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통일 세대 - 미래 세대를 위한 북 바로 알기
김이경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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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지향하는 시민의 입장에서 북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어느 정도일까? 


정전 70년이 넘어서는 오늘날의 한국과 북한은 여러 가지에서 이질적인 사상과 체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통일을 이야기하지만 단지 같은 뿌리를 가진 민족이라는 이름만으로는 너무 멀리 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 책을 선택한 시작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당혹스러움이 묻어났다. 

불편하고 꺼짐직한 무언가가 스멀거린 때문이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해 보니 이 책은 이제까지 북한에 대해 다루는 책들이 가진 기본적인 정형률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양비론이다. 


내가 이제까지 읽었던 북한에 관한 책들은 대부분 ‘북한은 이러한데 이것은 이렇다.’라는 해설이 들어있다. 그 해설이란 북한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우리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양비론적 해석이다. 그 때문에 북한에 대한 책들은 대부분 우리 체제의 우월함을 느끼게 만들고 불쌍한 북한 주민을 위해서라도 통일을 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생각을 이끈다. 


그런데 이 책은 ‘북한은 이러하다.’로 끝이 난다. 게다가 북한에서의 ‘이러한 정책, 이러한 사례는 주민에게 호응을 받았다. 또는 성공했다.’ 식으로 그 현상을 적어낸다. 

이러한 표현은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느꼈던 당혹스러움과 불편함의 정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의 주적이며 불바다 발언과 비이성적이고 색광에 불과한 지도자들의 모습만이 북한의 진실된 면모라는 시각으로 긴 시간을 살아온 대한민국인에게 양비론이 없는 이 책은 너무도 큰 도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동안 생각난 것은 ‘찬양, 고무’와 같은 국가보안법이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국가를 이룬다는 것은 참으로 거창한 노릇이 아닌가? 

천하의 폭군으로 알려졌던 연산군도 굶주리는 백성을 걱정하였다는 신록의 기록이 있다고 하고, 잔혹한 독재자이며 친일 매국노였던 박정희도 부패한 정권을 이끌면서도 경제 발전을 도모했다. 


그렇다면 색광이며 절대적 군주로 알려진 북한의 지도자들은 국가를 이루기 위한 어떤 행위도 도외시 한 채 단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주민들의 고혈만 짜내며 살아왔을까? 


이 책은 적대적 관점의 대상에 대해, 우리가 당연히 여겼던 강요된 질서를 향해, 그곳의 삶을 아무런 해설 없이 북한 사람의 관점인 양 이야기한다. 

때로 일상생활에 대한 빈약한 한국과의 비교는 ‘이쪽은 이래요.’라는 이야기가 ‘이쪽이 조금 더 행복한 면도 있지 않나요.’라고 읽히는 경우도 있다. 보통의 다른 나라 소개 책이라면 무난히 읽힐 수 있는 부분도 북한의 이야기라면 읽으면서도 조심스러워진다. 


그 만큼 긴 세월 적대했던 곳이었고 받아왔던 교육의 농도도 짙기 때문이며 이국의 나라를 소개하는 책을 읽으며 즐거워하기보다 스스로 자기 검열을 가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의 백미는 참으로 재미있게도 역사적 맥락을 찾아가는 부분이다. 

더 정확히는 북한 성장 과정의 동력을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말에서 시작하는 부분이다. 이런 말들을 보면 처음에는 ‘이건 교시 아닌가? 작가가 너무 대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료적인 관점에서는 그게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정책의 시작을 대통령 또는 정치인으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그것을 인용할 때는 그들의 경축사 등에서 그 원료를 끄집어내는 것이 통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 검열을 가진 자에게는 이런 부분을 읽으면서 왠지 가슴 쫄깃해지는 맛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런 감정들을 교차하며 책을 읽는 재미 같은 것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북한과 관련하여 읽어볼만한 책임은 분명한 것 같다. 


그것은 이 책의 기조 때문이다. 

이 책의 기조는 아주 단순하다.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겠다. 그리고 그 시선은 밝은 면을 비추겠다.’이다. 그 때문에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북한의 이야기를 들여다 볼 수 있다. 

북한이 얼마나 추악하고 잘못되었으며 폭발한 것만 같은 주민 불만과 그들의 처참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넘치고 넘치는 속에서 그나마 균형을 맞추어 비교해 볼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반공주의에 경도되었던 세대에게는 정말로 한번쯤 꼭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의 농도에서 자신의 자기 검열이 작동하는지, 만일 이 책이 적대적 대상의 국가가 아니라 이름 모를 어느 국가 소개 책이라 최면을 걸고 읽는다면 그것은 또 어떻게 읽힐지. 읽으면서도 이런 재미를 가진 책은 참으로 오랜만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북한의 밝은 면만을 조명한 이 책을 읽는다고 북한이 이상적 국가로 여겨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자유로운 학문의 추구가 가능하고 전 세계 모든 곳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으며 소리 높여 북한의 어둠을 이야기하는 새터민이 넘쳐나는 이 땅에서 그만한 분별을 하지 못할 사람이 있겠는가? 

내가 생각하는 상대의 모습만이 그것이라고 판단하는 우는 모든 전략의 실책으로 돌아오는 법. 상대의 모든 면을 있는 그대로 면밀히 분석해 볼 수 있는 자만이 나를 알고 상대를 아는 자로서 승리의 열쇠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통일을 생각하는 모든 세대에게 그 면을 다할 소중한 참고 자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런 사족마저도 오랜 기간 단련된 자기검열의 한 면일지도 모르겠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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