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모든 것은 피코테슬라의 자기력으로 귀결된다'와 같은 덧붙임이 마음의 거리감을 유발하지만, 막상 읽으면 책의 쪽수만큼 친절히 설명해놓았기 때문에 오... 하면서 읽을 수 있다.
목차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과거의 이야기에서부터 디지털 문명을 일군 현재의 이야기까지 적혀있다.
동료 과학자와 산책하다가 나무를 보고 갑자기 아하!하고 새로운 뇌 이론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일화에서 과학자들은 다 이런가...?하는 다른 종족을 보는 듯한 생경함과 외경심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게 그저 우연이 아니고 끊임없는 반복과 노력의 결과였지만, 일단 그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에너지가 지식으로 소산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이 책을 읽고 한 사람은 하나의 세계라는, 내 신념(?)은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말이 더 맞는 말 같아졌다.
사실 예전부터도 이 말이 하나의 비유이기도 하지만 엄밀한 의미의 맞는 말이라고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나의 뇌가 할 수 있는 일, 뇌의 메커니즘이 정말 하나의 세계 같은 것이 아니라 말그대로 하나의 세계 그 자체라서.
인간이 추측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정교하게 굴러가는 생명체 메커니즘을 보고(사실은 읽고) 있자면 정말 환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걸 추측해내가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
한편 이건 좀 주제를 벗어난 이야기지만... 한국에서 택시 기사님과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부푸신 교수님이 마치 외계인 우주선 같은 최첨단 시스템 때문에 이야기를 못 나누신 일화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다르게 보면 택시 기사님은 손님을 접대해야 하는, 인간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에너지를 소모해야하는 의무에서 벗어났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시스템의 원래 목적은 외국인 손님이 요금을 바가지 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일 테다. (다음에는 통역과 함께 일반 택시를 타보세요)
아무튼 내가 모르는 세계의 원리를 읽는 느낌이 흥미로운 책이었다.
생명체와 우리의 뇌 작동원리와 최신 뇌 이론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책 내용과 커다란 상관은 없지만 내가 마음에 들었던 구절을 메모하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