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좋은 일 - 책에서 배우는 삶의 기술
정혜윤 지음 / 창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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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세상 사이의 연결고리는 늘 책이었다. 나는 세상에서 늘 책으로 돌아갔다. 밤과 책의 위안으로 돌아갔다. 응답 없는 세상과 삶에 대한 고통스러운 사랑을 갖가지 아름다움으로 바꿔놓은 것이 책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나는 책이 날개를 펄럭일 때 떨어져 나오는 황금빛 가루에 의지하면서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르고, 스스로를 달래고, 은밀히 격려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더 버티고, 집요하게 미래를 위한 소원을 품고, 슬픔을 잠으로 바꾸고, 꿈을 꿨다. 그리고 세상으로 돌아갔다. /서문 중-

 

 

 

충동과 선택은 다르고 딴죽걸기와 비판적 사고는 다르고 트집과 저항은 다르고 실망과 절망은 다르고 억압과 자기절제는 다른 것이다. 둔감함을 초연함이라 하고 어떤 갈등도 피하느라 자기도 지키지 못하는 것을 착하고 성격이 좋다고 하면 곤란하다. 그저 그렇게 산 것을 평화로운 삶이라 부르고 게으름을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라고 부르고 가졌던 꿈을 포기하는 것을 철들었다고 부르면 곤란하다. 나르시시즘과 자기발견을 구별하지 못하고 자기만족과 자기를 좋아하는 것을 구별하지 못해도 곤란하다. 내가 남과 다르다는 것을 남에게 보이는 것을 개성인 줄 알아도, 우리의 허영심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을 문제가 많은 상황이라 불러도, 자신의 심리상태를 보편적, 윤리적 기준인 것처럼 주장해도 곤란하다.

 그렇게 될 때 마음은 자유롭기는커녕 뭔가 석연치 않거나 께름칙하기만 하다. 에이드리언 리치는 유연함이 없으면 지옥이라고 했지만 또 다른 지옥도 있다. 구별 능력이 없는 지옥이다. /본문 중

 

 

너무 공감해서 책 읽다가 박수칠 뻔했다.

(그건 그렇고) 책 읽는 동안 너무 좋았다. 따뜻했고 많이 공감했다. 나도 줄곧 책으로 돌아가는 사람이었다. 바쁜 와중에 거기서 도망치기 위해 책을 찾고, 시간이 남아돌아 뭘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책을 찾고, 마음이 안 좋아서 힘들 때도 책을 찾는다. 자주 이야기를 찾았다. 잠시나마 도망치려고 이야기를 찾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도망치려고 잡은 책 속으로 난 삶이 풍요로워졌다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다. 아마도 책을 덮고 잘 살아내기 위한 준비과정이었을까. 테리 이글턴의 말처럼 앞으로도 좋은 책을 많이 만나 내 삶을 더 풍요롭게 살아내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먹은 만큼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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