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기분 - 인생의 맛이 궁금할 때 가만히 삼켜보는
김인 지음 / 웨일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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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기분>을 읽다가 참지 못하고 차를 내려왔다.

역시 책을 읽을 땐, 차가 필요하다. 차를 더 이리저리 살펴보고 맡아보고 느끼게 된다. 전보다 차를 마실 때 더 행복해졌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솟아나고 태풍이 휘몰아치고 전봇대가 휘어지고 염소가 날고 내 친구도 날고 하필이면 그때 헤어지자는 긴급 문자가 뜨더라도 차를 한번 마셨으면 흔들림 없이, 천천히 마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차를 편할 때 마시면 그런대로 좋지만, 편치 않을 때야말로 차를 마셔야 하는 적기라 할 만하다. 서럽고 분하고 눈물이 멈추지 않고, 일은 꼬이고 엉켜서 퇴로가 보이지 않을 때, 불쑥, 그러니까 불쑥 일어나 물을 끓이고, 어떤 차를 마실지, 어떤 찻잔을 쓸지, 신중히 결정한 다음, 무엇보다 차를 우리는 데 전력을 다하고, 우린 차를 흘리지 않게 조심해서 찻잔에 따르고, 차향을 맡고 차를 마시며, 찻잔의 기원이나 양식에 대해 골몰하는 이런 난데없는 허튼짓이, 불가피해 보이던 사태의 맥을 툭툭 끊는다. 내게는 걸레를 빠는 일이나 차를 마시는 일이나 다르지 않은데, 걸레를 빨아야 할 때가 있고 차를 마셔야 할 때가 있다. /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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