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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하다 - 이기적이어서 행복한 프랑스 소확행 인문학 관찰 에세이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8월
평점 :
내가 조승연 작가님을 알게 된 건 Jtbc의 비정상회담 덕이다. 작가님은 그 프로그램에 재차 출연할 정도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외국어에 능통할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전하는 능력까지 뛰어났으니 충분히 그럴만하다. 나역시 조승연 작가님을 보며 존경의 마음을 품었다. 외국어에도, 인문학에도 관심이 많은 내가 조승연 작가님을 좋아하게 된 건 필연이었다. 작가님의 책을 찾아 읽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마침 작가님의 신간을 곧바로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무심하고 까칠한 프랑스 사람들
무엇이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가?"
사람들은 무언가가 결핍되었다고 느낄수록 그 무언가를 갈구하게 마련이다. 그러니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화제의 단어가 된 이유를 현재의 한국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행복하지 않아서 행복을 찾는 우리들. <시크:하다>는 작가님이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하던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프랑스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으로, 프랑스 '소확행' 인문학 관찰 에세이를 자처한다. 이 안에는 행복에 관한 프랑스인들의 생각과 삶의 방식이 담겨있다.
#편안함에 관한 새로운 관점
프랑스는 결코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오히려 강대국하면 떠오르는 나라 중 한 곳이다. 그러나 프랑스인은 새것보다는 익숙한 것, 예측 가능한 것을 선호한다. 부모의 옷이나 가구, 집을 물려받아 사용하는 생활이 그들에겐 자연스럽다. 낡은 거울에서 멋을 찾고, 단칸방에 모여 와인을 마시고 기타를 친다. 삶의 질을 향상시켜줄 TGV 개통에 결사반대를 하기도 한다. 그들은 편리함이 곧 편안함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사람은 새롭고 편리한 것을 좋아하면서도 때로는 익숙한 것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스마트폰은 즉각적인 연락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인 동시에 자유의 족쇄가 된다. 쏟아지는 전자기기와 스마트폰 어플은 편리하지만 편안하진 못하다. 예전 제품보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내다버린 세탁기, 자동차 등은 지구를 오염시킨다. 미국의 정신의학과 교수 마크 쉔은 "세상은 점점 편리해지는데 우리는 갈수록 불편해진다"고 했다. 이런 우리는 프랑스인이 편안함을 바라보는 방향을 따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메멘토 모리
나의 죽음은 우주의 질서를 이루는 한 부분이다.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문구다. 평소 삶과 죽음에 대해 사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프랑스인이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프랑스는 라틴 문화권에 속하고, 라틴족은 로마시대부터 죽음을 어둡고 음산한 것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열쇠 같은 것으로 믿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문화에서는 죽음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터부시하지만 프랑스는 그렇지 않다. 그들은 라틴 철학의 중심 논제인 삶과 죽음을 주제로 끊임없이 토론한다. 그러니 그에 대한 고찰의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고찰은 죽음과 늙음, 더불어 삶 자체를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끔 해준다. 우리의 인생은 영원하지 않아 아름답다는 '메멘토 모리'는 파리 전역을 감싸고 있다.
#'먹기 위해 사는' 사람들
세계 3대 미식의 나라 중 하나인 프랑스에서는 요리가 곧 학문이자 종교다. 그들은 미술품을 고르는 안목이나 좋은 와인을 골라내는 후각 등 세련되고 멋진 것을 알아볼 줄 아는 사람을 '미각이 있다'고 평한다. 또한 그들은 입맛 까다로운 사람을 존중하고, 봉주르보다 보나페티('입맛이 돌기를 바랍니다'라는 뜻)라는 인삿말을 중요하게 여긴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주면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다."는 프랑스 요리사 브리야 사바랭의 선언은 이미 유명하다. 프랑스인들에게 미각은 사람의 수준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항목인 것이다.
#'차가운 우정'의 따뜻함
한국인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주 원인은 인간관계가 아닐까 한다. 인맥도 능력이라는 말이 판치는 사회가 바로 한국이다. 때문에 싫어도 좋은 척하며 억지 인연을 이어가곤 한다. 진정한 친구가 없는 것 같다며 허무감을 느낄 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프랑스인의 친구 개념을 받아들여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프랑스인은 재벌이 아니고서야 인맥 스트레스를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인간관계의 구분도 뚜렷하다. 그들에겐 아미와 코펭 두 친구가 있다. 아미는 진정한 친구, 코펭은 그 전 단계 혹은 깊은 공감대가 없는 친구를 의미한다. 이보다 더 먼 거리에 있는 친구 관계도 있다. 프랑스인은 아미, 즉 진정한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내키지 않는 술자리에 가거나 인맥을 관리하려는 노력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럴 시간에 진짜 마음에 맞는 친구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행복하기 때문이다. 이런 프랑스인의 인간관계는 폭이 좁을지언정 스트레스가 훨씬 적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런 태도를 지향했으면 좋겠다.
#성공할 것인가, 즐겁게 살 것인가
프랑스라고 학업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들은 학업을 통한 성공만을 갈망하지는 않는다. 애초에 성공의 기준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어느 대학을 나와서 어떤 기업에서 일하는지는 그다지 중요한 성공의 기준이 아니다. 우리나라나 미국에선 "저 사람은 뭘 하는 분이지?"라고 물으면 대부분 그의 직업을 말하지만 프랑스는 이렇게 대답한다고 한다.
"변호사로 일해서 번 돈으로 여행 블로그를 하지."
"슈퍼마켓 장사로 돈 벌어서 음악도 배우고 공연도 다니지."
프랑스인은 직장에서 인정받는 것을 행복으로 보지 않는다. 일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어야 한다는 실리콘 밸리의 구호는 프랑스에선 비웃음만 살 것이다. 언젠가 프랑스 기업에서 일하게 된 한국인이 야근을 자처하자, 그 기업 사람들이 '우리의 권리를 뺏으려 하지 마라'며 야근을 하지 못하게 나무랐다는 일화를 본 적도 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사회 변화가 빨랐던 프랑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온 프랑스. 자유와 평등, 박애의 나라 프랑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은 어떤 목표의 성취보다는 순간의 즐거움에 진정한 행복이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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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지내는 동안 그들의 철학과 가치관을 배운 것을 보며 작가님은 언어 이해력만 좋은 게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능력도 탁월하다고 느꼈다. 하나의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나라를 이해하는 것이고, 그 나라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이 책은 프랑스 사람들이 옳고 우리는 그르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나와 다른 사고 방식, 생활상이 있음을 알려주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삶에 대한 새로운 실마리를 찾게 해준다. 세상에는 많은 나라와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게는 각자 장단점이 존재한다. 우리의 단점은 버리고 상대의 장점을 배워야 발전이 있다.
시크해서 행복한 프랑스 사람들. 나도 조금은 프랑스인처럼 살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