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던 그때 그 시절의 옛것에 대한 이야기를 각종 의성어와 의태어를 동원하여 구수하게 또 맛깔스럽게 어린아이들의 눈높이에 딱 맞게 동시로 엮어낸 작품이다. 이 동시집 속에는 우리가 잊어버렸던 또는 지금은 볼 수 없는 각종 물건들이나 풍경 얘기가 등장한다. 보자기나 고무신, 확독, 참빗, 다듬이, 소달구지, 키, 멍석, 화로, 등잔, 초가집, 복조리, 금줄, 썰매, 엿장수, 빨간 내복... 등등이 바로 그건데 지금 막 커나가는 어린아이들 입장에서는 얘기로만 듣던 생소한 것들이기에 특히 신기함을 선사하고 아울러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아름다웠던 추억도 되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거기에 삽화 또한 해당 얘기와 매우 흡사하게 그려져 있어 이해를 돕고 있기에 더욱 좋기만 하다.
따라서 이 동시집은 마치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아주 잼있게 우리 옛것에 대한 따스한 기억을 되살리고 있고 특히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동시들도 많이 창작되어 있다. 거기다 이 책 마지막 부분에는 작품 해설도 있다. 그러므로 이 동시집에 나오는 내용을 잘 숙독한 후 어린 자녀들과 대화할 때 활용한다면 옛것에 대한 많은 질문이 오고 가지 않을까 생각되어 교육용으로도 매우 유익한 책이라 하겠다.
이 동시집은 크게 제1장_ 옛것 속에 담긴 그리움, 제2장_ 옛것 속에서 먹고 자고 뛰어놀고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어릴 적 그 시절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 빼어난 동시 몇 구절을 소개해 본다.

〈고무신의 추억_ 고무신〉 하루 종일 신고 다니다 / 더러워지면 깨끗이 닦아 / 툭툭 흔들어 물을 빼서 / 돌담에 세워 햇살에 말리던 고무신 / 고무신 벗어 차도 만들고 / 작은 물고기도 잡아넣고 / 냇가에 꽃배로 둥둥 띄우며 놀았지. / 운동회 날 달리기할 땐 양손에 꼭 쥐고 달리던 고무신 / 처음 산 새 고무신이 / 정말 좋아 / 머리맡에 두고 잠들기도 했지. / 그 밤에 댓돌 위에 놓여 있던 실로 꿰맨 아버지의 낡은 고무신 / 달빛이 많이도 시렸지.
〈새알 품은 돌 둥지_ 확독〉 쿡 박힌 동그란 바위 / 그대로 깎아 만든 확독 / 적은 양의 곡식을 넣고 / 마늘이나 고추를 넣고 / 돌돌 갈고 / 콩콩 찧으면 / 작은 방앗간이 된다. / 하얀 눈 나비처럼 하늘하늘 내리는 날 / 일거리가 떨어진 확독은 / 움푹 파인 새 둥지 / 그 안에 / 동글동글 새알 같은 폿돌 하나 / 아침 햇살 가만가만 내려와 / 꼬옥 품어준다.
〈참참참 참빗_ 참빗〉 엄마 어렸을 때는 / 머리에 이와 서캐가 숨어 살았대요. / 근질근질 간질간질 / 촘촘촘 참빗 출동! / 햇볕 잘 드는 곳에 자리 잡고 / 보자기 목에 두르고 / 의자에 앉은 엄마 / 외할머니가 쭈욱쭈욱 / 머리카락을 빗으면 / 후드득 후드득 / “아니고, 이 살려!” / 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 떨어졌대요. / 시골에 가면 / 꼭 아침마다 / 얼레빗으로 대강 빗은 다음에 / 참빗으로 / 내 머리 곱게 빗겨주시는 외할머니 / 박하사탕 먹은 것처럼 / 머리 속이 시원시원 상쾌해요.
〈새해 반가운 첫 손님_ 복조리〉 정월 초하룻날 새벽 / 그동안 동네 청년들이 모여 / 대나무로 만든 예쁜 복조리 / “복 사세요, 복 사세요.” / 새벽을 여는 힘찬 목소리로 동네를 돌아다니며 집 안으로 던지죠. / 낮에 집집마다 들러 / 복조리값을 받으면 / 꼼꼼쟁이 엄마들도 깎지 않고 / 후하게 주죠. / 아빠들은 안방 문 위나 벽, / 대청마루 기둥 잘 보이는 곳에 / 복조리를 척척 걸어요. / 어려운 시절 / 조리에 하얀 쌀이 소복소복 쌓이듯 / 복도 소복소복 쌓였으면 하는 / 가족들의 마음 / 복조리에 소복소복 담았답니다.
〈아기를 위한 정지선_ 금줄〉 끝순이네 대문 밖 새끼줄에 / 병을 막아 준다는 숯과 / 오래오래 살라는 청솔가지, / 붉은 고추가 반짝였어요. / 끝순이의 남동이 태어난 거예요. / 끝순이 아빠는 입을 헤벌려 웃고요. / 동네 사람들도 축하해 주었어요. / 고무줄놀이 하던 끝순이 / 아기가 보고 싶다며 / 일찍 집으로 갔어요. / 우리들도 보고 싶지만 / 삼칠일이 지나야 볼 수 있대요. / “응애! 응애!” / 벌써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요.

〈밤에 피는 맨드라미_ 빨간 내복〉 아빠가 일찍 돌아가신 우리 집 / 큰언니는 초등학교 졸업하자마자 / 서울 가방 공장에 취직했습니다. / 첫 월급 타서 편지와 함께 / 우리 가족 식구 수대로 내복을 보냈습니다. / 밤마다 / 빨간 내복을 입은 엄마와 두 동생과 나 / 한여름 빨갛게 고개 내민 / 맨드라미 같았습니다. / 잠 안 자고 왔다 갔다 정신없는 막냇동생은 / 꼭 먹이 찾아 왔다 갔다 달랑달랑하는 / 닭 벼슬 같지요. / 큰언니가 보내 준 내복으로 / 따뜻하게 지낸 겨울 / 마음속은 큰 언니의 빈자리가 허전해 / 눈물이 찔끔 납니다.
이 동시집에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옛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더욱 흥미를 자아낸다 할 수 있다. 때론 ‘빨간 내복’처럼 마음을 울컥하게 하기도 하고, ‘금줄’처럼 TV 옛날 드라마 등에서나 볼 수 있기에 궁금해하는 아이들에게 설명할 때 어려움이 있기도 하다. 저자는 얘기한다. 여러분이 이다음 어른이 되면 지금의 물건과 풍경들이 많이 생각날 거예요. 여러분이 사는 ‘지금’도 먼 후일에는 ‘옛날’이 되겠지요. 그리고 이 책에서 만난 동시들이 여러분에게 멋지고 의미 있는 시간 여행이 되길 바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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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