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모래 - 2013년 제1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구소은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진실은 공작새의 깃털로 장식한 발효된 아픔이다.

  ‘진실을 알고 싶어?’

진실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감추고 싶었던 아픔의 형상을 하고 있거나, 아픔을 이기고서야 볼 수 있는 오래 고개 숙였던 미소쯤이라고 말해야겠다. 그래서 진실을 앞에 두고 눈물을 짓거나, 회피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진실의 실상을 알아버린다는 것은 삶의 목적 하나를 잃어버리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진실이라는 게, 삶의 성실성이라는 이름으로 치장된, 순박한 자들은 영원히 고통받아야 한다는 환멸의 비애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고의든, 무관심이든, 무지이든, 우리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지워두었던 우리의 모습을 이 소설은 건져올린다. 단순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소설의 기준이 몇 개 있다.

  첫째, 성실성이다. 말, 문체 그리고 내용을 다듬는 과정의 고달픔을 생각지 않고 갈고닦아 정제하는 노력이 부족한 소설은 언제나 가볍다는 인상을 버릴 수 없다.

  둘째, 소재나 주제의 신선함이다. ―소설작품에만 해당하는 기준은 아니다.― 이때 신선함이란 새r것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남보다 앞서려는 호승심의 결과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미처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있던 것들의 의의를 생각하게 해주는 미덕을 좋은 작품은 가지고 있다.

  셋째, 세계와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여 숙고 끝에 바람직한 방향을 생각해보게 해야 한다.

  넷째, 인간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하지만, 어설프게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생은 어설픈 해피엔딩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소은의 [검은 모래]는 내가 생각하는 좋은 소설의 조건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정갈하게 다듬은 사색을 옮겨놓은 오롯한 말들, 과거와 교차되는 여러 현재 시간들의 구조, 순박한 자들이 고통받기만 하는 역사의 불합리성과 구조적 모순 그리고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계속될 인간 삶에 대한 믿음이 잘 버무려져 있다. 나는 이제 인간의 삶이 역경을 딛고 나은 세계를 향해 진보할 것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그래도 이런 믿음이 소중하다는 생각은 버리지 않았다. 이 작품은 이런 나의 모순된 감정을 다소나마 위로해주는 미약하지만 작은 손길을 건넨다. 고맙다.

 

  내가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중간인들의 삶! 항상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어느 쪽에도 환영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나라면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였을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아마 대책도 없이 나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미워하며 욕하며, 스스로를 좀먹어갔을 것이다. 그러다가 시시한 낙오자로 전락하지 않았을까? 물론 사람의 일이란 모를 것이라서, 전혀 그렇지 않게 잘 살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 잘 산다는 것은 인간적 감정이라든지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는 무의미한 생활을 의미하는 것일게다. 그런 점에서 어떤 방식이었든 갈등을 헤쳐나오는 소설 속 인물들에게 박수를 보내자.

 

  소설의 감상문을 쓰면서, 이처럼 조심스럽기는 오랜만이다. 괜한 쓰잘데없는 말들로 훌륭한 소설을 모독하는 결과에 이르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만큼 좋은 소설을 읽었다. 꽤 오랫동안 이만한 감동을 준 소설은 드물었던 것 같다. 작가의 노력에 감동한 작품들도 있었지만, 온전히 소설 전체로 감동을 받은 것은 가깝지 않은 기억이다. 큰 출판사의 이름을 달고 방귀 뀌듯 한 권씩 내놓는 기성작가들의 넋두리같은 글덩이와는 달라서 좋다. 그러면서 또 한 번 느끼는 것은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잊어버렸던 또다른 우리 모습들의 이야기는 작품 속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구구절절 내용을 되읊기는 싫다. 다만 골드만의 말 대로 ‘타락한 사회에서 타락한 방법으로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다 보니, 피할 수 없는 갈등과 화해가 그려지고, 그것이 다소 도식성을 띠고 있지나 않나하는 노파심을 가진다. 그러나 이런 갈등과 화해를 도식적이라고 한다면 세상에 도식적이지 않은 삶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도식성 그것이 인간 삶의 다른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인간의 삶은 시대마다 달라보이지만, 그것을 관류하는 본질적 유사성이 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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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은 2014-01-04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검은 모래>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부족함도 많습니다.
다음 작품으로 다시 인사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독자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정말 부지런히 쓰겠습니다.

kmicarus 2014-10-12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기대하고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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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공감 편집부 엮음 / 소통과공감(학습)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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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력 16년의 언어영역 학원강사입니다. 이 책 A,B형 모두 풀어보았는데, 문제가 좀 있습니다. 오타도 많고,선택지의 문장이 부정확해서 애매한 경우도 많고, 보편성 없는 답과 해석도 꽤 됩니다. 사실 때는 심각히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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