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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 - 도시로 숨 쉬던 모던걸이 '스위트 홈'으로 돌아가기까지
김명임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평점 :
신여성, 개항기 이후 일제강점기까지 신식 교육을 받은 여성을 가리키는 말로 신여자라고도 한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신여성이라 불리는 여성들은 학교 교육을 받고 기존의 조선 사회와는 다른 가치와 태도를 추구하며 자신들의 욕망을 드러내는 것을 감추지 않았다. 이러한 여성들을 필두로 그들을 위한 문학작품이나 교육, 외모, 결혼 등 다양한 주제를 실은 잡지가 1923년 창간된《신여성》이다.
2005년 각기 다른 전공과 관심사를 가진 10명의 연구자가 모여 같이 텍스트를 읽고 강좌의 내용을 다듬고 이를 꼼꼼히 재현하여 책의 초판을 출간했다. 초판은 재현에 중점을 뒀던 반면 20년 만에 나오게 된 이번 개정판에서는 《신여성》 속 여성들을 지금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100년 전의 신여성들과 지금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친근한 만남을 돕기 위해 개정판에서는 인용문을 현대어로 풀어쓰고 무거운 학술적인 분위기를 많이 덜어냈다.
신교육과 신문물을 받아들이며 자신들의 욕망을 감추지 않는 여성들의 모습을 담은 《신여성》은 단순히 상업적인 내용과는 다르게 여성 운동과 계몽 그리고 가사 내용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또한 첩 문제, 풍기 문란, 단발 시비 등에 관한 내용도 가감 없이 쓰여 있다. 지금의 나로서는 당시 시대상을 고려했을 때 잡지에서 훨씬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그러나 이러한 신여성들이 잡지 속에서 사회의 이중적인 잣대와 단순한 여성혐오의 시선으로 그려진다는 점과 1930년 이후에 속간된 《신여성》에서는 신여성들이 다시 ‘집 안’의 현모양처가 되기를 강요받는다는 점을 통해 그로부터 100년 뒤인 지금까지 여성들이 겪는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도시로 숨 쉬던 모던걸이 스위트 홈으로 돌아가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와 더불어 《신여성》과 함께 지금의 우리의 삶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 여우털 목도리 때문에 한껏 조롱당할지언정 비로소 자기 몸을 보살필 수 있는 여성이 등장했고, 교만과 허영으로 가득한 사랑을 꿈꾼다고 비판받을지언정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여성이 나타난 것이다. 그녀들의 불온한 무게감을 감지하는 것이야말로 <신여성>의 페이지를 읽어내는 지금 우리들의 ‘시선’일 터이다. p.98
🏷 당시 직업부인의 ‘성’문제를 깊은 우려와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던 많은 이들은 ‘여성이라는 인간도 ‘공’이라는 이념과 살재에 부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앞에서 고심했다. 공적인 가치라든 공공의 정신과 같은 추상적 개념으로부터, 공적인 것이라 일컫을 만한 구체적 실재에 이르기까지, ‘공’은 어떤 경우에라도 ‘남성’이라는 암호를 입력해야만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끔 만들어진 시스템이었기 때문이었다. (중간생략) 여성이라는 암호를 넣고도 공적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방법은 대체로 두 가지로 제환되었다. 한 가지는 자신이 ‘여성’임을 과시하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자신이 ‘여성’임을 철저하게 감추는 방법이다. 전자는 남성 중심 사회가 환영하는 섹슈얼리티에 호소함으로써 그곳에 안착하는 경우이고, 후자는 아예 탈성화를 통해 남성 사회에 잡음 없이 끼어드는 경우이다. p.276
🏷 여성이 집 밖으로 나가 일하는 것 자체가 여성해방일 수 없고, 남성이 집 안으로 들어와 일을 해야만 자유든 해방이든 논해볼 수 있다는 인식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그러나 현실은 인식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한국은 제도적으로 OECD 가운데 남성 유급 육아휴직 기간이 가장 긴 나라지만, 실제 사용률은 하위권이다. 26년째 OECD 회원국 가운데 남녀 임금 격차 1위를 기록한 나라도 한국이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31.3 퍼센트로 OECD 회원국 39개국 가운데 가장 크다. P.291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