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위한 힌트
기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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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목소리>

왠지 모르겠지만, 계속 초여름의 생동하는 자연이 머릿속에 펼쳐지며,

오늘이 내가 가장 젊은 날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다 읽고 나니 해보고 싶은 To-do List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완성됐다.
1. 조엘 폼므라의 희곡 '이 아이' 찾아보기
2. 아름드리 목련 나무 놓치지 말고 보기
3. 비건 레스토랑에서 샐러드와 샌드위치 먹기
4. 레몬청을 넣은 아이스티 만들어 마시기
5. 공원에 가서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를 듣고 녹음해서 새 이름 찾아보기
6. 글에 나오는 '무척 유명한 올드팝'이라는 곡의 가사:

'여름에 이별을 고하고 싶진 않아, 우리가 그리워할 사랑을 알면서. 오, 9월에 만나기로 약속해'

- 나는 이 노래를 찾아봤다.

  1960년에 발매되었던 Brian Hyland의 'Sealed with a Kiss' 들어보기.
7. 스파 힐링 체험 프로그램이 있는 산림욕장에 가기
8. 무엇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연의 섭리를 믿고 가기.

<신세계에서>
신세계에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등장인물 김호경의 메모는 이렇다.
'이열음. 이원.
지옥의 빌딩 팔십칠층, 놀라움, 나들이, 약속, 맑음'

 
고모 이원은 혼자 다녀오려던 여행 계획을 변경해 조카 이열음과 함께 2박 3일로 부산에 간다. 열음은 부산에 산다는, 이유를 묻지도 못하고 관계가 틀어져버렸던 친구를 만나보려 하지만, 부산 시내를 뱅뱅 돌다가 결국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다.

김호경은 같은 장소에서, 부산에 온 김에 보고 갈 수 있을까하고 연락한 지인과 부득이하게 못 만나게 되는 또 다른 인물이다.

이 셋이 우연처럼 우연이 아닌 시간을 함께하게 된다.

일상의 모든 것을 잠시 멈추고 쉬고 가고픈, 나 자신을 돌보러 가고 싶을 여행길, 그 시공간 안에서 만나게 되는 이 사람들이 잠시 나누는 시간은 이럴 것 같다는 상상을 해본다.
"지옥의 빌딩 팔십칠층에서도, 놀랍게 아름다운 것들은 찾아지고, 이는 나들이 같은 설레고도 힘나는 순간들에 대한 약속이며, 그렇기에 맑은 하늘은 땅이 아니라 고개를 들어야 볼 수 있다."  

<부소니 호텔, 가을>

엄마 염세정, 그녀의 고2 딸 권보경 그리고 딸의 친구 원희지.
부소니 호텔의 삼주년 기념 이벤트에 참여해서 무료 숙박권에 당첨된 친구 원희지의 버킷리스트 실현을 위해 딸 권보경은 엄마 염세정을 보호자로 함께 동참하게 하여, 이렇게 이 셋의 부소니 호텔 여행이 시작된다. 이 상황 자체가 웃기면서도 재밌다.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제 3자의 힐링이 곧 나의 힐링이 되어 버리는 희안한 체험의 기쁨을 주며 마무리 된다. 여행을 당장 계획하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

이 밖에 수록된 다른 5편의 이야기에도 내일의 힌트들을 발견하며, 장면들이 스크린에 펼쳐지듯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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