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 케어 보험
이희영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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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페인트,테스터, 소금아이에 이어 읽게 된 이희영 작가님의 <BU 케어 보험>, 이번 작품에서 작가님은 사랑과 이별이 가진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며 그에 맞게 이별 후 상처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도 다 제각각의 모습임을 보여준다.

이름도 생소한 BU 케어 보험이라는 것은, BU( Break up의 첫 글자), 이별 후 아픔을 케어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험이다.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간가영, 난나희, 단다빈, 라라미. 이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커피 두 잔 가격 밖에 안 되는 보험을 단순히 보험 차원에서 들어두지만 30년 후 이 보험은 빛을 발한다.

사랑과 이별은 들실과 날실처럼 서로를 엮어 기나긴 인생을 만들어 나간다. 사람의 모습이 서로 다르듯 사랑의 모습도, 이별의 모습도 제각각이다. 환승 연애를 한 남자친구와 일방적인 이별을 당하는 경우, 사랑하는 연인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된 경우, 자신을 사랑하는 줄 알았지만 상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해 혼자만의 썸을 탄 경우, 연인에게 데이트 폭력이나 스토킹을 하는 경우, 동성인 연인과 헤어진 경우 등 이별 케어 서비스를 신청하는 사연들도 제각각이다. 각기 다른 상처에는 다른 처치가 필요하듯 2인 1조의 BUC(이별 케어 상담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의 이별 후 남긴 상처 회복에 최선을 다한다.

❝모든 이별은 아프지만, 그로 인해 사람은 그리고 사랑은 조금씩 성장한다. 이별이란 혹여 다음 사랑을 위한 예방접종이 아닐까? 다시 찾아올 사랑도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예감을, 사랑의 괴로움을 가슴속에 미리 조금 넣어주는 것이다. 비록 그렇다 한들 모두가 사랑에 면역력이 생기는 건 아니다. 이별을 잘 견딜 수 있는 것도아니다.❞

때론, 이별을 되짚으며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깊이 묵은 상처를 드러내 치료하는 경우도 있고, 사랑인 줄 알았지만 실은 사랑이 아니라 혼자만의 썸을 즐겼던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불의의 사고로 죽은 연인이 자신과 같은 바보 같은 사랑을 했음을 뒤늦게 깨닫기도 하고 운명적 사랑이라고 여겼지만 희생 제물을 찾던 스토커의 먹잇감이었다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BUC들은 단순히 현재의 이별을 아픔을 케어해주는 것이 아니라 의뢰자의 사랑을 객관적으로 다시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 과거의 상처나 경험들은 현재의 사랑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런 헤아림이 필요하다.

'운명이니 인연이니 해도 만남은 우연에 의해 이뤄지고' 사랑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투닥거림'이나 '마찰음'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보험약관이 갱신되듯이 우리의 인생도, 사랑도 직접 부딪혀 쌓은 다양한 경험에 맞게 섬세해질 것이다.

☝️나대리, 안사원 콤비가 좋아서 시리즈물 드라마로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재밌다. 약관의 기호처럼, 가.나.다.라..

간가영, 남나희, 단다빈, 라라미, 마주, 바노, 사하, 아람 ..

🔖그는 가끔 마주의 가슴에 핀 곰팡이들을 도려내려 했다. 마치 그 부분만 떼어내고, 그 시기만 잘 넘기면 모든 것이 처음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믿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곰팡이가 피었다는 건, 이미 그 관계는 보이지 않는 권태와 무의미의 균으로 잠식되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모른 척하기는 마주도 마찬가지였다. (69p)

🔖썸이란 환상의 안개가 걷히면, 비로소 사랑이 제 본모습을 드러낸다. 두 사람의 관계가 또렷해질수록 상대에 대한 실망과 미움이 커지고 자연스레 후회와 아픔이 따라붙는다.(191p)

🔖특별한 용기나 굳은 신념으로만 앞으로 나아가는 건 아니다. 그저 그렇게 습관처럼 발을 내딛는 것이 삶이다. 돌부리를 피할 방법도, 함정을 예측할 줄도 모른다. 비나 눈이 오면 요령껏 피해 가지도 못한다. 바보처럼 차가운 눈비를 고스란히 맞고 홈백 젖는다. 삶도 사랑도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 실망하고 후회하고 권태기가 찾아오면 모진 소리도 듣는다. 그리고 상대에게도 똑같이 내밸는다. 결국 직접 부딪혀볼
수밖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 (193p)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이 몸에 밴 사람이었다. 왜 인간은 상대의 선함을 귀하게 여기지 않을까? 왜 그저 당연하게만 생각하고 이용하려 들까? 세상에는 그런 뻔뻔함이 너무 많았다. 가장 고귀하다는 사랑으로 묶인 관계일수록 더욱 심했다. 그만큼 가해자의 지배와 요구는 치밀하고 잔인했으며 또 파괴적이었다.(237p)

넘나 좋은 문장들이 많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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