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어느 순간 마법 같은 일이 벌어져도 그리 놀랍지 않을만큼 신비로운 분위기가 흐르는 소설이다. 이야기의 흐름도 그렇지만 이야기가 펼펴지는 배경 역시 이 세상에 존재할 것 같지만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알로라라는 섬마을이 배경이다. 이야기는 이 곳 알로라에서 만난 이 세상에서 정말 외로운 알베르토라는 노인과 역시 외로운 어린 소년 티토, 그리고 신비한 새 피아가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우정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알로라는 날아다니는 물고기로 유명한 마을이지만, 사실 몇 십 년 전 전염병이 마을 사람들을 죽음의 길로 이끈 휩쓴 마을이었다. 그 때 알베르토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모두 잃고, 목수에서 관을 짜는 일로 직업을 바꾸게 된 이후로 이웃들과의 교류도 별로 없이 묵묵히 죽은 사람들의 마지막 안식처가 될 관을 만드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 세상 홀로 존재하는 듯한 알베르토에게 어느 날 우연히 작고 작은 소년인 티토가 오게 된다. 티토는 알 수 없는 사연을 지닌 채 이 마을에 온 후 죽음을 맞이한 보니토 양의 아들이었다. 보니토 양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기며 직접 관을 만들어주고 묻어준 이가 알베르토이다. 그리고 티토와 그의 엄마인 보니토양은 그들을 소유물로 여기는 무시무시한 아빠를 피해 이 곳 마을까지 도망쳐 왔고, 은밀한 피난처에서 아무도 모르게 외따로 지내던 중 엄마의 죽음으로 티토는 홀로 지내고 있었다. 이런 티토를 알베르토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따뜻한 마음으로 티토를 품게 된다. 가족을 잃은 노인과 엄마를 잃은 어린 아이가 만나 서로를 의지하며 추운 겨울을 오랫만에 따뜻한 온기를 품은 집에서 지나게 된다. 하지만 끈질기게 아들을 찾아내려는 보니토는 결국 아들을 찾아내게 되고, 그의 무서운 손길을 피해 알베르도와 티토, 그리고 피아는 마을을 떠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게 된다.
이야기는 삶과 죽음의 연결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데 매력이 있다. 죽은 나무를 새로운 생명을 지닌 다양한 물건으로 만들던 목수가 죽은 사람들을 위한 관을 만드는 일을 하는 것도, 죽어서 들어가는 관이 어느새 살기 위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관으로 바뀌는 것도, 늘 죽음과 죽은 사람들을 옆에 두고 생활하던 알베르토였지만 티토로 인해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변하는 등 우리에게 있어 삶과 죽음은 자연스럽게 교체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작가의 첫 장편소설인 "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은 어린이들의 입장에서는 무서운 아버지를 피해 살아가는 티토의 마음에 동화되어가며 손에 땀을 쥐며 책의 이야기를 쫒아갈 것이고, 아이를 둔 부모입장에서는 알베르토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몽환적이고 마술적인, 신비로운 느낌의 이 이 소설을 통해 슬픔으로 그늘진 곳에서도 빛나는 희망을 느끼며 이야기 속에 흠뻑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