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눈썹 징검다리 동화 12
이반디 지음, 서현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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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에는 바닥이나 벽에 작은 점 세 개만 보여도 다양한 이미지, 이야기들을 불러올 수 있었다.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면이 되어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었고, 그 이미지들은 내 방을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어른’이라는 무리에 속해야 하는 나이가 되면서 점은 점으로만 보였고, 점이 선으로, 선이 면으로 바뀌는 사이를 참지 못하고 쓰러져 잠들곤 했다. 내가 잠든 사이, 나의 유년시절에 만났던 친구들도 내 방에서 기나긴 잠을 자야했다.

 

“호랑이 눈썹”은 나의 잠든 눈을 다시 뜨게 만들어주었다. ‘내 이럴 줄 알았어’의 희동이처럼 “얘, 너 거기 있는 거 다 알아. 얼른 나와.”라고 길거리에 서 있는 나무에게 대화를 시도하기도 하고,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눈에 대 보며 엄마를 관찰해 보기도 했다. 조금 퉁퉁한 엄마가 하마나 코끼리로 보이면 어떻게 하나 했는데 다행히 선한 눈을 가진 어미소로 보였다. 나의 눈도 잠시, 아주 조금 밝아진 것 같은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매일 아침 ‘여우가 신던 신발’을 신고 내게 오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이진 않아도, 가까이 있다는 느낌은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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