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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 철학으로서의 유학 - 유학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가
나성 지음 / 이학사 / 2016년 11월
평점 :
중국철학의 고유한 성격을 나타내는 다양한 표현들 가운데서도 ‘일원론’이라는 개념은 단연 대표적인 예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출판된 많은 중국철학 연구서들 가운데 중국철학이 지닌 고유한 성격으로서의 일원론의 의미와 구조를, 더 나아가 보편철학으로서의 일원론의 의미를 명확하게 설명해 준 책을 만나보기는 어려웠다. 올해 초겨울에 출간된 책 <<보편철학으로서의 유학>>(나성 지음, 이학사, 2016)은 이러한 나의 오래된 의문을 풀어주기에 충분할 만큼 집요하고 일관되게 이 문제를 천착하고 있으며, 명쾌하고 유려한 문장과 논리로 이 문제를 설명해주고 있다. 저자는 중국철학에 대한 설명에서 사용되어온 다양한 개념적 표현들(예들 들어, “객관적 유심론”, “절대적 유심론”, “일원론적 이원론”, “이원론적 일원론” 등)이 서양학자들(혹은 서양화된 동양인 학자들 자신)이 중국철학의 실체를 파악하려는 시도들에서 표출된 것들로서, 비록 중국철학이 지닌 지성과 체험, 일원과 이원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적 모순을 나타내고자 했지만 그것의 진정한 구조를 파악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이 책 전체를 통해서, 그야말로 인본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철학의 시조에 해당하는 공자의 철학으로부터 송대 신유학의 종합/완성자인 주희에 이르는 유학철학이 지닌 보편적 핵심구조를 밝히려는 야심찬 시도를 감행한다. 저자에 따르면 주희를 정점으로하는 신유학의 근본 성격은 공자의 “형이내학”(저자의 용어법: 서양철학 전통에 고유한 존재론 내지 제일철학을 지칭하는 형이상학이 아니라)을 존재론적으로 변증하려는 도덕 존재론, 형이상학이었고, 장재가 단초를 연 이 도덕적 존재론은 자체에 내재하는 모순적 성격으로 인해 궁극적 실재의 이해, 설명 방식을 둘러싼 논쟁을 유발했으며, 이 논쟁을 이어받아 종합하고, 미결 문제를 해결한 것이 주희이다. 저자는 이 문제를 원전에 산재한 의미들의 맥락화를 통해 추적한다. 독자들은 바로 이러한 주장과 이를 증명하고자하는 철학적 설명들에서 이 저작이 갖는 여러 가치(장점)들 가운데 하나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기존의 동양철학(신유학연구)가 개별 철학자들의 사상에만 집중하면서 큰 틀과 거시적인 흐름에 대한 통찰은 포기한 채, 세부적인 개념들이 갖는 관계에 관한 다소 평면적인 설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저자의 문제의식과 이를 해결하는 방식은 상당히 입체적일뿐만 아니라, 공자에서 주희까지 일관되게 관통하는 “일원론”의 고유한 구조와 논리를 명석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저자가 실제로 수행한 이러한 복원작업을 통해 주요한 유학의 철학개념들의 의미를 맥락 속에서 해석하게 되며, 또한 “궁극적 실재”의 존재 방식에 관한 이해를 둘러싼 중국철학의 보편 철학적 가치를 확인하게 된다. 전공자나 일반독자모두에게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