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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합격, 계급 - 장강명 르포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8년 5월
평점 :
나도 예전에 수많은 '자격'증 시험들을 보면서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걸 만든 익명의 출제자들은 과연 이 시험을 만들 '자격'이 있기는 한 걸까.
뭐 있으시겠지. 라고 대충 믿고
나도 평생 이 나라의 틀에 박힌 시험에 복종하며 살긴 했지만...
매년 뉴스에 신문에 문제가 이상하다며 오르내리는 걸 보면 매우 씁쓸하다.
그래서 이 책 엄청 재미있게 읽었고 공감되는 부분 너무 많았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과거제도 다름 아닌 제도들에 매달리는 사람도 많지만
자기만의 길을 찾아내고 발견해서 이렇게 나타나 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좋다. 이 책도 그렇게 탄생할 수 있었겠지.
박 회장과 강 대표는 낙선자들, 또는 고만고만한 신인들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사실 문학계에 있는 사람은 모두 그런 생각을 한다. 평범한 작가들의 범작 백 권, 천 권을 한데 모았다고 해서 그게 『햄릿』이나 『율리시스』가 되지는 않는다. 다른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림 백 점, 천 점을 모았다고 해서 그게 「모나리자」나「게르니카」보다 귀하다고 할 화가나 미술평론가는 없을 것이다. 예술가는 모두 근본적으로 엘리트주의자다.
그들은 현실을 몰랐고, 현실을 제대로 살피는 능력도 키우지 못한 인간들이었다. 그러니 사라진 명나라를 섬기기 위해 초강대국 청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자는 따위 헛소리를 진지하게 펼칠 수 있었을 것이다.
/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