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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게 찬란하게
오지영 지음 / 몽스북 / 2020년 2월
평점 :

감각적인 책이다. 책을 읽으며 갓 구운 빵 냄새와 커피 냄새 쿰쿰한 담배 냄새 그리고 바다 냄새를 맡았다.
맛도 보았다. 작가가 크루아상을 베어 무는 때 그 파삭하면서도 부드러운 빵의 질감을 나도 느꼈다. 작가가 울 때는 찝찔한 눈물의 맛도 났다. 그리스 바다에 부는 해풍이 목덜미에 느껴지는 듯 했고, 싱가포르의 끈적이는 더위와 시원하게 퍼붓는 비를 차례로 느꼈다.
그림을 그리고 가수를 꿈꾸었던 사람이어서일까? 예술적인 감각을 지닌 사람이 쓴 글은 이렇게 다른가 싶기도 했다.
중간 중간 삽입된 이국적인 풍경 속에 가족들과 함께한 작가의 사진까지 나의 오감을 일깨웠다.
유럽과 동남아 한국을 오가며 스스로 다소 개방적이라 평하는 그녀의 삶이, 다소 보수적인 내게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가 태어난 나라가 한국이 아니라 유럽, 동남아 그 어딘가 였어도 나는 그녀의 삶이 나와 다르지 않다고 느꼈을 것이다.
'오지영'이라는 사람 정말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사람이다.
방황도 해보고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 정상에 서보기도 하고 지금은 아내와 엄마로서의 삶도 충만하게 살고 있다.
그녀의 삶은 그녀가 선택한 대로 뻗어갔다.
모든 선택이 옳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결국 그녀의 선택이 그녀를 행복으로 이끌었다.
담배를 피우고 끊고, 술을 마시고 끊고, 프랑스인 남편을 만나 결혼식 없는 결혼 생활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루고, 채식을 선택했다 흔들리고. 그녀의 삶의 중심엔 오롯이 그녀의 선택과 그 선택을 존중해주는 환경이 있었다.
아름다운 삶이다. 고되고 벅찬 순간은 있었을지언정.
유년시절의 추억과 사랑받았던 기억으로 작가는 사랑과 행복이 체화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도 아름다운줄 모르고 눈 앞에 행복을 두고도 행복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은데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
기뻐하고 슬퍼하고 웃고 즐기고 모든 감정을 긍정하고 인정하는 모습이 느껴져서 좋았다.
35p
항상 깊은 대화로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순간들은 남의 험담이나 자신의 불행함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사회 문제나 환경 이야기, 문화 이야기, 책 이야기.......험담이나 자신의 불행을 토로하지 않는 대화에도 할 이야기가 엄청나게 많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도 무언가 더 배우고 더 읽고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많구나 하며 각성하게 된다.
36p
남의 눈에 보이는 내가 걱정돼 남들이 해주는 칟찬 하나를 받을 수 없는 얇고 부끄러운 마음. 내가 행복한 걸 보이면 안 된다는 말도 안되는 겸손의 미덕.
난 행복할 권리가 있다.
행복하지 않은 일들보다 행복한 일을 더 많이 생각하며 살려 한다.
그럴 때마다 염치 불구할 수는 없지 않은가.
76P
나의 선택이 조금 더 선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가슴이 시키는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물이 흐르듯 살진 못해도 마음속에 흐르는 물을 따라갈 수 있도록,
그 물들이 차올라 마음속 깊은 곳에 풍요가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282P
부수적인 작은 일들로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이 무엇인지 잊어버릴 때가 종종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이 순간들이 행복인 줄 모르고 무언가 더 바라고 땡깡쟁이가 되는 순간들. 욕심이 앞서는 순간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그런 게 아니라고, 세세한 것을 좇느라 중심을 잃어버리지 말라고. 건강, 가족의 행복 아름다운 사랑을 작은 욕심들로 망각하지 말라고.
#소소하게찬란하게#오지영#몽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