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슬픔에 빠진 나를 위해 똑 똑 똑 ㅣ 핑거그림책 10
조미자 지음 / 핑거 / 2023년 5월
평점 :
제목이 나를 잡아끈 책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슬퍼할 겨를조차 없었던 20대부터 부모님을 모두 여윈 50대까지 충분히 슬퍼할 시간을 가지지 못했던 것 같아서일까, 우울감이 가끔 나 자신을 지배할 때면 주체하지 못하고 힘들어만 했는데, 그런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하고 마음을 다시 추스를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마음에 드는 것은, 꼭 나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슬픔을 당한 사람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말을 찾지 못할 때, 어설픈 위로보다 이 책을 선물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인상 깊은 것은 그림책 내용의 색의 변화이다. 표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빨간색 계단에 앉아있던 주인공이 향한 장소 색과의 대비와 주인공 심경의 변화에 따른 주변 색의 변화는, 작가의 숨은 의도를 엿볼 수 있는 것 같아 신비롭기까지 했다.
또한, 위로는 말로만 전해지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곁에 있어주기만 해도 그 마음이 전해지는 것을 알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온 세상이 그 슬픔을 알고 위로하기 위해 애쓴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글 내용 중 주인공이 왜 슬퍼하는지 그 이유가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내면의 슬픔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공감이 갈 만큼 책에서 느낄 수 있는 슬픔의 감정은 꼭 나만의 느낌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슬픔이 슬픔 그 자체로 가치 있고 의미 있게 누릴 수 있는 감정이란 생각이 들도록 해준 이 그림책과 사랑에 빠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