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도 비출산을 다짐합니다
송가연 지음 / 갈라파고스 / 2017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도비출산을다짐합니다
오늘도 비출산을 다짐합니다에서는 비록 임신 및 출산 시 여성의 몸의 부담을 다루지는 않았지만 좀더 넓은 주제를 다루었다. 내가 낳을 아이의 진로나 취업 문제, 성희롱과 성폭력, 사회적 지위에 따른 차별 등등을 다루며 비출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회를 이야기했다. 물론 나 역시 비출산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가 아이가 겪게 될 환경이 좋지 않아서도 있지만, 모성애의 신성시와 모순, 임신과 출산 시 여성만 온전히 받는 몸의 부담 등이 더 큰 이유라 하겠다.
엄마들이 이렇게 힘들게 아이를 낳았으니 엄마들은 모두 대단하고 존경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퇴사시키거나 엄마들이 자진 퇴사하고 아이를 돌보는 일은 전부 엄마 몫이고 산후조리원 간다고 김치녀 맘충이라 부르고 심지어 생리공결제까지 없애버리는 게 현실이다. 엄마가 정말로 위대하다고 여긴다면 이런 식으로 대하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애초에 신성시하지를 말든가.
그리고 대체 왜 여성이 갖는 육체적 부담과 스트레스 등은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지 의문이다. 우리는 중고등학생 때 그냥 정자와
난자가 만나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고 모성애가 생기고 모유를 먹여야 면역력이 생기고 등등 정도만 배웠을 뿐이다. 출산 시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선생님께서 학생들 심심하지 말라고 하는 이야기에서 처음 알았다. 관장을 하고 음모를 깎고 회음부를 동의없이 절개한다니. 그리고 더 자세한 것은 그 분들에게 메갈 만화라 불리는 '아이 낳는 만화'에서 접했다. 우리는 정말 알아야 할 정보를 정식 교육 과정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경험담과 네이버 웹툰으로 배우고, 그 정보를 알려 할 때 메갈이라 부르며 입을 막는다. 왜 우리는 임신과 출산이 우리의 몸에 치명적인 부담을 주는지 배우지 못한 걸까.
더 짜증나는 건 슬슬 드러나는 정부의 가임기 지도... 낙태금지... 그 잘난 출산력 높이기 정책들... 최소한 이 책이라도 읽었으면 왜 사람들이 비출산을 외치는지 알 텐데 정말 몰라서 헛다리 짚는 건지 모르겠다. 아니 애초에 알았으면 그런 정책을 펼치지는 않았겠지. 어차피 예나 지금이나 여자는 사람 취급도 안 하는 건 여전한 게 다 보이니까 나는 오늘도 더욱 비출산을 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