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 작가의 『시간의 감촉』은 지나간 시간이 사람의 몸과 관계 속에 어떤 감각으로 남는지를 조용히 따라가는 소설이다.60대 자매 안나와 경선은 같은 해에 태어났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고, 경선의 수술과 간병을 계기로 다시 서로의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읽으면서 가장 오래 남았던 건 가족이라는 관계의 묘한 거리감이었다.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모른 척했던 감정들, 오래 지나서야 겨우 보이는 마음들이 있다. 이 소설은 그 마음들을 과하게 설명하거나 억지로 화해시키지 않아서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시간은 단순히 기억에만 남는 것이 아니라 몸에, 말투에, 관계의 틈에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희경 작가의 문장은 여전히 무심한 듯 섬세하고, 차가운 듯 오래 마음에 남는다.『시간의 감촉』은 제목처럼 시간에도 감촉이 있다면 어떤 느낌일지 조용히 만져보게 하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