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활 건강
김복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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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건강이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했던 때가 있을까? 안 그래도 몸이 중요한 시대에 코로나가 기름을 부었다. 스스로를 돌아봐도 그렇다. 건강에 대해 이렇게까지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던 적이 있을까 싶다. 나이 듦을 새삼 실감한다. SNS에서 보이는 온갖 건강보조제품을 구매하고,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운동을 하고 있다. 운동하기 위해 사는 것처럼 모든 에너지는 운동에 집중되어 있다. 이런 걸 주객전도라고 하지.


암튼 내 개인의 삶이 이런 만큼 타인의 생활 건강도 매우 궁금해졌다. 그리하여 <<나의 생활 건강>>(김복희, 유계영, 김유림, 이소호, 손유미, 강혜빈, 박세미, 성다영, 주민현, 윤유나 저, 자음과 모음, 2021)이 10명의 시인들이 쓴 생활 건강 에세이라는 사실에 약간의 흥미가 생겼다.

시를 잘 읽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은 10명의 시인의 글을 (시가 아닌 산문으로) 한꺼번에 만날 기회를 갖기도 쉽지 않다. 또한 내 편견적 추측에 기반해 생각해보면 예술가들은 건강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삶을 살 것 같다. 물론 편견은 사실과 다르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은 작가는 매우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마라톤도 열심히...) 어쨌든 사실과 상관없이 내게 시인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숲의 정령 같은 존재다.


숲의 정령들이 항상 압축된 언어로 얘기하다 산문으로 '생활 건강'이란 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해졌다. 별 기대 없었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궁금증이 조금씩 커졌다.


시인들만의 뭔가 특별한 방식이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책을 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반전. 


일단 시인들의 자기소개부터 재미나다.

김복희 시인은 건강에 좋다고 2리터 물을 마시면서 동시에 술도 마신다.


"누차 강조하지만 술 마시는 틈틈이 물도 꼭 마시고 있다. 매사 이런 식으로, 그러니까 물과 술을 함께 마시듯이 살아가고 있다. (p.11)"


유계영 시인은 자신의 건강한 몸은 엄마 덕분이라 한다.


"거울 앞에 서면 알게 된다. 나를 사람 구실 하게 만들어준 이 멀쩡한 한 육체는 타인의 정성과 수고가 만든 것. 엄마의 토대가 아니었다면 나는 진작 비실비실 앓다 죽었을 거야. (중) 귀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이소호 시인은 참으면 병이 된다는 사실에 글을 쓴다.


"나는 어딘가에 털어낸다는 것으로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참으면 병이 된다'는 말씀을 지키지 않고, 나는 병이 되기 전에 꼭 어딘가에 쓰고 남겼다. " (p.68)


손유미 시인은 할머니의 사랑이 생활과 건강을 지켜준다고 한다.


"다만 내가 아는 건, 이 알 수 없는 사랑이 나를 생활하게 한다는 것. 이 사랑이 나의 살과 기립근을 이뤄 날 일으키고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을 때에도 아주 혼자는 아니게 한다는 것." (p.101)


성다영 시인은 고통이 귀찮아서 운동을 한다.


"나에게 고통이란 단지 귀찮은 것이다. 고통은 애가 해야 할 일을 방해한다. 그리하여 나는 고통을 느끼지 않기 위해 운동을 하는데 (중략).... 나는 책을 읽고 시를 쓰기 위해 운동을 한다." (p.145)


같은 재료가 주어져도 요리사에 따라 다양한 종류와 맛의 요리가 나오는 것처럼 같은 주제가 주어져도 쓰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글이 나온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가득한 책. 이 책은 다양함으로 아름답고 재미있다.


나도 나만의 생활 건강 이야기가 많다. 혈압을 낮추기 위해 살을 뺀 이야기, 식단을 다 바꾼 이야기, 푹 빠져있는 발레이야기 등.... 하나씩 시인들처럼 풀어가봐야겠다. 


문득 나를 구독하시는 작가님, 내가 구독하는 작가님들의 생활 건강도 궁금해진다. 


건강을 위해 어떤 걸 하고 계신가요?

생활 속 건강을 유지하는 팁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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