가와이 쥰이치 얘기, 시노다 간지의 아들인 시노다 도요와 딸인 미도리 그리고 손녀로서 덴마크에 유학 중인 하즈키 등등의 일상 얘기가 죽은 세 노인과 연관시켜 펼쳐진다. 그리고 죽은 세 노인들이 과거를 회상하며 자살을 선택하기까지 그 마지막 여정을 서로 번갈아 등장시키면서 얘기는 이어진다.
따라서 아들, 딸, 손녀, 손자, 옛 동료, 부하 직원, 제자 등 아주 다양한 인물들이 각각 처한 환경과 생각에 따라 세 노인들과 연관된 다양한 에피소드를 펼쳐나가기에 집중을 해서 읽지 않으면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알아차리기가 어렵게 스토리가 전개된다 하겠다.
그동안 소원했던 관계 때문에 고인의 유언도 받아들이지 않는 등 냉정하게 떨쳐버리려 한다거나 반면에 유품을 기억하며 따뜻했던 추억에 잠겨 잊지 못하고 애타는 마음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또한 혈연관계가 아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쥰이치 또는 란즈의 모습 등등 요즘 우리가 바쁘게 살아가기에 보여줄 수밖에 없는 우리네 자화상을 여러 상황을 통해 묘사해 주고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은 최근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과 연관시켜 여행도 만남도 중지되는 일상생활 얘기도 들려주는데 이러한 언택트와 관련된 무관심 등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얘기도 있어 씁쓸하기만 하다. 참고로 이 소설은 앞에서 일부 언급한 바처럼 세 노인의 죽음을 통해 연락이 끊겼던 가족들이 다시 이어지고, 낯선 사람과 메일을 주고받고, 새로운 인연이 생기기도 하는 등 매우 다양한 각도에서 여러 방향으로 얘기가 전개된다.

또한 이 소설의 전개를 보면서 에세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소설이라 하겠으며 결국 세 노인의 죽음을 독자의 생각에 맡기는 애매애매한 소설이기도 하다. 우리네 인생은 어차피 ‘공수래 공수거’이다. 아무리 움켜쥐으려 해도 때가 되면 우리는 그걸 놓아야만 한다. 그래서 기왕 갈 거라면 이 소설의 세 노인 죽음처럼 담담하게 얘기하며 떠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러하기에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과연 나의 죽음 앞에서, 타인의 죽음 앞에서 우리의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고찰하게 되는 계기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라 하겠다. ‘세상을 바꿔 나가는 일은 떠나간 이가 아니라 앞으로 계속해서 살아갈 이들의 몫이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