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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8체질의학 학습 8체질의학 1
이강재 엮음 / 행림서원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시대를 앞서갔던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것은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깊은 통찰이다. 기술적으로 복잡한 말들을 나열하기에 앞서 인간 앞에 놓여 있는 현상들을 단순하게 바라보고 기존과 다른 새로운 시각들을 제시하고 하나의 체계로서 정립하여 실생활에서 이를 철저히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 왔기에 학문은 계속 발전할 수 있었다.

 한의학에서도 권도원박사 같은 분의 뛰어난 식견을 통해 팔체질의학적인 시각이 나옴에 따라 기존의 많은 난제들을 손쉽게 풀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이 생기게 되었다. 이는 단순히 한의사가 침을 놓는 행위를 넘어서 음식 이론, 사람간의 궁합, 인성의 문제, 직업 선택, 운동 방법, 마시는 물, 주거, 서양의학적 이론의 체질론적 접근법 등등의 거대한 체질적 인간론으로 정립이 되어 있다. 팔체질의학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면 참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이 생겨나게 된다.

 재미있는 예를 하나 들어보자.

 어떤 사람이 혈압이 높다고 해서 혈압약을 먹었는데 이후에 기분이 우울해지고 기운이 까라져 맥을 못 추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의학자들이 연구를 한 결과 이 혈압약이 몸안에 있는 ‘모노아민’이라는 물질의 분해를 촉진시켜 우울증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의 분해를 억제하는 약물로서 개발된 것이 우울증 치료제의 하나로 나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시 한번 한번 생각을 해보면 왜 하필 그 혈압약을 먹은 수많은 사람중에 그 사람만 우울증이 생기게 되었을까? 우울증이 않 온 사람도 많이 있을건데? 여기에 대해 몇 가지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체질의학적인 견지에서 본다면 ‘모노아민’의 분해를 논하는 것에 앞서 원래 사람자체가 그 상황에서 혈압약을 먹으면 않 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혈압이 약간 높은 것이 정상적인 생리현상이었던 것이고, 약을 먹어 혈압을 인위적으로 너무 낮춘 것이 병리적 상황을 만든 것이다. 물론 예를 들어 수축기혈압이 180정도까지 올라가게 되면 당연히 혈압약을 먹어야 하겠지만 정상치보다 어느 정도 약간 높은 상태가 표준인 사람도 있다는 것이고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을 가리켜 팔체질의학에서는 ‘목양체질’이라고 한다. 원래 목양체질은 환각증,환청,우울증 같은 정신질환도 잘 오는데 혈압을 좀 올릴 수 있는 그런 상황을 만든다면 위와 같은 마음질환을 치료하는 좋은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팔체질의학은 1964년 10월 24일 공식적으로 세상에 발표된 후 어언 50년이 넘는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지금까지 몇 차례 팔체질에 관한 서적이 시중에 발간이 된 적도 있지만 이러한 책자들이 흥미 위주의 피상적인 내용인 경우가 많았다.

 책을 보면서 나는 무슨 체질일까 혼자 불확실하게 추측을 하고 뭐를 먹고 뭐는 먹지 말아야 되는가 하는 음식 관리 내지는 나는 무던한 성격인가보다 하는 성격구분.. 임상가 같으면 어디 아플때 좋은 침처방 이정도의 수준을 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좀 더 깊은 내면을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활발한 지적욕구를 충족시켜 주기에는 뭔가 아쉽고 부족한 점이 있었다.

 그리고 팔체질의학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이 학문의 창시자이신 권도원박사님의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흘러온 종적인 사고(思考)의 변천과 동시에 기본이론, 진단, 치료, 맥진, 섭생 등을 아우르는 횡적인 연구의 영역들을 먼저 충실하게 고찰하고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이러한 점들이 지금까지 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번에 새로 나온 『학습 8체질의학』은 이와 같은 지적 갈망에 차 있는 독자들을 충족시켜 주기에 충분한 책이다. 다음의 몇 가지로 책을 읽고 난 후의 감상을 정리해 보았다.

1. 팔체질의학의 종적인 시간적 역사, 횡적인 넓은 이론체계를 정확하면서도 쉽고 빠르게 전관(全觀)할 수 있다.

이 책은 권도원박사님의 검토 후 직접 출간승인을 받은 책이다.

엮은이는 먼저 오랜 세월 꾸준히 지금까지 박사님의 논문, 강연록, 기고문, 대외활동사항 등등을 충실히 조사하고 자료를 축적해 왔다. 그리고 이를 하나하나 곱씹어 가면서 내용을 하나하나 고찰하고 의미 체계의 미로속을 치열하게 탐험하였다. 그리고나서 이를 알기쉽게 200가지 항목으로 간추려 팔체질의학의 역사, 원리, 진단, 치료, 섭생, 저작 등등에 이르는, 확실하고도 쉽게 한눈에 들어오는 체계를 갖추었다. 한번 보고 던져 버리는 잡지가 아니라 두고두고 옆에 끼고 들추어보며 참고할 수 있는 교과서같은 책이다.

2, 전문한의사, 타의료인 그리고 일반인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박사님의 글은 별로 친절하지 않다. 어떤 명제를 던져 놓고 구구절절 설명을 해 놓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이론이나 개념도 조금씩 변했고 침처방도 변하였고 침놓는 방식이 초기에는 유침을 하다가 단자법으로 바뀌었다. 자료를 읽으면서도 이것이 어느 때 나온 내용인지 파악하지 못하면 오리무중으로 빠져 버린다. 지금 KTX를 타고 다니는데 예전 소달구지 타고 다닐때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역자는 친절하게 시간의 흐름에 따른 내용의 변천, 그리고 글 속에 숨어있는 포인트들을 자세하게 체크해 주기 때문에 기존의 논문을 읽다가 개념의 미로에 빠져 버려 머리가 아파 포기하신 한의사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한의학 그리고 체질의학에 대한 많은 상식이 없는 타 직능에 계신 분들이 박사님자료를 제대로 읽어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팔체질의학에 대해 흥미위주의 피상적인 내용 말고 좀 더 깊은 내용에 대해 알고는 싶지만 접근하기가 많이 어려웠던 타의료인들에게도 너무나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한번 팔체질의학적인 시각으로도 기존의 여러 풀리지 않는 난제(難題)들을 바라본다면 새롭고도 흥미로운 다양한 주제들이 생겨나리라 확신한다  

3.팔체질의학 진단의 꽃은 '맥진'이다.

 맥진을 통해서 체질감별이 이루어지고 팔체질의학체계로 들어가는 첫 문이 열린다.

 근데 맥진이라는 것이 참 어렵다. 어렵다는 말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몸을 쓰는 육체적인 손의 단련이 시일이 좀 걸리고 많은 생각과 노력을 요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한의학적 진단법이라는 것은 전부 사람 몸으로 하는 것이다. 서양의학은 기존의 사람이 하던 것을 기계가 대신하게 된 것이다.(각각 장단점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한의학적 진단법을 익힌다는 것은 태권도선수가 몸을 단련하는 것이나, 학생이 피아노 콩쿨에 나가려고 몇 시간이고 자기 몸을 써가며 연습하는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는 부단한 본인의 노력을 요구하는 문제이다. 
    

 또 다른 하나의 문제는 ‘학습 8체질의학’이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2부의 맥진파트를 보면 너무도 상세하고 꼼꼼하게 맥진요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까지 설명해 놓은 맥진에 대한 내용 중에 이만큼 잘 풀어 놓은 것이 없다고 본다. 단순히 어떻게 해라 하는 것이 아니라 ‘팁(Tip)’ 같은 것이 자상하게 설명되어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읽어 보시면 금새 요령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방법을 안다고 당장 맥진에 능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 뒤에 남은 것은 물론 끊임없는 자기수련이다.

 팔체질의학은 참으로 넓고 깊은 체계를 갖춘 의학이론이며 인간학이다. 이렇게 좋은 책을 엮어 주신 이강재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팔체질의학의 세계를 손쉽고 깊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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