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야생환경보호론자 존 뮤어가 일찍이 이야기한, "어떤 것이든 그것 하나만 꺼내려 해도 우주의 다른 모든 것이 함께 당겨져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예전에도 이 말을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은유적인 의미에서 상호 연결을 말하는 것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은유로서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지구 전체가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숲과 강과 대양과 도시와 우리가 먹는 음식과 우리 자신, 모두가 말이다.-39쪽
요즘 미국에서는 전형적인 사무직 노동자 한 명이 1년에 종이 1만 장 이상 쓴다.-41쪽
미국에서 잔디는 제1의 관개작물이다. 재배 면적이 옥수수의 세 배나 된다. 잔디 대신 물을 덜 먹고 토양이 물을 더 많이 머금게 할 수 있는 토착 식물을 심는 것만으로도, 미국의 가정들은 물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50쪽
진정한 가치를 계산하기 위해 일각에서는 '총경제적 가치'라는 개념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직접 사용 가치(식수 등)와 간접 사용 가치(강의 수위와 유량 등)뿐 아니라, 유산 가치(미래 세대가 사용할 수 있는 가치), 존재 가치(단지 지구상에 존재함으로써 갖는 가치)와 같은 비사용 가치도 포함된다.-55쪽
정부군이나 반란군 할 것 없이 각종 군대가 콜탄 거래를 장악하기 위해 뛰어들어서는 종종 어린이와 전쟁 포로들에게 일을 시켰고, 매춘과 불법 무기 거래를 야기했으며, 지역 여성들을 잔인하게 강간했다. 유엔은 2005년에만도 45,000건의 강간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당시 영국 의원이었던 오나 킹은 이 상황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유럽과 미국 어린이들이 거실에 앉아 가상의 외계인을 죽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콩고 어린이들은 탄광에 끌려가 죽는다."-71쪽
데버러 브로이티감 교수는 경제가 자연자원에 기반한 국가는 정부가 국민들의 세금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즉 정부와 국민 사이의 계약관계가 약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은 지도자가 국민에 대해 책임감을 갖도록 만들 수 없다. 국민들이 정부에 대해 불평하면, 지도자는 자연자원에서 얻은 돈으로 군대를 동원해 불평을 누를 수 있다. 그리고 초국적기업들이 자신이 파내는 땅의 환경을 오염시키면서 그에 대해 금전적인 책임은 지지 않는 '비용 외부화' 때문에, 이런 지역은 더 황폐해진다.-87쪽
만약 모든 나라가 미국이 현재 서대는 속도로 자원을 사용한다면 우리에게는 지구 5개가 필요하다. (...) '공평한 분배'는 단순히 모두가 자원 사용을 줄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모두가 자원 사용을 줄이ㅈ고 하면, 이는 매우 불공평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세계의 일부 지역은 자원을 덜 써야 하지만, 어떤 지역은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려면 소비를 늘려야 한다. 그리고 양측의 소비수준은 그 사이의 어느 지점에선가 비슷하게 만나야 하고, 그때의 자원 추출 총량은 지구의 환경적 제약을 넘지 않는 수준이어야 한다.-90-91쪽
- (면화의) 세계 생산량은 연간 2,500만 톤이 넘으며, 이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에게 각각 티셔츠 15장씩을 만들어줄 수 있는 양이다.
-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은 이런 식으로 다른 나라의 물을 빨아들여서 없애버리고는, 그 나라 사람들의 물 부족 문제는 알아서 해결하라고 방치한다.
- 면화는 재배지 면적으로는 세계 경작지 중 2.5퍼센트밖에 안 되지만, 세계 화학비료 사용량의 10퍼센트, 살충제 사용량의 25퍼센트를 차지한다. 농업기업들은 매년 26억달러어치의 농약을 면화에 뿌린다. 미국에서 면화 재배농은 수확하는 면화 1킬로그램당 3분의 1킬로그램에 해당하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쓴다.-101-102쪽
직물이 재봉틀에 가기 전 거치는 마지막 단계는(때로는 재봉이 끝난 뒤일 수도 있다) '손질하기 쉽게' 만드는 처리 과정이다. 즉 부드럽고, 구김이 가지 않고, 얼룩이 잘 생기지 않으며, 냄새도 잘 배지 않고, 방염이 되고, 좀이 슬지 않고, 정전기가 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1950년대 이래로 삶을 '간편하게' 해준다고 우리가 열광했던 과학의 역량 중 하나를 여기서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이 찾아낸, 직물을 이렇게나 손질하기 쉽게 해주는 마법의 약은 무엇일까? 바로 포름알데히드다.-104쪽
이 모든 일은 소위 '청정실clean room'에서 이루어지는데, 이곳에서는 막대한 양의 독성 용매를 써서 현미경으로나 보이는 미세먼지도 칩에 내려앉지 않도록 하낟. '청정clean'이라는 말은 제품을 보호한다는 의미이지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실, 청정실 노동자들은 하이테크 산업 노동자들 중에서도 가장 심하게 오염에 노출되는 축에 속한다. -122쪽
노래 수천 곡을 종이성냥만 한 크기에 담는 방법을 알아낸 사람들이 가장 유해한 플라스틱인 PVC를 그들의 경이로운 하이테크에서 없애지 못하고, 포장 쓰레기를 10퍼센트 이상 줄이지 못한단 말인가?-126쪽
이곳은(제련소) 알루미늄 생산 과정에서 가장 더러운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다. 과학자들이 알루미늄을 '에너지의 응결체'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알루미늄 캔 하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캔이 담을 수 있는 용량의 4분의 1만큼 휘발유가 필요하다. 알루미늄 제련에는 지구상의 다른 어떤 금속 가공 공정보다도 에너지가 많이 든다. (...) 푸에르토리코의 운동가 후안 로사리오는, 푸에르토리코가 탄산음료 소비율은 높고 캔 재활용률은 낮은 것을 애석해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이 제품을 수입해서는 쓰레기를 마시고 귀한 자원을 버린다니까요." (...) "이렇게 가치 있고 에너지 집약적인 금속을 단순히 음료수나 담는 데 쓰는 어리석고 불합리한 존재는 없다!"-129-130쪽
펌프 관리인의 티셔츠, 얇은 면으로 된 이부자리, 가로세로 1.5미터에 1.8미터인 작은 설비실 벽 등 모든 곳에 폐수가 튀어 있었다. 또 벽에는 물이 흐른 자국이 짙게 남아 있었는데, 폐수가 흘러넘쳐 무릎 높이까지 올라온 적이 적어도 한 번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이 좁은 설비실에서 귀가 멍멍하도록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펌프기계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내 눈앞에서 그는 펌프기계를 가동시켰는데, 잘 돌아가지 않자 호스 안에 맨손을 넣어 호스를 막고 있던, 유독한 폐수에 절어 있는 찌꺼기를 한 움큼 끄집어냈다. 그러자 펌프는 푸푸 소리를 내더니 돌아가기 시작했다. 기계를 잘 고쳤다고 부듯해하여 그가 웃을 때, 나와 동료들은 문제가 폐수와 오염 문제를 한참 넘어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은 인권 침해이고, 건강에 대한 위협이며, 가난의 비극이고, 분노할 수밖에 없는 불공정함이었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월마트나 타깃의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소비자 중 누구도 상상해보지 않은 광경이었다.-164쪽
민권운동가이자 환경정의운동가인 코라 터커는 이렇게 말했다. "환경운동 단체가 저기 있다, 민권운동단체는 저기 있다, 여성운동 단체는 저기 있다, 또다른 단체는 저기 있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의 관련성을 이해할 수 없다."-166쪽
어떤 산업 공정이 미국의 동네에, 미국 어린이들에게 너무 유독하다면, 그건 어느 동네에도, 어떤 어린이에게도 너무 유독한 것이다. 책임과 정의는 전지구적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생각, 오염을 수출하면 공기, 음식, 제품 등을 통해 다시 우리에게 되돌아온다는 인식에 영향을 받아서, 님비를 넘어 노프(Not On Planet Earth)로 방침을 바꾸는 공동체가 많아지고 있다.-169쪽
전에는 트렌디한 의류매장들이 다섯 개의 패션 시즌을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개의 진짜 시즌과 휴가 시즌. 그런데 오늘날의 유통업체는 많게는 26개의 패션 '시즌'을 제시한다. 각 '시즌'은 2주밖에 안 된다.-213쪽
H&M CEO이자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는, 물건의 선택지가 이렇게 많을 때는 "고객이 물건을 찾아낼 수 있게 해야 할 뿐 아니라, 물건들이 고객을 찾아낼 수도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214쪽
미국에서 구매되는 소비자 가전제품 중 거의 20퍼센트가 월마트에서 판매도니다.-218쪽
H&M의 힘이 속도와 트렌디함과 엄청난 저가에서 나왔다면, 아마존의 힘이 무한한 선택지와 정가보다 낮은 가격에서 나왔다면, 월마트의 힘은 접근성, 상품 범위의 다양성, 저렴한 가격을 합친 데서 나온다. 월마트는 진정으로 거대하다. 월마트에 비교한다면 꽤 맣은 유통업체가 자그마해보일 것이다. 갭, 타깃, 시어스, 코스트코, JC페니, 베스트바이, 스테이플스, 토이저러스, 노드스트롬, 블록버스터, 반스앤노블을 다 합해도 월마트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월마트는 2008년 4,010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세계 수위를 다투는 경제권의 규모와 비슷하다. 오스트리아, 칠레, 이스라엘의 GDP보다 많으며, 중국의 상위 10대 교역 상대에 든다. 영국이나 독일보다 순위가 높다. -218쪽
진정한 해결책의 핵심은 연대감이다. 작가인 바버라 에렌라이히는 연대감에 대해 "서로 만난 적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정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서로의 투쟁을 지원하는 사람들끼리의 사랑"이라고 아름답게 정의했다. -253쪽
2004~2005년, 미국인들은 전체 경제규모 11조 달러 중 3분의 2를 소비재 상품에 쏟아부었다. 고등교육에 쓴 돈(990억 달러)보다 신발, 보석, 시계에 쓴 돈(다 합쳐 1,000억 달러)이 더 많다. -260쪽
심지어 소비 문제에 대해 활동하는 비영리기구와 운동단체들도 근본적인 질문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많은 단체가 우리가 소비하는 제품의 질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 활동한다. 하지만 소비의 '양'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어려운 질문을 꺼내는 사람이나 단체는 거의 없다. "우리가 너무 맣이 소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 1950년대에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미국 경제의 궁극적 목적은 더 많은 소비재를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63쪽
우리의 지역사회 공동체는 예전에 제공하던 기능을 더 이상 제공하지 못한다. 이제 미국인 중 4분의 1이 개인적인 문제를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사회적인 고립을 토로하는 사람이 훨씬 적었던 1985년 이래로 이 수치는 두 배가 되었다.-266쪽
생산성이 이렇듯 크게 증가하면서 산업화된 국가들은 선택의 기로에 직면했다. 예전과 비슷한 양을 생산하면서 일을 훨씬 적게 할 것이냐, 아니면 일을 비슷하게 많이 해서 가능한 한 많은 양을 생산할 것이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정치경제 지도자들은, 경제학자, 기업 임원, 노조 간부들까지도 후자를 선택했다.-276-277쪽
안타깝게도 재정잔에 시달리는 많은 교육이사회가 학교에 광고를 끌어들이고 있다. 그래서 이제 기업 로고를 체육복에서, 교육 포스터에서, 책 표지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수학 교과서에도 제품 배치 간접 광고가 있다. "M&M's 초콜릿 12개 더하기 24개는 몇 개인가?"-292쪽
환경주의 영화 제작자인 주디스 헬팬드는 1995년 시카고에서 600명의 사망자를 낸 혹서피해를 주제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 주디스는 혹서로 숨진 피해자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들이 집 밖에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릴 만한, 혹은 그들의 에어컨이 잘 작동하는지 들여다봐줄 만한 친구나 가족이나 이웃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인의 4분의 3은 이웃이 누군지 모른다. 주디스는 혹서가 또 닥쳤을 때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에어컨 할인 쿠폰을 주는 정책이 아니라 튼튼한 사회적 연결망이 늘 존재할 수 있도록 공동체 활동을 제공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308쪽
작년에 하루종일 계속된 어느 회의에서 나는 옆자리 여성을 돌아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말했다. "빨리 좀 끝났으면 좋겠어요. 굶어죽을 지경이에요." 아이티에서 몇 년을 보낸 그녀는 나를 돌아보더니 부드럽게 상기시켜주었다. "당신은 굶어죽을 지경이 아니에요."-312쪽
'waste'는 동사(낭비하다)지 명사(쓰레기)가 아니에요.-324쪽
아이티 사람들은 오랫동안 미국에 의해 '짓밟혔다dumped on'고 생각해왔으며, 재 쓰레기가 정말로 투기된dumped 것을 바로 그런 태도의 정점으로 여기고 있다고 했다. (...) 이는 단지 환경보건상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의와 존엄성의 문제이기도 했던 것이다. -387쪽
우리의 목적은 "재활용을 더 하자"가 아니라 "쓰레기를 덜 만들자"여야 한다. -394쪽
재활용의 문제로 흔히 지적되는 또 다른 점은 '재활용'이 아니라 사실은 '저활용downcycling'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진정한 재활용은 순환 과정이어야 한다. 즉 빈 병이 병으로 만들어지고 그 빈 병이 다시 만들어지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저활용은 물건이 더 낮은 등급의 물질이나 2차 제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 이를테면, 플라스틱 물병이 카펫 뒷면이 된다. 저활용은 기껏해야 2차제품에 들어가는 천연재료의 양을 줄일 뿐, 원래의 물건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월료를 줄이지는 못한다. 사실은 어떤 제품을 '재활용 가능하다'고 광고하면 1차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서, 아이러니하게도 더 많은 자원을 잡아먹는 경우가 생긴다.-398쪽
불행히도 재활용은 보통 마지막 수단으로 여겨지지 않고, 건전한 시민이 가져야 할 최우선의 환경적 의무로 여겨진다. 사람들은 재활용을 자신이 친환경적 실천을 한다는 첫 번째 징표로 삼는다.-3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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