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근세의 쇄국이라는 외교 - 일본의 '쇄국'은 '쇄국'이 아니었다
로널드 토비 지음, 허은주 옮김 / 창해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에도 막부 시기의 대외 관계를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단어가 바로 '쇄국'이다. 말 그대로 '나라를 닫는다'는 의미로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서로 통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쇄국'의 근거로는 그리스도교 탄압과 더불어 점차 서양 국가와의 관계를 줄여나가다가 결국 네덜란드 상인만 데지마라는 작은 공간에 가둬놓고 최소한의 무역만 허용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쇄국'의 근거가 서양 국가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70년대 이후로 일본에서는 歸亞論(귀아론)이 등장하면서 동아시아 속에서 일본을 분석하기 시작합니다. 이후로 연구가 진척되면서 '쇄국' 시기에도 동아시아와 무역이 활발히 이루어진 사실이 밝혀지면서 '쇄국'에 대한 회의가 강해지기 시작합니다. 로널드 토비의 '일본 근세의 쇄국이라는 외교'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널드 토비는 기존의 '쇄국론'을 탈피하기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서술합니다. 1~3장을 걸쳐서는 막부 차원에서 바라보고 4~6장에 걸쳐서는 민간에서는 외국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는가에 대한 겁니다.

 1장에서는 조선통신사를 통해서 조일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두 번이나 전쟁을 일으킨 일본과의 조선이 관계를 개선할 때까지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에도 막부는 일본인들이 조선 통신사과  '조공 사절'로 인식하도록 각종 장치를 설치해 막부의 위신을 높이는데 이용했다는 내용입니다.

 2장에서는 '쇄국'이라는 용어가 왜 형성되었는가에 대해서 서술되어 있습니다. '쇄국'이라는 것이 사실상 후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그 실상이 무엇인가 보여줍니다. 막부가 주안점을 둔 것은 '쇄국'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금지와 포르투칼인 추방이었고 외국에서 일본에 접근할 때에 '쇄국'을 이유로 거절하지 않고 막부가 주체적으로 선택하였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3장에서는 일본과 동아시아와의 교역이 얼마나 활발했는지 보여주며 동시에 대외 정보에 대해서도 노력하였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명청 시기의 혼란에 대해 일본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으며 특히 도쿠가와 이에미쓰는 원군을 파견하려고 구상까지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후 중국의 상황에 따라 일본이 편 다양한 정책들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실제로 대외무역이 줄어든 것은 '쇄국정책'이 아니라 계속된 무역적자로 인해 실시된 국산화의 노력이 19세기에 빛을 바란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4장에서 6장까지는 민간에서 어떻게 외국을 묘사하고 생각하였는지 다양한 그림이나 문학 작품을 통해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에도 시기 민간에서 외국에 대해 우호적인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지만 동시에 그 속에서 그들과 다른 '일본인'을 의식하였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특히 '외국에까지 보이는 후지산'이라는 이미지가 일본을 특수하게 만들었고 동시에 정한론을 정당화하는 하나의 기재로 변하였다는 것도 재밌는 내용이었습니다.

 다양한 자료를 통해 설명하는 작가의 설명이 상당히 돋보이는 책이었습니다. 메이지 이후의 '정한론'과 상반되는 통신사의 이미지를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 어려움이 많았는데 통신사를 조공사절단으로 둔갑시켰다는 사실을 통해 '연속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거기에 자세한 용어설명과 각주 생략으로 대중들도 크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정작 한국 대중들은 이런 책 어차피 잘 안 읽는다는 것이 함정). 그림이나 문학이 나온다고해서 자질구레한 내용이 많을 것 같기도 하지만 작가의 분석력과 통찰력이 깊이가 있어 놀랍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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