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프팅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1
범유진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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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기 전까지 쉬프팅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던 나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에 소설 속 이야기로 쉬프팅 된 기분이다. 평행세계로 가는 주문, 쉬프팅은 마법에 가까운 도구지만, 주인공 나로아와 박도율에게 불현듯 나타나 새로운 세계를 선사했다.

학교가 유일한 안식처였던 나로아, 학교는 지옥같은 곳이었던 박도율. 두 아이 모두 요즘 학교에 있을 법한 아이들이다. 두 아이들의 공통분모는 '폭력'이 아닐까. 가족으로부터, 친구와 선생님으로부터 숨막히는 폭력 아래 생활해야만 하는 미성년자인 두 사람. 자유를 향한 갈망이 폭발적이다. 중간중간 묘사되는 아이들의 상처가 가슴 아팠다. 이를테면, "제가 폭력이라고 느꼈는데, 그게 왜 학교 폭력이 아니냐고요." 라는 도율의 말, 담임이 깎아낸 것은 사과 껍질이 아닌 도율의 마음이었다. 같은 구절 말이다.

그리고 소설 속 배경에는 현실의 교육현실도 녹아져 있다. 자본주의가 팽배해지면서 돈으로 뭐든 해결되는 세계가 그려진 것인데, "부모가 돈이 없단 이유만으로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건 너무 불공평하잖아. 적어도 선택할 기회는 줘야지, 안 그래?" 같은 구절을 보면, 지금의 세상에 외치는 작가의 말 같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쉬프팅된 새로운 평행 세계는 아이들의 노동력 착취가 일반적이고, 인터넷까지도 통제되는 세상이다. 수업도 사라졌다. 그런 곳이 이상하다고 의문을 갖는 아이들은 또 생겨났고, 이들이 만든 공동체는 조금씩 변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대목은 작게나마 희망을 준다. 느리지만 계속되는 변화가 결국 모여서 바다를 만드는 것이다. 이 공동체는 김태이라는 아이가 이끌고 있었고, 나로아는 이곳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나로아라는 주인공이 원래 세계에서 클라이밍을 했고, 마지막 점프의 순간을 바다 속 헤엄처럼 느낀다는 설정이 너무 신선했다. 그래서 스토리가 더욱 풍성해지고, 환상적인 내용이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문장들의 배치가 절묘했다.

쉬프팅은 갑작스럽게 두 사람의 일상을 바꿔놓았고, 비로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게 된다. 특히 주인공 나로아가 태이를 만나고, 공동체를 만들며 책임과 애정을 갖는 과정,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모습을 따라가며 나또한 벅차오를 정도였다. 나로아가 도전하고, 외치고, 싸우며, 위안을 얻는 모습이 너무나 통쾌하면서 뭉클했다.

반면, 자신이 원하던 대로 인생이 풀릴 줄 알았던 박도율은 오히려 더 큰 시련이 다가오고, 자신이 싫어했던 폭력을 재생산하는 주체가 되어버린다. 악순환되는 폭력 그 자체였다. 너무 선을 넘어버린 도율은 과연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 걸까. 결말이 너무도 궁금했는데, 또 한번 쉬프팅이 되어버렸다. 나로아와 김태이, 박도율은 어느 세계에 도착했을까.

#쉬프팅 #범유진 #다산북스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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