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그리는 무늬 - 욕망하는 인문적 통찰의 힘
최진석 지음 / 소나무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자존, 스스로 자() 높은 존(). 나를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

요즘 자존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서점가에서는 자존감 관련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이를 주제로 강연하는 곳도 늘었다. 자존감 높이기, 나를 사랑하기, 상처받지 않기 등과 같은 주제는 현대인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자신의 삶과 인간관계 속 에 대한 존재의 결핍과 공허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한다.

 

 취업난, 경제난 등 지금 사회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해 나는 더 많은 경험과 지식을 축적해야 한다고 믿었다. 예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여러 사회 구조와 가치관 사이에서 혼란을 느꼈고, 이 과정에서 나만의 신념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가진 지식의 범주를 넓히고, 삶을 영위하는데 탄탄한 토대로 삼기 위해 독서 범위를 넓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인간이 그리는 무늬라는 책을 접했다. 맨 처음에는 제목에 끌려서 선택했고, 두 번째는 나의 욕망에 집중하라라는 말이 좋아서 골랐다. 단순하게 인문 서적을 읽는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이 책은 질문을 던졌다. 너는 어떻게 살고 있냐고. 너는 어떻게 생각하며 사냐고. 이 책은 내가 가진 생각들을 뒤바꿔 놓았다. 어쩌면 여러 지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오히려 무언가를 제대로 보는 걸 방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프랑스 시인이자 평론가였던 폴 발레리가 한 말이 생각났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점점 현실에 안주하며 생각이 굳어진 채로 사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똑바로 마주하며 내 생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테니까.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난 저자가 던진 질문에 적잖이 당황했다. 나의 대답이 나에게 실망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그의 말처럼 나는 정치적 판단으로 세상을 판단하며 살았다. 어떤 현상에 대해 답하는 거에 익숙했지만 질문을 던지는 일은 극히 적었다. 어떤 사건에 대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을 때 왜 바뀌었는지 물음을 던지기보다는 그저 있는 그대로 수용했었다. 내가 가진 다듬어지지 않은 가치관과 신념 등으로 세상을 판단했었는데,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러한 점들이 무언가를 보는데 편견을 갖게 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색안경을 끼고 보게 했다. 미의 기준도 그러했다. 저자의 말대로 세상이 만들어놓은 기준에 내가 일조한 바는 없다. 그들이 만든 기준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그들이 만든 잣대에 따라 나를 맞출 이유가 없다. 그에 적합하지 않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도 기분 나빠할 이유도 없다. 세상이 만든 척도에 누군가 나를 평가하려 할 때 당당하게 그것은 내가 추구하는 바가 아니라고 말할 용기가 필요하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원하는 가치에 도달하려 노력하고, 그에 상응하지 못했을 때 열등감이나 불행함을 느낀다. 내가 무얼 하고 싶고, 내가 바라는 게 무엇인지조차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 안에서 고른다면 내 존재는 한없이 작아지리라. 하지만 자신의 고유한 욕망에 집중하고, 보편적인 틀을 벗어난 자아만이 아무 편견 없이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제대로 만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오직 나의 욕망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저자는 노자를 예로 들어 이를 설명한다. 노자는 사회의 건강성이 개별적인 존재가 얼마나 자율성을 부여받고 얼마만큼의 자발적 생명력이 허용되는가에 달려있다고 한다. 저자의 말처럼 사회나 조직 내에서 자기 고유함을 드러내기 어렵다. 커다란 조직 안에서 우리는 개개인보다 익명성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기 위해서는 욕망에 집중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상상력과 창의성의 발휘는 자신의 욕망에 귀 기울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자기화하여 자신만의 장르를 만들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나 다 갖고 있다. 문제는 나를 변화시키고, 변화한 나를 받아줄 사회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준비가 되었는데 사회가 이를 받아주지 못한다면 바라는 바가 충족될 수 없다. 사색하는 힘을 갖고 문제의식을 함양하며, 사람들에게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말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한다.

 

 물론 나는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정 부분 내 삶에 변화를 불러일으켰으며, 살면서 상기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는 데에 동의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건 없는 수용이 아니라 비판적인 태도다. 무언가를 접할 때 본질 그대로를 들여다보는 눈과 그 자체로 파악하는 눈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 자신의 삶을 즐길 권리가 있고, ‘로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우리는 이를 지켜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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