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에서 춤추다 - 언어, 여자, 장소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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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sf 소설가, 어슐러 르 귄이 10년간 (1976~1988) 강연, 에세이, 조각 글, 서평들을 모은 책이다. 각 글들은 네 개(페미니즘, 사회적 책임, 문학&글쓰기, 여행)의 갈레 표시가 돼 있다. 특정 경향에 동조하지 않는 독자들은 골라서 읽을 수 있다.

제3의 변화인 폐경기와 노년기를 당당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그녀의 글은 나에겐 특히 위로가 되었다. 비록 3,40년 전에 쓰인 글이어서(이후, 생각의 변화가 있었을 때마다 수정하지 않고 파란색의 텍스트들을 덧붙였다.) 페미니즘이 설파되고 페미니스트들의 활동이 활발해진 요즘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남성적인 사회통념과 윤리가 뿌리 깊이 남아 있는 듯하다. 젠더리스한 사회를 다룬 그녀의 작품 <어둠의 왼손> 통해 남성과 여성이 완벽하게 동등한 사회를 상상해 본다. SF 소설에서는 어떠한 상상도 가능하니.

과거 올콧과 콘래드를 비교하여 주부-예술가의 현실을 보여준 글은 가정, 육아와 글쓰기를 함께하는 글 쓰는 여성들이 얼마나 힘든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지를 보여준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그러나, 어슐러는 작가에게 꼭 있어야 하는 딱 한 가지는 자기만의 방도, 남편의 협조도 아이가 없는 공간도 아니라고 말한다. 종이와 연필을 들고 정신의 호숫가에 낚싯줄을 드리우는 짧은 순간이라고 말한다. 그 순간만은 책임이 있고, 자주적이고 자유롭다고.

페미니스트이자 sf 소설가인 어슐러의 글들을 읽고 나면 그녀의 소설들을 읽고 싶은 충동이 인다. 일관된 그녀의 여성과 사회와 글쓰기에 대한 신념을 알고 나면 어느 정도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는 게 느껴진다. (이런 글들을 책들을 집에 앉아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가) 소설이든 강연이든 글이든 끊임없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에 애썼던 그녀. 새로운 세계 하나를 찾기 위해, 잃어버린 세상의 끝에서 춤을 추는 그녀를 상상해 본다.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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