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피플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정세랑의 《피프티피플》을 읽었다.

작은 챕터 제목이 사람이름이라 처음엔 인터뷰집인가 했다.

인터뷰 읽는 걸 좋아해서 샀는데 인터뷰집은 아니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좋은 책을 읽었다는 기분이 오래간만에 들었다.

 

 

다들 채원을 두고 머리가 좋다고 말하지만 스스로는 효율적인 게 아닌가, 그렇게 여겼다. 효율적인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뇌였다. 적재적소에 귀신같이 배치된 사람들이 각자의 잠재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는 그런 뇌. 채원도 자신의 자리를 오래도록 탐색해왔다고 말할 수 있다. 아주 어릴 때부터 기다리고 찾았던 그 적소가 어쩌면 여기일지도 모른다고 최근에야 드디어 생각이 들었다. 쉬운 자리는 아니었다. 하중이 걸리는 자리였다. 하지만 채원은 스스로가 단단한 부품임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하중울, 타인의 생명이라는 무게를, 온갖 고됨과 끝없는 요구를 견딜 수 있는 부품이란 걸 어떤 자기애도 없이 건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손바닥 위의 티타늄 볼트를 내려다보듯이 아무렇지 않게 말이다. 어려운 구속에 놓여도 기능할 수 있는 조각이니까, 제 역할을 하겠다고 마음먹었고 실제로 해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태도는 언어가 아닌 형태로 채원의 머릿속 어딘가를 흐르고 있었다. 운동 선수가 결심을 매번 언어로 하지 않듯이. /p64 유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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