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세계 - 인간 우주의 신경생물학적 기원
미겔 니코렐리스 지음,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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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교양서... 어렵지만 재밌다.

이런 교양서를 읽다보면 남이 연구한 세계의 원리와 비밀을 꽁으로 습득하는 기분이 든다. (맞지만)

내 전공으로 하라면 머리를 쥐어뜯겠으나... 이렇게 교양 서적을 읽는 것만으로 세계의 원리를 알아가는 기분을 내는 건 정말 이득인 것 같다.

다만 이번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 책이 약 600쪽이었다는 건데.

인간적으로 인터넷 서점에서 책 살 때 500쪽 이상되는 책은 '이 책은 500쪽이 넘습니다. 정말 사시겠습니까?'라는 안내문구를 띄워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사다보면 생각보다 쪽수가 적거나 많아서 놀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물론 농담이다.

바쁜 시기에 읽기에 적당한 양은 아니었지만, 열심히 읽다보니 생각보다 빨리 읽었다.

그리고 읽어보니 정말 뇌와 세계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 뇌의 관점에서 보는 종합세계세트 같은 느낌이라 이 정도 분량은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은 내가 정말 제목에 썼던 것처럼 전지적 뇌의 시점으로 뇌와 세계를 바라보는 이야기였다.

저자가 연구한 최신 뇌 이론과, 그 이론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그 전의 뇌 이론들과 기타 연구자들의 연구 내용 등), 이를 바탕으로 한 뇌와 세계에 관한 설명이 주를 이룬다.

인류의 뇌가 발달한 과정이 흥미로웠고, 집단 지성을 이용하는 유기 컴퓨터라는 관점으로 우리의 뇌를 바라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우리의 뇌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들의 작동 방식도)



특히 브라질 월드컵 개막식 이야기는 머리말에도 나오는 부분인데, 정말 인상 깊고 환상적인 책 도입부였다.

그 부분을 읽으면 정말 책에 관한 흥미가 확 생긴다.


'결국 모든 것은 피코테슬라의 자기력으로 귀결된다'와 같은 덧붙임이 마음의 거리감을 유발하지만, 막상 읽으면 책의 쪽수만큼 친절히 설명해놓았기 때문에 오... 하면서 읽을 수 있다.

목차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과거의 이야기에서부터 디지털 문명을 일군 현재의 이야기까지 적혀있다.

동료 과학자와 산책하다가 나무를 보고 갑자기 아하!하고 새로운 뇌 이론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일화에서 과학자들은 다 이런가...?하는 다른 종족을 보는 듯한 생경함과 외경심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게 그저 우연이 아니고 끊임없는 반복과 노력의 결과였지만, 일단 그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에너지가 지식으로 소산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이 책을 읽고 한 사람은 하나의 세계라는, 내 신념(?)은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말이 더 맞는 말 같아졌다.

사실 예전부터도 이 말이 하나의 비유이기도 하지만 엄밀한 의미의 맞는 말이라고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나의 뇌가 할 수 있는 일, 뇌의 메커니즘이 정말 하나의 세계 같은 것이 아니라 말그대로 하나의 세계 그 자체라서.

인간이 추측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정교하게 굴러가는 생명체 메커니즘을 보고(사실은 읽고) 있자면 정말 환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걸 추측해내가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

한편 이건 좀 주제를 벗어난 이야기지만... 한국에서 택시 기사님과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부푸신 교수님이 마치 외계인 우주선 같은 최첨단 시스템 때문에 이야기를 못 나누신 일화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다르게 보면 택시 기사님은 손님을 접대해야 하는, 인간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에너지를 소모해야하는 의무에서 벗어났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시스템의 원래 목적은 외국인 손님이 요금을 바가지 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일 테다. (다음에는 통역과 함께 일반 택시를 타보세요)

아무튼 내가 모르는 세계의 원리를 읽는 느낌이 흥미로운 책이었다.

생명체와 우리의 뇌 작동원리와 최신 뇌 이론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책 내용과 커다란 상관은 없지만 내가 마음에 들었던 구절을 메모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물리학 그 자체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저 밖에 존재하는 자연계에 대해 지금까지 가장 정확한 설명을 제공하는 인간의 정신적 구성물을 모아놓은 집합체만 존재할 뿐이다.

『뇌와 세계』 p.26





*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물리학 그 자체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저 밖에 존재하는 자연계에 대해 지금까지 가장 정확한 설명을 제공하는 인간의 정신적 구성물을 모아놓은 집합체만 존재할 뿐이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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