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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폴리스 - 홍준성 장편소설
홍준성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4월
평점 :

카르마 폴리스. 우선 카르마(KARMA)라는 단어의 어학사전을 보게 되면 ‘전세에 지은 소행 때문에 현세에서 받는 응보’라 설명하고 있는데 이 책을 전부 다 읽고 나서 작가가 제목을 지은 의도를 음미해보니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본인이 사는 도시(폴리스)에서 자신 또는 선조들이 지은 업보로 인해 벌어지는 암울하고도 가슴 시린 '업보로 점철된 도시 이야기'라 할 수 있는 듯하다.
우선 책 소개에 나와 있듯이 ‘2021 런던 북페어 화제의 한국소설’로 선정되어 역사와 철학을 종횡무진하며 직조해낸 현대의 우화, 무게감 있는 서사를 관통하는 젊고 활달한 문장! 이라 표현하고 있듯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부터 게오르크 뷔히너 「레옹스와 레나」 「뷔히너 전집」 등등 170여 권의 책에서 인용・발췌한 글을 가져올 만큼 풍부한 어휘를 자랑하고 있고, 주인공 42번을 중심으로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얽히고설켜 결국 인과응보의 결과를 맺는 치밀함을 갖고 있다.
이 책의 내용 또한 가시여왕이라는 절대 왕정권력을 매개로 하여 거기에 기생하는 신하나 악질 브로커, 사기꾼 그리고 이의 뒤를 봐주는 경찰과 검찰, 검찰의 애완견 역할을 하며 침묵하는 언론 등의 얘기가 나온다. 또한 책 표지에 나와 있는 그림인 일곱 개의 첨탑이 우뚝 솟은 궁전에서 벌어지는 전형적인 권력 암투 얘기와 그들이 살고있는 도시(폴리스)의 북쪽 지방에 위치한 난쟁이 구역이나 못사는 동네 등이 소개되면서 빈부격차나 암울한 사회환경과 부조리가 얘기되기도 한다.
주인공인 ‘42’라는 번호는 대홍수가 났던 해에 대량으로 발생했던 고아들에게 부여된 일련번호인데 퇴행성관절염이 있는 유리부인과 실직으로 막노동 생활을 하는 이름도 없는 남편 사이에서 박쥐 모습을 하고 태어난 아주 못생긴 아이로서 이 책의 이야기는 시대도 지역도 불분명한 가상의 도시 비뫼시(市)의 남쪽구역에 위치한 꼽추의 고서점 구석에서 책을 갉아먹는 책벌레 그리고 이를 잡아먹으며 연명하던 박쥐가 고서점의 폐점으로 세상으로 끌려 나오게 되고 바로 그때 하늘을 날다 송골매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이 송골매를 죽인 고양이 얘기로부터 시작하여 박쥐의 시체를 발견한 약재상이 박쥐를 약용으로 팔고 그것을 고아 먹은 유리부인은 박쥐를 닮은 아이인 주인공 ‘42’를 잉태하게 된다. 일견 무의미해 보이는 이 장면들을 통해 하나하나 스토리가 전개되어가면서 마치 도미노가 넘어지듯 이야기의 연쇄를 통해 더 큰 이야기로 맞물려 진행이 된다.
하여간 박쥐 국물이 관절염에 좋다고 그 박쥐를 달여 마신 유리부인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벌인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역사상 최대의 댐공사라는 볼더 댐에 일하러 나가는 남편. 유례없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대홍수로 댐은 무너져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비뮈시의 북쪽지방은 도시 전체 건물이 무너지고 흙탕물 천지가 된 속에서 죽은 남편이 보호막을 쳐줘 유리부인은 잠시 구출되나 주인공이 자궁절개수술을 통해서 태어나게 하고는 이내 죽게 된다. 박쥐 모습을 하고 태어난 주인공 ‘42’는 갈 곳이 없어 결국 몬세라토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으로 보내진다. 중이염으로 사경을 헤매다가 가까스로 살아난 주인공은 집중력에 약간의 문제는 있지만 한번 읽으면 기억해 내는 아주아주 기억력이 뛰어난 천재 아이로 자란다.
한편, 가시여왕도 주인공 42가 태어날 때쯤 아들을 낳게 되는데 이 아들 모습이 주인공 42와 아주 흡사한 박쥐 모습을 하게 되고 10여 살이 될 때까지 말도 못 하는 자폐아(?)로 자라게 되어 철가면을 씌우는 등 지하감옥에 가둬두고 유사한 아들 모습을 한 아동을 찾다가 주인공을 어찌어찌 알게 된다. 물론 여기까지 여러 관련 인물들이 나오면서 긴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리고 가시여왕이 즉위하면서 피바람을 일으키며 반대파를 숙청하고 폭정을 일삼는 데까지의 권력 다툼과 사회 부조리 얘기, 또 가시여왕 남편으로 들러리 역할밖에 못 하는 대학교수 샌님도 나오고 가시여왕의 충실한 사냥개이자 잔혹한 집행관인 파스칼리노가 본인의 아버지도 죽여야만 하는 파란만장한 얘기 등등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결국 주인공 42와 관련된 인물들은 마치 인과응보라도 보여주듯이 하나하나 죽는 모습이 묘사되는데... 보건위원회 테러사건 대폭발로 갑자기 제정신으로 돌아온 왕자가 권총을 들고 여왕이 주재하는 궁정회의실에 들어와 여왕을 제거하도록 계획을 짠 파스칼리노부터 먼저 권총으로 사살하고 이어 어머니인 여왕도 사살하고는 막상 주인공을 만나서는 스스로 자기 머리에 총을 쏴 자살하는 장면 등등... 이를 보면서 정말 짜임새 있게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구나 이 책이 잘 팔려 독자들의 관심을 끌게 된다면 이어 후속편도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 책을 보면서 가난한 서민들의 비참하고 가슴 아픈 모습이 묘사될 때면 그들의 불만을 꼭 다른 곳을 돌리려는 위정자들의 간악한 모습 특히 이 책에서는 대홍수 사건을 간사한 조작을 통해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장면을 읽으면서 예전의 정치권력들이 국민을 선동하는 모습 소위 달을 보라니까 그 가리키는 손가락 얘기를 하게 만드는 선동전략이 생각나 또 검찰의 잘못에 대해 언론이 침묵하는 공생관계 얘기를 읽으면서는 왠지 씁쓸함을 느끼면서도 이와 같은 시사성 있는 글과 저자의 상상력과 추리력이 돋보이는 글 솜씨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맛보기로 보여준 이 리뷰를 읽고 관심이 일어나는 분은 이 책을 구하여 읽어보기를 권한다. 1991년생 젊은 작가의 용기있는 글쓰기 도전을 적극 응원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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