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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헤엄치기
토마시 예드로프스키 지음, 백지민 옮김 / 푸른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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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체제 속에서 마주한 감출 수 없는 욕망. 결코 놓을 수 없었던 건 그를 향한 마음일까, 신념일까.
한여름처럼 푸르른, 숨 막힐 듯 뜨거운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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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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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의 환경을 지배해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그 환경에 지배당할 수 밖에 없다. (p52)

주어진 환경에 안주하느냐 그렇지 않냐는 사람 마음가짐에 달렸다. 환경 자체를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는 우리 몫이다. 이 구절은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생각과 소신대로 살아가기 위해 주인공이 주어진 환경을 어떻게 자신만의 공간으로 재탄생 시키는지 이 소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1920년대 러시아, 혁명 후 바깥세상은 격변과 혼란으로 가득한 세상이었다. 로스토프 백작은 시 그것은 지금 어디 있는가를 쓴 혐의로 모스크바의 메트로폴 호텔에 종신 연금형을 선고받는다. 스위트룸에서 좁은 다락방으로 거처를 옮겨야 했고, 옥상이나 창문을 통해서만 바깥세상을 바라봐야 했다. 자신이 투숙하던 호텔에 종신 연금되었을 때, 그는 아직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은 나이였다. 좁은 공간에서 살기엔 그의 지식과 역량이 방대했다. 한때는 알렉산드로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 성 안드레이 훈장 수훈자, 경마 클럽 회원, 사냥의 명인이었던 그가 호텔에 종신 연금된 채 살아야 하는 삶을 쉽게 받아들이진 못했을 것이다.


할 일은 너무 없고, 할일 없이 때우기엔 시간이 너무너무 많아서 인간 감정의 공포스러운 수렁이라 할 수 있는 권태감이 계속해서 백작의 마음의 평화를 위협(p90)했지만, 그는 차츰 그 안에서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갔다. 니나의 친구가 되어 호텔의 이곳저곳을 누비고, 아름다운 여인의 연인이 되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깊은 친분을 쌓아가며 말이다. 끝이라 생각했던 순간 꿀벌이 가져다준 고향의 향수가 그에게 생명의 향기를 다시 불러일으키듯 말이다. 한정된 공간인 호텔 안에서 그는 비관적인 마음보다는 우아하고 세련되게 삶을 살아간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사건이 벌어지지만, 백작은 자신의 품격과 예의를 잃지 않는다. 삶의 상황이 우리 자신의 꿈을 추구하지 못하게 할 경우,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그 꿈을 추구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기 때문이다. (p529)


그의 삶을 들여다보는 동안 가택 연금이 호텔이었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바깥세상만큼이나 다른 이유로 다채로운 일들이 벌어지는 호텔은 그나마 그에게 견딜 수 있는 공간이었을 테니까. 또한 격변기인 당시 상황에서 호텔 안의 생활은 혼란의 소용돌이에서 조금이나마 비켜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론 로스토프 백작이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만의 방식으로 극복해 나갔을 거란 생각도 든다. 아름답고 근사한 계절의 변화와 평범한 삶 속에서 반복해서 일어나는 온갖 경사스러운 일들이 하루하루를 구별할 수 없는 암울한 나날로 대체된다는 사실에도, (p176).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하루하루를 기억하고 견뎌내길 원하기 때문이다.


백작에게 소피야(니나의 딸)가 찾아온 순간 그의 삶은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한다. 소피야로 인해 호텔 안 한정된 공간에서 살아야 했던 백작은 더 오랜 세월을 견뎌낼 수 있었다. 사람은 거대한 미지의 세계를 향해 발을 내디딤으로써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거(p608)란 그의 말처럼, 비로소 자신과 소피야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그 너머를 탐험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주어진 환경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백작은 그다운 모습으로 이를 실천해 나간다.


읽는 내내 나는 주어진 자유를 얼마나 잘 누리고 있는가 생각해보게 한다. 자신을 어떠한 상황 안에 가두는 것은 외부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자신의 마음가짐이 될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때론 누군가의 통제 아래 있기를 원하다가도, 구애받지 않을 권리를 내세우기도 하니까 말이다.

당시의 상황을 드러내는 세세한 문장들과 백작의 품위만큼이나 우아하고 세련됐던 작가의 문장들이 마음에 든다. 7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소설이지만 백작을 통해서 보여줬던 러시아의 문화, 역사, 철학, 음악 등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지식들로 인해 소설을 읽는 내내 풍족함을 느꼈다. 시대적 배경은 러시아 혁명 후 약 30여 년 간의 세월이지만 혁명이란 단어보다는 인생이란 단어에 방점을 두고 쓴 소설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보여줬던 백작의 용기와 실천은 책을 덮을 때 미소 짓게 한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박수갈채를 받느냐 못 받느냐가 아니야. 중요한 건 우리가 환호를 받게 될 것인지의 여부가 불확실함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지니고 있느냐, 하는 점이란다.” (p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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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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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가는 한 지역에서 하키는 다시 따사로운 햇살을 선사하고 번영을 누리게 해줄 유일한 희망이다. 그래서 베어타운의 대다수 어른과 선수들은 하키에 자꾸만 의미를 부여한다. 그 의미가 커져 베어타운을 견고하게 해줄 힘이 되고, 자신들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가치가 되면 나머지는 이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하키만이 유일한 길이고 이를 훼방 놓는 것은 곧 반역이자 증오의 대상이다. 하키는 그들을 묶어주는 연결고리다. 그래서 자신이 소속된 그룹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가족을 위해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아픔을 감추기 위해 그들은 온몸을 내던져 몰입한다.


어느 날 야밤에 한 십대 청소년이 쌍발 산탄총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것은 어쩌다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 도입부에 등장하는 이 문장은 베어타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쩌다 그런 사건이 발생했는지를 보여준다. ‘하키만을 바라보던 작은 지역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총성이 울렸을까 하는 궁금증은 등장인물 개개인의 사연이 소개될 때마다 더해져 간다. 어쩌다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키밖에 모르던 적막했던 베어타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런 호기심은 누가 누구에게에서 어떤 사건으로 인해 벌어지는 파급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로 옮겨갔다.


저자는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다채로운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어쩌다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인물 하나하나에 애정을 갖고, 이야기를 세심하게 구성했다. 물음을 쫓아가는 과정에서 그들의 마음속에 들어가 보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누군가의 용기에, 누군가의 인내에 응원을 보내기도 하고, 답답한 상황에 주먹을 쥐게도 만든다.


소설의 중반부, 대다수 사람의 선망을 받던 케빈이 일을 저지른다. 어떠한 말로도 변명이 될 수 없는 그 사건은 사람들을 두 갈래로 나누어 놓는다. 그를 옹호하는 자들과 그의 잘못을 용납할 수 없는 사람들로어떤 아이들은 그들이 경의를 표하는 이가 몰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것은 비단 아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러한 점들은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욕망이 모여 다수가 되었을 때 그것이 가지는 위험성을 보여준다. 케빈이 저지른 사건으로 인해 이러한 요소들이 폭발하게 된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선택의 기로에서 무엇을 선택할지는 결국 인간의 몫이다. 사건이 터졌을 때 누군가는 하키 탓을 한다. 하지만 하키는 하키일 뿐이다. 이것이 죄를 짓는 것이 아니다. 결국에 죄를 짓고 이로 인한 결과를 끌어안아야 하는 건 인간이다.

어른들의 이기심이 아이들의 어깨에 과도한 짐을 지웠고, 그들은 이기는 싸움만 배우게 된다. 이기지 못하면 낙오자가 된다. 하지만 승리를 거두면 뜨거운 찬사와 면죄부를 받는다. 피해자가 드러내는 상처는 폄하되고, 진실은 위협받는다. 그 일에 연관된 이들이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지를 알 수 있었다. 눈 쌓인 추운 베어타운에 눈보라가 휘몰아치듯 사건은 각 개인들의 일상을 뒤흔든다.  


저자는 베어타운에 찾아온 비극적인 사건 속에서 어떤 길을 가고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소재만 다를 뿐이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도 이러한 대립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소설 속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의 일상에 수많은 물음을 제시한다.  


P98 “문화로 말할 것 같으면 어떤 걸 허용하는가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게 어떤 걸 권장하는가지.”


하키 코치 수네가 다비드에게 하키장 플래카드에 쓰인 공동체, 가치, 문화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다. 수네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동체를 이루고, 가치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권장하는가가 중요하단 걸 설명한다. 이 구절이 소설 대부분을 관통하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내내 제시했던 삶에 대한 물음들은 결국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걸 권장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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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보는 난중일기 (학생용)
이순신 지음, 노승석 옮김 / 도서출판 여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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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전 함부르크를 여행하면서 해양 박물관에 갔었다. 그곳에서 모 기업이 기증한 거북선 모형을 봤다. 다른 나라의 배 모형들 사이에서 거북선을 봤을 때 느꼈던 뭉클함과 벅찬 마음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게 큰 크기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내게는 형상이 장대(張大)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아마도 거북선이 내포하는 의미가 내 마음 속에서 커다랗게 자리함이 아니었을까.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 영웅.” 우리나라에서 영웅, 위인을 뽑으라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 충무공 이순신. 몇 세기가 흐른 지금까지도 이름을 떨칠 만큼 그의 존재는 우리 가슴 속 깊이 각인 되어져 왔다. 임진왜란이 종전(終戰)된지 400여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 도처에서 충무공 이순신의 발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조선을 지킨 바와 같이 서울 광화문 광장을 수호하듯 자리한 이순신 동상이 그러하고, 현충사가 있는 충남 아산, 관련 유적과 사료 등이 많은 전남 지역들 등이 있다. 이렇듯 수세기가 흐른 지금도 우리는 그의 존재를 기억하고자 한다.


 난중일기를 읽기 전에는 전쟁 중에 지휘관이 당시의 전황을 담아낸 일기라는 점에서 그의 강인함과 용맹함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가장 컸다. 글을 읽을수록 그는 강인할 뿐만 아니라 섬세하고 감성적인 사람이었다. 서슬퍼런 칼날들이 자신을 겨냥하는 전장 한복판에서 그가 느꼈던 수많은 감정들과 그가 짊어졌을 나라에 대한 고뇌의 무게는 내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당시 참담하게 무너져갔던 조선을 지키기 위해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은 거친 물살을 헤치며 차디찬 바다로 나아갔다. 수많은 적군들이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며 다가오는 그 순간에도 그는 물러섬이 없었다. 뛰어난 전술과 리더십으로 적군을 격파하며 조선 앞바다를 지켜냈다.

 이순신 장군은 임금과 나라를 걱정하는 충신이었다. 그랬기에 전쟁에서 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웠다. 적의 침략에 대비해야 했던 그는 매일 이를 기록하는 일기를 써왔다. 그는 철저했고, 치밀했다. 수군을 지휘하는 장군이었기에 날씨에 예민했고, 그 곳의 지형을 파악하는데 힘썼다. 이러한 점들이 전장에서 그의 기개를 드높일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는 그에게 당시의 상황은 참으로도 무심했다. 조정 대신들의 악독함과 간사함, 그를 시기 질투하는 어리석은 이들의 모습은 분노를 자아냈다. 그 당시의 그는 많이도 외롭고 힘든 싸움을 했어야만 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 속에서도 그는 자신을 다독이며 감내했다.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라는 말을 남겼듯이 그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일에 일말의 후회도 없이 나아갔다. 그리고 차가운 바다 위에 그의 마지막 숨결을 남겼다.

 그는 강인하면서도 마음 따뜻한 사람이었다. 잘못된 일에는 단호하게 행동하는 엄격함을 보였지만, 부하들의 안위와 끼니를 걱정하는 자비로운 장군이었다. 전란으로 인한 굶주림과 가난한 백성들을 걱정했으며, 날씨가 좋지 않을 때 농민을 걱정하는 인자하신 분이셨다. 또한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가족을 걱정하는 노모를 둔 아들이자, 세 아이의 아버지였다. 특히 어머니에 대한 걱정과 염려를 드러내는 가슴 따뜻한 아들이었다. 인편을 통해 노모의 안부를 전해 들었고, 직접 찾아뵈지 못할 때의 죄송함으로 마음 아파했다. 특히 어머니의 부고를 전해들은 뒤에 가슴 찢어지는 감정은 형언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나라에 대한 염려를 드러내는 구절은 읽는 이에게까지 그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아침저녁으로 그립고 원통한 마음에 눈물이 엉겨 피가 되건마는, 하늘은 어찌 아득하기만 하고 내 사정을 살펴주지 못하는가. 왜 어서 죽지 않는 것인가.”-1597.05.06 그리고 그의 애통한 마음은 아들의 전사 소식을 들은 후에 더 심화된다. 하늘이 어찌 이다지도 인자하지 못하신고. 간담이 타고 찢어지는 듯하다.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이치에 마땅하거늘, 네가 죽고 내가 살았으니, 이런 어긋난 이치가 어디 있겠는가. 천지가 캄캄하고 해조차도 빛이 변했구나. 슬프다, 내 아들아! (중략) 내 마음은 죽고 형상만 남은 채 부르짖어 통곡할 따름이다. 하룻밤 지내기가 한 해를 지내는 것 같구나.”-1597.10.14

 

 글을 읽으면서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그의 필력(筆力)이었다. 전장을 호령했던 장군으로서 그의 무략(武略)’이 뛰어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문식(文識)’ 또한 뛰어났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깨달았다. 그는 문무를 겸비한 장군이었고, 이러한 점들은 그가 남긴 일기와 시를 통해 드러났다. 아마 현세에 태어났었다면 뛰어난 문학가가 되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유려한 문체로 그는 전장의 한복판에서 보고 느낀 모든 것들에 대해 기록했다. 일기란 것은 원래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그가 남긴 난중일기는 사적인 영역을 넘어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기록물이다. 장군이자 조선의 백성으로서 삶을 살았던 그의 일기를 통해 당시의 역사적 흐름과 세태의 민낯을 들여다볼 수 있으며, 당시의 사회적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각 시대는 그 나름대로의 어려움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갈 돌파구와 이를 이끌어줄 누군가를 원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하게 하늘에서 메마른 땅에 단비를 내려주듯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이순신 장군의 철저한 준비성과 적장에 나아가는 병사를 다독이고 이끄는 리더십을 통해 우리에게 직면한 많은 난관을 극복할 배움을 얻어야한다. 그러한 가르침은 각자 삶의 역사를 써나가는 개개인에게도 기억되어야할 자산이다.

그가 남긴 역사의 숨결은 지금도 푸른 바다 위에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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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그리는 무늬 - 욕망하는 인문적 통찰의 힘
최진석 지음 / 소나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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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 스스로 자() 높은 존(). 나를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

요즘 자존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서점가에서는 자존감 관련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이를 주제로 강연하는 곳도 늘었다. 자존감 높이기, 나를 사랑하기, 상처받지 않기 등과 같은 주제는 현대인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자신의 삶과 인간관계 속 에 대한 존재의 결핍과 공허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한다.

 

 취업난, 경제난 등 지금 사회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해 나는 더 많은 경험과 지식을 축적해야 한다고 믿었다. 예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여러 사회 구조와 가치관 사이에서 혼란을 느꼈고, 이 과정에서 나만의 신념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가진 지식의 범주를 넓히고, 삶을 영위하는데 탄탄한 토대로 삼기 위해 독서 범위를 넓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인간이 그리는 무늬라는 책을 접했다. 맨 처음에는 제목에 끌려서 선택했고, 두 번째는 나의 욕망에 집중하라라는 말이 좋아서 골랐다. 단순하게 인문 서적을 읽는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이 책은 질문을 던졌다. 너는 어떻게 살고 있냐고. 너는 어떻게 생각하며 사냐고. 이 책은 내가 가진 생각들을 뒤바꿔 놓았다. 어쩌면 여러 지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오히려 무언가를 제대로 보는 걸 방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프랑스 시인이자 평론가였던 폴 발레리가 한 말이 생각났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점점 현실에 안주하며 생각이 굳어진 채로 사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똑바로 마주하며 내 생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테니까.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난 저자가 던진 질문에 적잖이 당황했다. 나의 대답이 나에게 실망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그의 말처럼 나는 정치적 판단으로 세상을 판단하며 살았다. 어떤 현상에 대해 답하는 거에 익숙했지만 질문을 던지는 일은 극히 적었다. 어떤 사건에 대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을 때 왜 바뀌었는지 물음을 던지기보다는 그저 있는 그대로 수용했었다. 내가 가진 다듬어지지 않은 가치관과 신념 등으로 세상을 판단했었는데,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러한 점들이 무언가를 보는데 편견을 갖게 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색안경을 끼고 보게 했다. 미의 기준도 그러했다. 저자의 말대로 세상이 만들어놓은 기준에 내가 일조한 바는 없다. 그들이 만든 기준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그들이 만든 잣대에 따라 나를 맞출 이유가 없다. 그에 적합하지 않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도 기분 나빠할 이유도 없다. 세상이 만든 척도에 누군가 나를 평가하려 할 때 당당하게 그것은 내가 추구하는 바가 아니라고 말할 용기가 필요하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원하는 가치에 도달하려 노력하고, 그에 상응하지 못했을 때 열등감이나 불행함을 느낀다. 내가 무얼 하고 싶고, 내가 바라는 게 무엇인지조차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 안에서 고른다면 내 존재는 한없이 작아지리라. 하지만 자신의 고유한 욕망에 집중하고, 보편적인 틀을 벗어난 자아만이 아무 편견 없이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제대로 만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오직 나의 욕망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저자는 노자를 예로 들어 이를 설명한다. 노자는 사회의 건강성이 개별적인 존재가 얼마나 자율성을 부여받고 얼마만큼의 자발적 생명력이 허용되는가에 달려있다고 한다. 저자의 말처럼 사회나 조직 내에서 자기 고유함을 드러내기 어렵다. 커다란 조직 안에서 우리는 개개인보다 익명성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기 위해서는 욕망에 집중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상상력과 창의성의 발휘는 자신의 욕망에 귀 기울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자기화하여 자신만의 장르를 만들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나 다 갖고 있다. 문제는 나를 변화시키고, 변화한 나를 받아줄 사회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준비가 되었는데 사회가 이를 받아주지 못한다면 바라는 바가 충족될 수 없다. 사색하는 힘을 갖고 문제의식을 함양하며, 사람들에게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말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한다.

 

 물론 나는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정 부분 내 삶에 변화를 불러일으켰으며, 살면서 상기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는 데에 동의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건 없는 수용이 아니라 비판적인 태도다. 무언가를 접할 때 본질 그대로를 들여다보는 눈과 그 자체로 파악하는 눈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 자신의 삶을 즐길 권리가 있고, ‘로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우리는 이를 지켜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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