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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수호자 잡초
조셉 코케이너 지음, 양금철.구자옥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책.
원서는 1950년에 출간된 것인데, 지금 읽어도 시의적절한 내용이다.
농업이 자급자족의 수단에서 산업의 수단으로 바뀌면서 식물은 상업성이 있는 농작물과 그렇지 못한 잡초로 나뉘었고 인간은 경작을 위해 잡초를 무조건 제거하려고 함으로써 수많은 문제를 파생시켰다. 특화된 작물을 대량생산한다는 산업적 목적이 원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던 식물계의 균형을 깨트렸을 뿐 아니라 심지어 자기파괴적인 쪽으로 나아간 것이다. 잡초는 원래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농작물의 생산을 도와주는 것이었는데, 화학적 기계적으로 잡초를 제거함으로써 토양도 농작물도 더 피폐해진 것이다. 근래엔 그나마 친환경 농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전반적이고 근본적으로 달라지려면, 진짜 자연적인 단계, 그러니까 산업 이전의 단계로 되돌아가야하는 게 아닐까, 아니 되돌아가는 게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본래적인 것이 어떤 것인지는 알아야하지 않을까. 그런 인식의 전환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서문을 인용해 본다.
우리가 아는 한, 이 책은 잡초를 칭송하기 위해 쓰인 최초의 책이다. 시중에는 잡초를 골칫거리로 취급하는 책들이 많다. 또한 우리는 늘상적으로 잡초제거 캠페인과 그 방제기술-화학약품(제초제)과 제초기 그리고 화염방사기 등-의 발전을 목격해왔다. 자연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잡초군은 "제자리(인간의 목적이나 이해관계에 바람직한 장소나 시기를 뜻함)를 벗어나 자라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으며 죽어가고 있다. 정원이나 길가의 흔한 잡초가 생물계에 중요한 기능을 할 뿐 아니라 인간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는 사실을 농과대학 강의실이나 실험농장을 꾸려가고 있는 대부분의 농학자들마저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50년 가까이'보존과 생물'이라는 과목을 가르쳐왔다. 그는 인디언에게서 식물에 관한 많은 지식을 배웠고, 고향 오클라호마 주를 비롯해 세계 여러 지역, 특히 유럽, 인도, 필리핀에서 잡초에 대하여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학자이다. 조셉 코케이너에 따르면, 돼지풀류(common ragweed), 비름(pigweed), 쇠비름류(purslane)와 쐐기풀(nettle) 같은 자초들은 다음과 같은 귀중한 일을 한다는 것이다. 1. 잡초는 특히 표토에 결핍되어 있는 광물질을 토양 하부에서 위쪽으로 옮겨, 농작물이 그들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작용은 미량원소와 관련해 특히 중요하다. 2. 돌려짓기 농법에서 잡초는 토양의 경질층을 부수어 농작물 뿌리가 깊은 곳에서 양분을 흡수할 수 있게 한다. 3. 잡초는 토양을 섬유화시켜 비옥하게 만들며 그렇게 땅 속의 동식물에게 훌륭한 환경을 제공한다. 4. 잡초의 종류와 상태는 토양의 상태를 알려주는 좋은 지표가 된다. 어떤 잡초는 토양에 특정의 결핍이 일어났을 때만 나타난다. 5. 잡초는 깊은 곳까지 뿌리를 내리고 양분을 흡수함으로써 토양의 모세관을 만들어낸다. 잡초의 이러한 역할은 상대적으로 환경에 견디는 힘이 약하고 표층에 몰려 양분을 흡수하는 농작물이 홀로 있을 때보다 수분 부족에 더 잘 견디게 해 준다. 6. 수분 혜택을 받게 되는 작물은 잡초와 함께 자라지 않을 경우 이용하기 어려운 영양분을 물에 편승시켜 쉽게 흡수할 수 있다. 7. 잡초는 빗물에 씻겨 내려가거나 바람에 날아갈지도 모르는 광물질과 영양분을 저장함으로써 다른 식물들이 그것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토양의 상태를 유지한다. 8. 잡초는 인간과 가축을 위하여 좋은 먹거리로 이용된다. 저자는 흰명아주가 가정의 식탁에 오르는 시금치나 요리된 채소 못지 않게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코케이너 교수는 잡초가 농장이나 정원을 무성하게 해도 좋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선구적 역할은 잡초를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 정상적인 생태학이고, 또한 토양을 잘 보존하는 수단이 될 수 있으며, 농부나 정원사에게 진정한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