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살아볼 용기 - 당연한 것들과의 결별
이종미 지음 / 들메나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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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살아볼 용기

책 제목도 좋았지만 표지그림에 있는 초록색과 소파에 누워 휴대폰을 보고 있는 여자의 표정은 더욱 편안함을 주었다. 그리고 표지를 넘기려는 순간 또 한 번 눈길을 잡는 글 “제발 내 인생에 관심 좀 꺼 주시죠!” 그리고 그 밑에 작은 글 ‘비혼 존중 시대’를 꿈꾸며 정리한 팩트와 감성이 어우러진 유니크한 에세이라고 적혀있다. 저자가 ‘비혼’인가 하고 잠깐 생각하다가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대한민국에서 과연 내 맘대로 살아갈 수나 있는지. 또한 그러기 위해서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지를 생각하면서.

저자는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대한민국에서 학력도 직업도 경제력도 외모도 그저 그런 여자가 결혼을 안 하고 살아내는 이야기, 남들 기준에 아득바득 나를 맞추는 대신 진정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 온전히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에만 집중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 출산이 국가사업이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혼자만의 산책을 즐기는 이야기 등 사회에 대한 항변 같은 내용들이 주저리주저리 엮여 있다.

# 혼자 살기

나도 서울에서 취업준비 할 때 원룸에서 살아본 적이 있다. 원룸. 그렇다 집이 아니라 방이었다. 한 공간 안에 침대, 책상, 주방시설, 세탁기까지 다 있는 곳이다. 편리한 점도 있지만 요리를 하거나 친구가 찾아올 때는 불편하기도 한 공간이다. 그런데 요즘 온 나라에 원룸 천지이다. 왜일까. 이 책을 읽다보니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혼을 하기에 경제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도 현실이다. 반대로 경제력이 되기에 혼자 산다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 또한 많은 선택중 하나일 뿐이다. 더 이상 소수주의자가 소수가 아닌 것처럼 비혼도 인정하고 흡수할 필요가 있다. 오롯이 결혼지상주의처럼 여기는 것은 더 이상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다. 무언가 혼자 하기엔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국어사전상 ‘용기’란 씩씩하고 굳센 기운 또는 사물을 겁내지 아니하는 기개라고 표기되어있다. 그럼 난 용기 있는 사람일까. 저자는 ‘혼술’이 어렵다고 한다. 아직 모든 것이 쉽지 않은 난 용기 없는 사람이 아닐까. 가끔은 내 안에서 꿈틀대는 뜨거운 ‘무언가’를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새로운 시도를 꿈꾼다.

저자는 상처받은 사람이 걷는다고 한다. 두 발로 걸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가끔 차를 두고 느릿느릿 걸으면서 작은 것들에 관심을 갖기도 한다. 여행을 갔다가 그림자를 찍는 사진작가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사물의 그림자만 찍는다고 했다. 그림자안에는 보이지 않는 많은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며 사진 몇 점을 보여주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말처럼 그림자는 수없이 많은 말을 하고 있었다. 여행은 현재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충전하는 시간라고 말하고 있다. 사람들은 여행을 ‘나를 찾으러 가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저자는 나를 버리기 위해 떠난다고 말한다. 나는 나를 버리고 나를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워야 채워지기 때문이다.

가까운 곳에 있는 광석아재 벽화 골목길을 걸어본 적이 있다. 벽화는 작가의 말처럼 가난을 낭만으로 채색한 곳이다. 그래서 좋다. 벽화가 그려진 동네들은 대개 가난의 냄새가 짙다는 표현처럼 꼭 그러하다. 동피랑 벽화마을은 바닷가 언덕 위 낡고 허름한 골목길에 지어진 오래된 집들의 벽에 그려진 것들이다. ‘과거의 현재’가 벽화란 생활예술로 아직도 가난의 현장에 있는 그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염원하고 있다.

# 내 맘대로 살아볼 용기

꿈이 없다고 한심한 삶은 아니다.

그렇다. 어릴 때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아주 당연하듯이 말한다. “사람은 꿈이 있어야 한다. 누구나 다 한 가지 꿈은 가지고 있다.”고. 꿈 없이 사는 것은 죽은 것이나 마찬 가지래나 뭐래나. 그러나 성인이 되고 나서 꿈이 무언지 달리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산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이 책에서는 꿈 없이 산다고 한심한 삶이 아니라고 한다. 인생이란 천천히 자기만의 속도로 살아내는 것이라고. 내가 앞으로 걸어갈 내 길은 내가 내고, 나만의 속도로 그렇게 걸어가는 것이다. 가다가 지치면 주저앉아 쉬기도 하면서. 이 책 내용이 모두 공감이 가는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 휴대폰이 없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다. “폰은 족쇄야. 폰을 들고 다니면 여기저기서 연락이 와서 불편한데, 없으니까 얼마나 편한지 몰라.” 그렇다. 본인은 편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은 어쩌란 말인가.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했다. “폰은 자신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위한 배려의 산물이라고.” 지금은 그 분도 휴대폰을 들고 다닌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책을 덮는 순간 이게 전부는 아닐 거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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