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잠자리에 눕고 눈을 감으면 마음이 설렜다. 오늘은 어떤 꿈을 꾸게 될까?
꿈 속에서 나는 하늘을 날고, 악당들에게 쫓기지만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도망을 치다 악당들을 물리치거나 잘 따돌려 결국에는 안전한 곳에 도착하게 된다. 꿈 속에서는 직업도 수시로 바뀌고, 바다에도 가고, 땅 속으로도 들어가며 가고 싶은 곳 어디든지 다녔다. 그래서 “이불 바다 물고기 ” 책을 보면서 이야기 속 해성이가 꾸는 꿈을 따라가면서 어릴 적 꾸던 꿈 속의 꿈들이 생각났다. 나는 꿈 속에서 모험을 했지만, 작가는 꿈 속에서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그리운 사람을 만나게 해 준다.
해성이는 두 달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립다. 그래서 자유로운 물고기가 되었을 때 제일 먼저 할머니를 만나러 가기로 결심을 한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것들과 함께. 할머니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가족들과 동네 분들은 그런 해성이에게 할머니를 위한 선물을 준비한다. 살아 생전 드리지 못해 미안한 마음과 아쉬움을 함께 담아.
우여곡절 끝에 해성이가 만난 할머니는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그런 할머니를 만난 해성이는 할머니와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고 어느 순간 다시 사람으로 돌아와 이불 속에 수 놓아 진 할머니 물고기를 가만히 만져보며 할머니의 따뜻함을 느낀다.
죽음에 대한 큰 두려움은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죽으면 하늘 나라에 가는 걸까? 다른 모습으로 태어날 수도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상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 동화도 죽음이 단지 끝이 아님을 보여준다. 현실 속에 존재하는 물리적 죽음은 삭막하기 그지 없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우리 할머니가 아주 먼 곳에 가 계시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이불 안에, 하늘색 비늘을 반짝이는 물고기로 함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어린 아이들은 이불이나 베개를 애착 물건으로 아끼는 편인데, 이불 위, 커다란 바위 옆에 하늘색 비늘을 반짝이는 할머니 물고기로 있는 우리 할머니라니.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이 한층 더 따뜻하게 느껴질 것 같다. 아이들이 보면서 행복해 질 수 있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게 이 동화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동화를 읽으니 동화는 이런 힘이 있구나 싶다. 마음껏 상상하여 만들어 낸 세상이 참 따뜻하다. 귀여운 삽화와 글밥이 함께 잘 어우러진 귀여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