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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평전 : 가자, 길이 보이지 않아도
이호준 지음 / 꽃길 / 2022년 5월
평점 :
이민화 교수와 나는 별달리 인연은 없지만, 그와 관련된 얘기는 주변으로부터 종종 들을 수 있었다. 그간은 우리나라 신기술 창업이나 벤처 육성 정책에 관해서 얘기할 때면, 그와 관련된 얘기가 자연스레 나오고, “이민화 교수가 살아있었다면 이런 일은 적극적으로 도와주었을 텐데….”라는 아쉬움 섞인 말들을 통해서 간간이 그의 흔적을 짐작할 따름이었다. 이번에 우연찮은 기회로 평전을 접하게 되면서, 그의 생애를 살펴볼 수 있는 나름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그가 걸어온 기업가, 공무원, 교육자 등 여러 삶 중에 관심 있게 본 것은 공무원으로서의 그의 면모다(소제목 IV. 나라 위한 씨앗을 뿌리다). 비록, 그가 그 일에 오랫동안 꾸준히 몸담아 성과가 나는 것을 볼 때까지 업무를 하지 않았지만, 시대를 앞서가는 모습을 통해서 나의 업무 자세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①관성에 의한 업무가 아니라 새로운 물결이 다가오는 현장에서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접근하면서 얻어 내고자 하는 모습은 특히 인상 깊었다. 공인인증서 의무화에 대한 그의 대응 전략이 대표적이다. 문제를 인식하고, 체계적인 방향을 고민하고, 이것을 뚝심 있게 밀고 가는 과정이 나에게는 부족한 부분이구나 하는 차이도 느끼게 한다. 나는 그 같은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였을까? 그게 문제라는 인식을 할 수 있었을까? 인식했다 하더라도 추진할 의지가 있었을까?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이 핵심인지를 인지하고 전략적 대안을 고민하고, 실행할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데, 나는 어느 것 하나 쉽게 답변할 수 없었다.
②디지털 병원은 지금도 많은 사람이 관심이 있는 분야다. 당장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진료가 도입되면서 더더욱 그렇다. 이제야 조금씩 빛을 보는 디지털 병원/헬스케어 분야는 그간 이 분야의 잠재력을 알아본 이민화가 뿌린 씨앗들이 빛을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기업인들이 그가 설립한 메디슨을 통해 나왔고, 디지털 병원에 대한 노력도 대단하였다 생각한다. 비전이나 미래가 지금보다 더 어두웠을 당시에,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한 그의 혜안과 뚝심이 놀라웠다.
③이민화의 기록을 통해, 그가 대단히 머리가 좋은 사람이고, 전략가이며, 실행가이며, 노력가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이러한 수식어와 거리가 있는 사람이지만, 그가 남긴 업적을 따라가면서 내가 사회에 신기술 기반의 스타트업/벤처 생태계 확산에 이바지할 수 있는 점이 무엇일지, 혹은 나의 업무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벤처기업협회가 이민화 도서관을 개관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206087846Y)그가 잊히지 않고, 기억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런 행사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가 되어 버렸다.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하는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