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 26가지 키워드로 다시 읽는 김수영
고봉준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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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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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김수영 시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6개월간 시인들과 문학평론가들이 26개의 주제로 김수영 시인과 시를 다룬 글들을 묶은 책이다.

김수영 시인하면 '풀'이라는 시와 참여 시인, 저항 시인을 떠올렸는데 책을 읽고 나면 시인의 지극히 일면만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그것도 막연하게, 알게 된다.

26개의 주제는 다섯 시기로 나누어 시대순으로 다뤄졌으며, 김수영 시인의 가족사에서부터 마지막 사고사로 죽음에 이를 때까지 그의 시에 대한 고민과 성찰 역사를 다뤘다. 그의 시를 관통하는 설움(🔖생활과의 거리두기, 그로부터 야기되는 설움은 자신에 대한 긍지로 가득찬 자가 취하는 자발적 소외, 66p)과 사랑의 기원, 죽음, 니체 철학과 닮은 듯 다른 그의 글, 여성 혐오를 불러 일으키는 시들(🔖여전히 1960, 80년대에 멎어 있는 젠더 감수성, 그게 왜 문제인지도 깨닫지 못하는 낡은 인식 등이 훨씬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김수영의 시가 그런 우리의 모습을 자꾸 돌아보고 환기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276p) 과, 김수영이 말하는 '참여'시의 의미 등, 주제가 다양한 만큼 다양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책 중간에 사진으로 등장하는 김수영 시인의 친필 원고들은 시인의 세계에 한 발 더 들어선 기분이다.

시는 어렵다. 김수영 시인의 시도 그렇다. 그러나, 시인이 속한 시대적 배경, 가족사, 그 시대의 문예사조 등, 시의 창작 배경이 될 만한 것들을 이해하고 시를 읽으며 시를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되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김수영 시인과 시를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나와 같은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 더없이 좋은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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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고
요강, 망건, 장죽, 종묘상, 장전, 구리개 약방, 신전,
피혁점, 곰보, 애꾸, 애 못 낳는 여자, 무식쟁이,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거대한 뿌리], 1964)

🔖시인에게 생활의 안정이란 글쓰기의 최소 조건인 동시에 정신의 치열성을 약화하는 가장 강력한 적이 되기도 한다. (109p)

🔖그가 내세운 '전통'과 '뿌리'는 민족주의가 아니었다. 그것은 제국주의에 대한 부정이었다. (2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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