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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여고 탐정단 : 방과 후의 미스터리 블랙 로맨스 클럽
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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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었다.읽는 내내, 그리고 읽고 난 직후에 든 생각이다. 그래서 단숨에 읽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천재소년 안채준의 동생 안채율은 어느 날 그 유명한 무는 남자에게 물려 그것을 계기로 선암여고 탐정단에 반강제로 들어가게 된다. 처음에는 계속 나갈 생각, 공부할 생각만 하던 그녀는 결국 그곳에 있으면서 따뜻함과 즐거움을 느끼고 계속 그곳에 남아 친구들과 사건들을 해결해 나간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 당연히 추리물인 줄 알았다. , 추리물이 맞긴 맞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내용들이 들어있었다. 청소년들의 어두운 면들, 쉽게 말하지 못하고 감춰두는 부분들이 교묘하게 사건에 엮여 있었다. 그래서 되게 놀라웠다. 처음에는 그래서 그런 쪽에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뒤로 갈수록 추리의 난이도와 완성도도 높아져서 더 놀랐다. 그런데다가 약간의 로맨스도 더해져서 진짜 읽을 맛이 났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주인공 안채율의 생각이다. 내가 했던 생각 그 자체였다. 정말 너무 똑같아서 이런애들이 나말고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채율은 완벽한 천재오빠의 그늘에 있는, 그에 비해 그저 평범한 동생이다. ,녀의 어머니는 오빠에게만 기대를 걸 뿐 그녀에게는 엄마의 명성에 먹칠하지 않을 정도만 해주길 원한다. 그래서 그녀의 인생은 조작된 부분들도 더러 있다. 게다가 오빠만 편애해서 상처받은 때도 많다. 안채율은 당연히 이런 엄마에게 불만을 갖고 있다. 한편으로는 언젠가 꼭 무언가 자랑스러울 일을 해서 엄마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어야겠다는 마음도 품고 있고. 내가 비슷하다고, 아니 똑같다고 말한 부분이 바로 여기다.

바로 이 부분.

 책 한 권을 읽고 내 이야기를 막 하고 싶은 기분이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내 이야기를 할까 한다. 솔직히 툭 까놓고 말하면 우리집도 안채율네 집하고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조금은 다르지만. 나는 우리집에서 첫째이고 여동생이 한 명 있다. 솔직히 나는 남부럽지 않을만큼 공부나 여러가지 다른 것들을 잘한다.(이렇게 말하는 것도 참 기분좋은 일은 아니다)하지만 내 동생은 아니다. 뭐든지 좀 잘 못한다. 예술 쪽으로는 빼고. 이렇게 보면 안채율이 되어야할 입장은 오히려 내 동생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내 동생을 더 바라본다. 더 예뻐하고 적나라하게 말하면 편애한다. 물론 안채율의 엄마처럼 공부 더 잘한다고 더 좋아하고 이런 것 보단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어린 마음에 그렇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다. 사실 더 못하는 애를 봐줘야 걔가 더 잘하겠지. 나도 머리로는 잘 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아직은 나도 애니까 속상한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좀 못하는 애를 너무 감싸주는 것도 편애라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나도 그냥 똑같이 예뻐해주면 좋겠다. 적어도 내가 있는데서는. 나는 내가 더 잘하면, 좀 더 잘하면 날 그렇게 예뻐해줄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한 것도 없잖아 있다. 그런데 또 막 좋은 것은 아니었다. 물론 칭찬은 많이 받았다. 근데 오히려 내가 불쌍했다. 좀 더 잘한다고 그렇게 눈에 띄게 잘해주고. 되게 짜증났다. 그런걸 얻으려고 내가 노력했었다는 게 진짜 불쌍했다.

 선암여고 탐정단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이었다.(아직 끝났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엔딩이라고 하긴 싫지만) 내 이야기의 끝이 어찌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책을 통해서 전의 안채율과 같은 생각은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것 같다. 이제 와서 보면 참 한심하다. 그런 칭찬이나 예쁨 따위 더 받으려고 안간힘 썼던 일이. 이젠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고 싶진 않다. 그러기에는 내 노력의 시간이 아깝다. 선암여고 탐정단처럼 내가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을 느낄수 있는 일을 위해서 노력할 거다. 그게 무엇이 되든지 빨리 찾아야겠다.

 지금까지 내 얘기만 하느라 선암여고 탐정단 애들에 대한 언급이 하나도 없었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귀중한 아이들이다. 미도, 예희, 하재, 성윤 그리고 마지막 멤버 채율이 하나하나 보석 같은 아이들이다. 어설프지만 사랑스러운 여고생들. 어찌되든 문제들을 해결해 내는 그녀들이 놀랍다. 만약 실존한다면 꼭 만나 보고 싶다. 얘들도 사건들 해결하면서 많이 성장했을 텐데. 안채율이 이들 사이에서 느꼈던 정,포근함,따뜻함,유쾌함을 나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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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금지 리스트
레이철 콘 외 지음, 황소연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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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금지 리스트라니.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너무 궁금했다. 당연히 두 여자애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일거라 생각했다. 그런데....여자애 둘이 아니었다.

꽃다운 나이의 두 남녀 나오미와 일리는 어릴 때부터 쌍둥이처럼 지내온, 그야말로 소울메이트이다. 나오미는 당연히 일리가 자신과 결혼할 거라 믿어왔고, 일리의 커밍아웃 이후에도 그랬다. 둘은 서로의 우정을 지키자며 '키스 금지 리스트'를 만든다. 둘이 동시에 반한 남자에게는 키스하지 말자는 일종의 게임. 그런데 어느날 나오미의 남자친구인 두 번째 브루스에게 일리가 키스해버리고 만다.

나오미는 왜 일리가 게이여도 반드시 자신과 결혼할 거라고 생각한 걸까. 그냥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니까? 오랫동안 함께 해 왔으니까? 나오미는 결국 자기가 꿈 속에서 살았던 거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말이 안되는 거였는데 자신의 환상 때문에 그런거라고. 그리고는 떠나자고 말한다. 자신은 일리에게서, 엄마는 떠나가버린 아빠에게서. 그들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오미는 한층 더 성숙했고 사랑에 대해서 더 알게 되었고, 그게 당연히 잘 된 일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나오미 입장에서는 또 아닌 것 같다. 그녀가 받았을, 그리고 앞으로 받을지 모르는 상처들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질 않았다. 십년이 넘게 친했고 사랑했던 친구와 남자 문제로 싸울 줄을 몰랐겠지. 그리고 자기 남자친구가 자신의 가장 친한 남자친구와 사랑하게 될거라는 것도. 정말 혼란스럽고 당황스럽고 힘들었을거다. 앞으로도 힘들겠지. 자신을 좋아하는 이성애자 가브리엘을 좋아하려고 하고 일리에게는 친구로 남으려고 노력하니까. 나오미가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이성애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 같다. 왜 남녀가 사랑을 하는 것만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저 취향이 다른 것 뿐인데. 두 번째 브루스가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완전히 인식하고 인정하기 전까지 일리에게서 소외감도 느꼈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걱정되지 않았을까 싶다. 동성애자들이 괴물도 아니고 그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아니, 받아들이고 뭐도 없이 그냥 사람, 취향이 보통과는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그들도 순수한 사랑을 마음 껏 할 수 있게.

일리는 나오미와 갈등을 겪고 정리가 된 후에야 비로소 그 둘이 가까워졌다고 말한다. 진실을 외면하지 않기 때문에. 소울메이트 따위는 없고 그냥 정말 가깝다고.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제야 그것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 같다. 일리와 나오미 사이의 가장 큰 벽은 서로 다른 말로 이야기하면서 진실을 숨기려고, 보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일리가 게이이기 때문에라는 이유는 표면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이 책에는 굉장히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다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사랑에 서투르다는 것.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이 사랑에 도사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들은 사랑에 대한 생각도, 방식도 다르다. 단지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만 같을 뿐. 아직은 어설프고 서투르기에 우왕좌왕하지만, 그 속에서 다 성숙하는 것 같다.

일리와 나오미는 이제 친구도, 연인도 아니다. 일리가 말하는 가장 가까운 사람일 뿐. 그리고 그렇게 평생을 함께 할 사람. 그들이 그렇게 평생 갔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여럿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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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타마 1 - 이스트랜드의 위기
이우혁 지음 / 비룡소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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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던 크롬 대륙의 나이엔으로 콜드스틸이 동맹을 깨고 쳐들어 왔다. 나이엔을 돕던 엘란마저 콜드스틸에 완전히 당하고, 이스트랜드의 왕 뒤보아와 부인 마고 왕비, 첫째 왕자 올란이 지원 사격을 하러 떠난다. 이스트랜드에 남은 겁쟁이 둘째 왕자 듀란은 그들이 사로 잡혔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콜드스틸의 지배자 크롬웰의 군단이 이스트랜드까지 진격해 온다. 듀란은 피신하던 중 우연히 고타마를 만나게 되고 그의 놀라운 힘으로 적들을 물리친다. 그리고는 마침내 직접 콜드스틸로 원정을 떠나게 된다.

판타지 소설을 참 오랜만에 읽는다. 나는 판타지 소설을 참 좋아했는데 왜 그랬을까? 해리포터 이후로 처음이나 두 번째인 것 같다.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 굉장히 망설였다. 뭔가 두렵고 가슴이 떨렸다. 해리포터를 능가할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였을까? 그래서 읽기를 미뤄왔다. 하지만 읽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해리포터와는 비교가 안된다고.

둘은 너무나 달랐다. 해리포터가 놀라운 상상의 세계라면 고타마는 아버지가 아이에게 주는 듯한 교훈이다. 이런 판타지는 처음이다. 나를 위로해 주고, 뭔가를 깨닫게 하고, 굉장히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은.

고타마는 듀란이 혼잡한 틈을 피해 지하에 있는 방으로 내려갔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상자 속에 있던 자그마하고 밝은 빛이다. 듀란에게만 보이는 빛. 고타마는 스스로를 '스스로 이겨내는 자'라고 말하며 듀란이 상상하고 생각한 대로 그에게 힘을 빌려주어 이루어지도록 한다.

이 책에 나온 고타마의 정체에 대한 건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것과 '신이나 천사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듀란에게 가족들이 주는 따뜻한 카드의 첫 글자를 딴 것'이라는 것 밖에 확실하지 않다. 고타마는 어떤 의미일까?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듀란의 내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듀란에게 있지만 아직 표출되지 않은 힘이랄까? 고타마는 듀란에게 힘을 빌려주면서 말한다. 힘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듀란의 바램이 이루어지게 하는 중간 역할을 할 뿐이라고. 그러니까 고타마는 겁이 많고 허약하기만한 듀란의 내면에 감춰져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또다른 듀란이 아닐까?

고타마는 듀란에게만 보인다. 고타마는 듀란이 스스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상으로 만들어낸것 같다. 자신이 성장해나간 것을 고타마라는 힘과 하나가 되어가는 것으로 보는 거다. 책의 끝에서 고타마와 듀란은 하나가 된다. 그 뜻은 고타마(내면의 또 다른 듀란)가 듀란에게서 끌어내려고 했던 힘들이 모두 나왔다는 뜻이 아닐까? 그렇게 고타마와 듀란이 비로소 하나가 되었기에, 이제 그가 성장했기에 '고타마'라는 가상의 존재를 듀란 자신이 없앤거다. 무의식 중에서 없앴다기보다도 이미 하나가 되었기에 저절로 없어진거다.

듀란은 크롬웰을 무찌르며 자신이 콜드스틸까지 간 이유가 크롬웰을 죽이기 위함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바로 사랑하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 그리고 고타마는 가족들이 듀란에게 보낸 따뜻한 카드 내용의 앞 글자들을 딴 이름이다. 또한 최후의 전투에서 고타마는 듀란 일행에게 '듀란이 생각하는 만큼 발휘되는' 힘을 준다. 이렇게 고타마와 고타마의 힘은 사랑과 우정으로 뭉쳐있다. 듀란이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잠시 잊었던 것도 가족간의 사랑, 그리고 우정이었고 그렇기에 더욱 더 고타마가 듀란인 것 같다.

고타마는 듀란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고 용기를 준다. 고타마가 한 말중에 가장 기억나는 것은 '노력이란 것은 네 마음처럼 양으로 환산될 수 있는게 아냐. 누구보다 더, 혹은 누구보다 덜 한 것이 기준이 되는게 아니란다. 오로지 네 자신을 기준으로 삼으면 되는 거야'이다.

항상 내 스스로를 남들과 비교하며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고 거의 강박증에 시달렸다. 내가 노력해온 것은 보지도 않고 절대 만족하지도 않고 앞으로 해야할 것들만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만을 생각해 왔다. 그러다 보니까 너무 지치고 너무 힘들었다. 그런 나에게 고타마의 말은 참으로 위로가 되었다. 원래 그런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뭔가 따뜻한 그 말투가 더 와 닿았다.

'스스로 이겨내기 위한 조건'으로 고타마는 '시간, 노력, 현명함'을 말했다. 그것들이 균형을 이루면 마침내 그 경지에 이를수 있다. 참 정직한 방법이다. 가장 쉬워 보이지만, 정말 어렵고 정직하고, 나에게 떳떳하고, 나를 자랑스러워 할수 있는 방법. 정말 힘들겠지만 그대로 나는 해내고 말거다. 반드시 스스로 이겨나갈 거다. 온전히 나만의 힘으로. 그래야 나만의 고타마가 나와 일체가 되어 나도 그와 같은 힘을 발휘할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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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왕눈이 아저씨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7
앤 파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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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 엄마가 이혼을 하고 키티의 말처럼 '끔찍하고 징그럽고 느물느물하고 메스껍고 토할 것 같은' 늙은 남자친구를 만나면 어떨까? 상상이 안 간다. 키티처럼 '그냥' 싫을 것 같다.그 사람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사춘기를 겪는 나나 키티에겐 세상 모든 게 짜증거리인데 그런 아저씨가 좋을 리가 있나.

 

키티의 같은 반 친구 헬렌의 엄마는 이혼을 했는데, 새 남자친구인 늙은 '두꺼비 신발 아저씨'와 결혼을 하려고 한다. 헬렌은 그 아저씨를 너무나도 싫어하고, 학교에 온 이후 내내 기분이 안 좋다. 그런 그녀를 달래주라는 의미로 루피 선생님은 헬렌과 친하지 않은(!) 키티를 파견한다. 왜 그랬을까? 정작 헬렌과 친한 애는 따로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그런 일에 대해서는 키티가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키티는 헬렌을 위해 자신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키티의 엄마인 로잘린드의 새 남자친구는 쉰 살이 넘은 제럴드 포크너 아저씨이다. 그는 머리숱도 없고, 뚱뚱하고, 눈은 커다랗다. 그리고 키티가 관심 있어 하는 핵무기 반대 운동에는 관심도 없고 경제 신문을 읽고 전기세 걱정만 한다. 그러니 키티가 싫어하지. 나중에는 키티네 집에 눌러 살며 온갖 일에 간섭한다. 나라도 싫겠다. 갑자기 웬 아저씨가 평화롭던 가정에 침입했으니.

 

하지만 내가 보기에 키티가 그를 싫어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일단은 엄마가 너무 확 바뀌어 버렸다. 자기가 알던, 익숙하던 엄마가 아닌거다. 아저씨가 엄마를 뺏어갔다는 생각도 들고, 나는 죽도록 싫은 그 아저씨가 엄마를 이렇게 바꾸어 놔서 놀랍지만 그래서 더 화가 날 거다. 많이 속상했을거다. 엄마는 영원히 자기 편이라고 생각했을텐데 한 순간에 이렇게 되어버려서. 둘째로 키티만 빼고 다 아저씨를 좋아한다. 모두가 그를 좋아하고, 편안해하고, 필요로한다. 키티만 빼고. 그러면 마치 키티만 이상한 애 같고, 못된 애 같이 보일거다. 이때 사춘기 청소년들은 소외감을 느낀다. 나만 남들하고 다를 때. 나만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고 그 공동체 안에 끼지 못할 때. 얼마나 짜증나고 속상한지 알 것 같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모든 것의 시작이 그 제럴드 포크너 아저씨여서 키티는 싫은 거다. 그래서 괜히 심통도 부리고 아저씨의 심기도 건드린다.

 

다행인 것은 점차 키티가 아저씨가 있는 그 가정 안에서 점점 행복을 느낀다는 점이다. 아저씨가 키티를 도와 준 적도 몇 번 있다보니 이제는 아저씨가 있어도 예전만큼 이상해하지 않는다. 심지어 엄마와 아저씨가 싸워서 아저씨를 한 동안 못 봤을 때는 그를 그리워했다. 다시 돌아왔을 때는 그가 붙박이 가구같고, 둘이 결혼을 하더라도 아무렇지 않을 거라나. 참 다행이다. 모든 것이 다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을텐데. 이렇게 상황이 끝나는 경우는 참 드물고, 정말 잘 끝나는 해피엔딩인 것 같다. 키티와 같은 상황에 있는 10대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그들도 이렇게 끝마무리 지을 수 있을거라고 용기와 위로를 건네기 위해.

 

이야기를 되짚어 보면, 제럴드 아저씨는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니다. 단지 사춘기 소녀 키티의 삐뚤어진(?) 시선으로 봐서 그렇지. 그래서 문득 내가 어떤 사람을 죽도록 싫어하거나 짜증을 심하게 내는 이유도 그것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오직 한 가지의,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으로 문제들을 바라봐서. 그렇지 않으면 짜증을 낼 일이 많지 않고, 사람을 그렇게 미워할 이유도 없을 것 같다.그러면 참 살기 좋겠지.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문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성인군자처럼 인내하면 그건 이미 애가 아닌 것 같다. 내가 아직 이러는 이유는 아직 애니까, 일종의 어리광을 피우는 거라고 볼 수 있다. 청소년들이 부릴 수 있는 어리광. 아무리 심술이 나 있고 심통을 부려도 우리의 어리광을 어른들이 잘 받아줬으면 좋겠다.

 

이 작가의 책은 이번에 처음 만나봤는데 참 마음에 든다. 얼핏 재클린 윌슨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지만 이 사람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은 따라갈 수 없는 것 같다. 재클린 윌슨처럼 이혼이나 핵무기 같은 무거운 주제들을 가볍게 녹여낸 점도 좋고 무엇보다 청소년의 심리를 이토록 섬세하고 생생하게 표현한 글은 처음 읽는다. 다른 책들은 작가가 어떻게 해서든 청소년처럼 보일려고 한 것 같은데 이책은 그냥 청소년의 심리를 가져다가 살만 붙여서 써낸 것 같다. 너무 진짜 같아서 책을 읽는 줄도 몰랐던 것(?)같다. 그러니까 그냥 빠져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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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언덕
한나 얀젠 지음, 박종대 옮김 / 비룡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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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완다 투치족 소녀 잔은 오빠 장도, 여동생 테야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정말 남 부럽지 않게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반군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협상을 한다던 대통령이 살해되고 그 가족에게도 전쟁이 다가온다. 하지만 그것은 전쟁이 아닌 '대학살'이었다. 후투족이 일방적으로 투치족을 죽인 학살. 많은 사람들이 투치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하고 잔 또한 그렇게 가족을 잃고 만다. 그런 상황 속에서 잔은 꿋꿋하게 버티고 앞으로 나아가 살아남고, 이 책의 작가에 의해 입양된다.

 

 

 투치족은 정말 어이없게 죽음을 맞이한 것 같다. 그리고 되게 배신감을 느낄거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웃이었던 사람이 자신과 자신의 동족을 투치족이라는 이유로 죽이려고 드니까. 우리는 모두 다 같은 사람인데 왜 그렇게 민족을 나누고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죽이려 드는 걸까.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그들이 뭐 어떻길래.

어이없는 떼죽음을 당한 투치족 측에서도 복수를 위해 공격을 한다. 이때 잔은 반군과 함께 좀 더 안전한 생활을 하게 된다. 반군이 후투족을 공격하는 처지니까 잔에게는 좀 더 나은 상황이지만 잔은 괴로워하고 힘들어 한다. 이 경우에는 후투족이 다치게 된다. 결국 이래도 저래도 다 사람이 다치는 상황인거다. 과연 그게 좋은 걸까? 정말 전쟁, 무기, 무력은 그 누구에게도 좋은 것이 아니다. 그것들로 인해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두에게 상처만 남길 뿐이다. 잔도 결국 르완다에서 살지 못하고 독일로 가지 않았는가.

 

 

 잔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가족을 모두 잃고 자신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그 전쟁통 속에서 어떻게 버틴 걸까. 그 정신력이 정말 놀랍다. 분명히 무서웠을 거다. 두렵고 끔찍하고 차라리 죽고 싶었을 거다. 그 무서운 곳에 있을 바에는. 아마 나는 장도처럼 공포의 노예가 되어 모든 걸 포기했을 것 같다. 하지만 잔은 나와 달랐다. 그 어린 소녀는 오히려 악착같이 버티고 살아남았다. 그 용기와 정신력은 본받고 싶다.

또 한명의 대단한 사람은 바로 이 책의 작가 한나 얀젠이다. 그녀는 잔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버림받은 아이 14명을 입양해 가정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중간 중간 그녀와 잔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녀는 정말 따뜻한 사람인 것 같다. 한 번 만나보고 싶다. 그녀는 나에게도 힘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내 마음을 치유해주고.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그녀와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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