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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83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평점 :
서른의 중반을 넘어서 후반에 다다르니 많은 감정이 듭니다.
나는 잘 살고 있는가 부터, 나는 좋은 부모인가, 나는 꽤 괜찮은 주변인인가...
그런 의문이 들 때면 결국 아무렴 어때 하며 그 끝을 얼버무리지만, 사실은 위로 받고 싶고 격려받고 싶은 인간이기에 책을 통하여 나를 다독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특히나 한 해를 마무리 하는 가을과 겨울이 되면 더더욱이나 그렇습니다. 나의 한 해는 괜찮았는지 하고 말입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 책을 빌려오고 구매합니다. 올 해 읽은 수많은 소설과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 과학책 수많은 책들 속에서 마음을 다잡는 법을 배웠던 것 같습니다.
봄에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를 보았었는데, 아이에게 읽어주기엔 블랙 코메디 같아서 고학년이 되면 읽어줘야지 하고 저만 보고 키득거렸습니다. 긴긴밤을 기다렸는데 대출이 끊이지 않아 결국 구매를 하였습니다. 뭐 동화지 뭐... 하며 첫장을 읽다가 마치 디즈니 무비 같은 스케일에 다시 이거 우리나라 책 맞아? 하며 책장을 넘겼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머리에 남는 것을 보니 올 해 내가 가장 듣고 싶던 말의 묶음인 것 같습니다.
어렵지 않게 단숨에 읽는 동화였는데 너무 소중하여 꼭꼭 새겨 보았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과, 나를 알아주는 이들을 위한 열심, 서로가 서로에게 기댈 수 있기에 살아갈 수 있는 나날들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코끼리가, 윔보가, 앙가부가, 치코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결국 나로 살아내야 한다는 것 까지 완벽하게도...
서른 일곱해를 살아가면서도 섣부르게 상처받고 미워하는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아서 눈이 부시게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