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루야마 겐지 작가의 글은 이 책, <<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한성례 옮김, 자음과 모음, 2021) 이 처음이었다. 작가도 처음, 소설도 처음이어서 낯설기도 했다. 이 소설은 소설이라기엔 짧은 문장과 나누어진 문단은 마치 긴 시를 읽는 듯하다. 이 형식은 마루야마가 개척한 "시 소설"이라는 형식이라고 한다. "시적인 문체에 영상적인 이미지를 바탕에 깔았다(p.274)"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위키에는 1943년 생으로 1966년에 데뷔작 <<여름의 흐름>>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았으며, 80년대 이후 여러 상의 수상자로 선정되었지만 수상을 거부했다고 소개되었다. 특이한 작가라 생각했다. 어떤 연유로 노 작가가 상을 거부하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2015년 경향신문에 게재 된 인터뷰(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508212156105)를 읽고 나니 작가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국가나 단체의 권력과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 자유로운 개인을 추구하는 작가였다. 그가 살아온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본다면 왜 그가 그렇게 권력과 권위에 대해 민감한지 이해된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약한 위치에서 사람들을 바라봄으로써 인간과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그린"다고 했다.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할 가치가 내게 있는가'라는 물음에 빠지게 되는 인물들을 통해서 그래도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것, 그쪽을 향하는 것이 문학"이라고 했다. 작가로서 독자들에게 어떤 것을 줄 수 있을지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소설을 읽고 나서 이 인터뷰를 보았는데, 소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달에 울다>>는 한 마을에 사는 소년의 성장기다. 소설에 나오는 그림 속의 법사, 그림 옆의 아이, 그리고 이 이야기를 말하는 화자는 모두 다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소설 속에서는 한 공간에 존재하지만 시간을 뛰어넘는 그림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의 내가 만나 함께 뒤엉켜있다.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보며 괴로워하고,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를 보며, 낯설어한다. 그 안에서 스스로를 바라보고, 관찰하고,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간다. 


주인공이 사는 마을은 시골의 작은 마을이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주인공의 아버지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야에코의 아버지를 죽인다. 아주 정당하다는 듯이. 아무도 그 불법적인 것과 부당한 것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을에서 야에코는 그림자처럼 살아간다. 주인공과 야에코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서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지만 뜨겁게 사랑한다. 주인공네와 야에코네는 둘 다 사과를 키운다. 탐스럽고 아름다운 사과. 칙칙한 마을과 정체된 시골의 삶에서 가장 향기롭고 아름다운 모습을 띄는 건 야에코네 사과다. 이 사과는 마치 에덴동산의 선악과 같다. 내 것이 될 순 없지만 아름 다고 향기로운, 절대 내 것이 될 수 없는 그런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주인공을 좋아하던 야에코는 어느 날 마을을 떠난다. 남은 사과들은 주인공이 키운다. 이제 사과는 야에코를 상징하지 않는다. 그가 원하는 이상적인 행복이다.  


어두운 밤에 모두를 지켜보며 혼자 외로이 떠있는 달은 주인공을 상징한다. 추운 겨울에 홀로 떠있는 달. 혼자 커지고 작아짐을 반복하는 달. 모두가 떠나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주인공은 달처럼 그곳에 홀로 남아 외롭게 있다. 하지만 우직하게 그 자리에서 사과만 키우며 그곳을 지키는 주인공은 주위 사람들의 삶을 정리하는 것을 하나씩 돕는다. 그가 왜 떠나지 못하는지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의 삶의 대부분을 보내고 추억이 남아 있는 그 공간은 이제 자기 자신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리석어 보이지만 또한 가장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외롭고 연결되지 못하고 그렇게 하나씩 스러져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쓸쓸하고 외롭다. 마치 우리 인간의 삶의 모습 같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긴 잠에서 깨어났다고 착각한 법사가 "아아, 좋은 꿈을 꾸었어." 하면서 눈을 감고, 달이 사라지고, 촌장이 절규하는 그 장면은 마치 인생이라는 연극의 한 장이 끝나고, 막이 내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고통 속에서 짧은 듯 긴 듯한 인생을 사는 약한 이들의 모습을 그림 안과 밖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줌으로써 현실인 듯 아닌 듯, 순간인 듯 영원인 듯 우리의 삶을 그리고 있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으나 내용은 제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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