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섯 살 어렸을 적 무엇이든지 건성건성 덤벙대는 성격 때문에 여주인공인 왕샤오샤는 집에서 숙제를 하는 과정에 오빠와 심한 말다툼을 하게 되고 이게 발단이 되어 가출을 하게 된다. 그리고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공원에서 그네를 타며 시간을 보내다가 주변을 배회하던 까만 강아지에게 집 나올 때 가져온 빵이랑 간식을 주며 놀고 있는데 그 또래 남자아이가 그 강아지 이름이 뭐냐 묻기에 엉겁결에 배 위쪽에 난 하트 모양의 흰 털을 가리키며 ‘하양이’라고 얘기하고는 함께 공놀이하며 신나게 놀게 된다. 그리고는 헤어질 때가 되자 샤오샤는 내일 강아지를 찾으러 올 테니까 잠시 돌봐달라고 못 지키는 부탁을 하게 되고, 아이는 주머니에서 이파리 하나를 꺼내 손끝으로 비빈 후 레몬 향내가 나는 레몬그라스 풀이 많이 심겨 있는 정원이 있는 곳이 우리 집이라고 소개하는 에피소드가 소개된다.(참고로 이 책 속에는 레몬그라스에 대한 언급이 수없이 나온다.) 이게 남자주인공인 청이와의 첫 만남이었음에도 훗날, 청이는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 때까지 영원한 1등이자 반장만 하는 똑똑한 아이이어서인지 이걸 기억하고 있었는데 반하여 여주인공 샤오샤는 이를 기억하지 못하면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어른이 되어가는데...
이 책 「여름날의 레몬그라스」는 ‘구애 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는 대만 여류작가 마키아토의 첫 데뷔작으로서 2012년 당시 대만 온라인 창작 플랫폼 POPO에서 연재를 시작하자마자 30만 명이 넘게 조회하며 단숨에 인기 순위 1위에 오른 화제작으로, 현재까지 10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풋풋한 사춘기 시절을 보낸 젊은이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추억의 청춘 로맨스물이다. 그리고 책 제목에 쓰인 ‘레몬그라스’의 꽃말은 ‘말할 수 없는 사랑’인데... 이와 관련하여 여주인공 샤오샤는 덤벙대는 성격으로 강하고 센 척 보이려 하다가 쉽게 오해하고 변심하고 그러다 스스로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리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데 반하여 남주인공 청이는 이혼한 엄마아빠가 외국에서 살고 있고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가정환경 때문에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항상 거만하고 무뚝뚝하게 표현하지만 변치 않는 마음으로 사랑을 이어가는 모습으로... 또 한 사람인 앙쭝유(유자)는 사랑이 찾아왔을 때 붙잡고 싶어 하지만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삼각관계가 될 듯 말 듯 하다가 결국은 스스로 포기하고 마는 샤오샤의 깨복쟁이 남자친구로 묘사되어 아름답고 아쉽기만 한 풋사랑의 스토리가 전개된다.
우리는 어린 시절, 어느 순간 갑자기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처음’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무심결에 눈빛이 마주치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어쩌다 손가락이 닿으면 심장이 콩닥콩닥 뛰고, 그 애를 생각하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되고, 함께 쓰레기를 버리러 가거나 도시락을 타러 가도 행복하고, 그 애의 이름 마지막 글자와 내 이름 마지막 글자를 연결해보고...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좋은 풋사랑의 이야기가 이 책에는 전개된다. 그런데 이러한 풋사랑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려면 ‘행운’에 기대는 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주인공 샤오샤는 이런 여러 어려움을 극복할 용기가 없었고, 우리가 함께하면 행복할 것이라 믿을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여러 핑계를 대며 계속 그를 밀어냈고 마침내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이 책에서 여주인공 샤오샤는 사춘기 때 용기가 부족해서 이루지 못한 일들이 많다. 중도에 포기한 가출, 반밖에 부르지 못한 팝송(The Rose_ Bette Midler의 가사가 계속 소개된다), 대답을 피해버린 고백, 보내지 못한 축하 카드, 미처 전하지 못한 그 말들... 그해 초여름처럼, 사랑은 모양도 없고 무게도 없이... 저 멀리 하늘에 걸린 구름이 비가 되어 억수같이 퍼붓고서야, 마음속 잔물결이 실은 얼마나 깊은 흔적을 남기는 것인지 느꼈다. 그 물결은 빙글빙글 끝도 없이 서로 이어져 추억이 되고... 그리고 마침내 알게 된다. 추억을 영원히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건 시간이 아니라 아쉬움이라는 걸... 이러한 풋사랑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가 되고...
이야기의 시작은 센강과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의 어느 곳에서 시작된다. 서른다섯 살의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이자 유럽을 관할하는 이곳 책임자인 레옹(훗날 산업스파이로 판명됨) 그리고 그 사업비서로 취직한 주인공인 왕샤오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직하게 된 이 직장에서 벌써 6년이란 세월이 흐른 것이다. 바람둥이인 레옹이 어느 날 반지를 끼워주며 프러포즈를 하게 되고 마침 그때 타이완에 있는 친구 장자링(초등학교 때 부반장, 청이는 반장)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본인 결혼식에 참석해달라며 1주일 후에 휴가를 내고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하고는 레옹에게는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출발하게 되고... 그리고 가오슝에 도착한 샤오샤는 우연히 연적인 리쉐얼을 만나게 되는데 청이와의 결혼 청첩장을 내민다.
이어 어린 시절로 돌아가 오빠인 왕샤오펑 등 가족과의 에피소드, 앞에 소개된 가출 에피소드 등의 얘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영원한 1등’이자 반장인 청이를 처음 본 건 초등학교 4학년 때. 그날 당번이었던 주인공과 유자는 복도 창가에서 칠판지우개를 털며 티격태격 서로에게 분필 가루를 날리다가 결국 그 사이로 나타난 청이의 첫 모습을 보고는 반해버린다. 그래서 청이 교실 근처도 청이 집 근처도 배회하고... 그러나 예전 놀이터에서 만났던 그 청이란 걸 모른 채 말이다. 또 소풍을 가서 까칠하기만 한 청이에게 접근도 해보지만... 변성기에 접어든 청이에게 엄마가 오빠 주려고 만든 보약을 몰래 가져다주기도 하고... 운동회에서 청이가 주인공을 업고 달리기를 하여 받았던 상장 그게 생애 최초로 운동회에서 받은 상장이라 정성스럽게 코팅해서... 하여간 중학교 때까지의 풋풋한 사랑얘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이때부터 전국 피아노 경연대회에서 1등을 한 리쉐얼과 장자링이 청이에게 대시하게 되면서 연적, 사랑의 라이벌은 늘어나기 시작한다. 한편 유자, 본명은 앙쭝유가 소개되는데 양쪽 엄마가 같은 병원에 다녀서 뱃속에서부터 알게 된 사이라며 그러다 보니 함께 같은 동네에서 자라게 되면서 생활하는 게 비슷하다 보니 ‘유자 마누라’라는 소리도 듣게 되고, 초등학교 입학식 첫 수업 때 ‘쉬’를 하면서 그때 사진을 약점으로 계속 놀리게 되는 에피소드도 소개된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와 대학 시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고등학교 입학시험 날, 청이가 나타나지 않았고. 청이가 떠난 것이다. 아무런 작별 인사도 없이 미국으로 출국을, 결말을 앞두고 갑자기 중단되어버린 소설처럼, 주인공에게 수많은 물음표와 끊임없는 말줄임표만 남긴 채 말이다. 몇 년 후에야 문득 깨달았다. 사랑에선 미완성도 하나의 완성이라는걸. 사람들은 그걸 ‘아쉬움’이라고 부른다. 여기서도 팝송 ‘The Rose_ Bette Midler’ 가사가 일부 소개되고... 하여간 p.81(2장_ 기다렸던 사랑과 엇갈린 우리) ~ p.304(6장_ 내 눈 속엔 너밖에 없었어)까지 샤오샤의 덤벙대고 센 척 보이려는 자존심 강한 성격 때문에 청이와의 사이에 벌어지는 사소한 오해 등에서 비롯된 엇갈린 사랑 얘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궁금하시면 읽어보시라. 작가의 절정을 향한 숨겨 둔 복선을 깐 반전의 얘기 말이다.

결국 반전은 타이완으로 돌아온 첫날, 고속철도에서 내리자마자 청이의 결혼 청첩장을 받았고 어떤 표정으로 나를 꾸며야 할지 미처 선택하기도 전에, 다음 날에 벌어진 더 뜻밖의 상황에서 청이를 만나게 되는데... 고물차를 끌고 시내로 나가는 도중 발생한 교통사고. 나중에 알고 보니 몰래 뒤따라오던 청이 차를 후진하다 박고는 뺑소니치다 경찰서에 잡혀가면서 발생하는 반전의 얘기...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놀랍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