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르크스의 생태학 - 유물론과 자연
존 벨라미 포스터 지음, 김민정.황정규 옮김 / 인간사랑 / 2016년 4월
평점 :
"우리는 오직 하나의 과학, 즉 역사의 과학을 알 뿐이다. 역사는 두 측면에서 살펴 볼 수 있다. 역사는 자연의 역사와 인간의 역사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측면은 분리된 독립체로 간주될 수 없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자연과 인간은 상호 영향을 끼친다."
이것은 맑스와 엥겔스의 <독일 이데올로기> 도입부에 나오는 문장이다. 그런데 현재 한글로 번역된 <독일 이데올로기>에는 이 문장이 나오지 않는다. 이 문장은 수고에 있지만 맑스가 삭제선을 그어놓아서 오랫동안 수고를 재현한 출판본에서는 누락되어 있었던 것이다. 1970년대 이후 나온 맑스 엥겔스 전집판에서 비로소 이 문장이 온존히 포함되었다.
이 문장에는 맑스의 번득이는 사고, 그리고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다른 사고가 등장한다. 서구 맑스주의 흐름은 상당수 맑스의 사상을 사회, 역사 영역에 국한시키고, 자연과 사회 사이의 연관, 사회의 자연에 의한 규정을 부정하였다. 더 나아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접목시키고 이 두 영역을 아우르는 방법론을 추구하는 것은 맑스에 대한 모욕이자 부르주아적 방법론인 실증주의를 사회과학에 침범시키는 것으로 비판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일종의 "목욕물을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리는 것"이었고, 맑스 본연의 사상과도 배치되는 것이었다.
포스터의 <마르크스의 생태학>은 이런 잘못된 맑스주의 이해를 극복하고자 한다. 포스터는 이렇게 말한다. "1920년대에 마르크스주의 안에서 실증주의의 영향은 더욱 더 분명해졌으며, 이것은 루카치, 코르쉬, 그람시와 같은 서구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반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러한 사상가들과 그 후 프랑크푸르트학파가 마르크스주의로 실증주의가 침투하는 것에 저항했다 하더라도, E. P. 톰슨이 강조했던 것처럼 이를 위해 그들은 “아주 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관념론식 이론적 실천에 갇혀있는 마르크스주의 인식론의 유행”을 위한 길을 열었다." 이 책의 강점은 맑스의 유물론적 역사관은 시종일관 유물론적 자연관과 결합되어 있었음을 일관되게 강조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