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파괴
김민수 지음 / 달꽃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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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같은 여행서...그리고 거짓말

이번 2020년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최악의 한해로 기억될것 같다. 특히나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마음먹은데로 떠날수 없다는 답답함에 더욱더 2020년이 최악으로 기억될 것이다.

평소에도 여행서를 좋아하는 나는 여행에 대한 갈증을 여행서로 풀곤 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일상의 파괴라는 여행서를 집어들었다. '울고/웃고/춤추며 사랑하리 쿠바처럼'이라는 부제를 보았을때 내 가슴은 갑자기 설레기 시작했다. 쿠바라는 미지의 세계가 몹시도 궁금해지면서 어서 빨리 이 책을 읽어보고 싶고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첫장을 넘기자 '에세이와 소설,그 어딘가에 멈춰선'이라는 제목의 프롤로그가 내 눈을 사로 잡았다. 에세이와 소설,그 어딘가에 멈춰서있다? 짧은 프롤로그를 다 읽어내려갔지만 책을 읽기전에 읽는 프롤로그라 그 어떤 것도 명확하게 가슴으로 와 닿지 않았다. 다 읽고 나면 알겠지...하는 마음으로 서둘러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이 책은 저자의 아내,서연의 죽음과 함께 하는 쿠바 여행서다. 대학을 함께 다니고 여사친,남사친으로 서로 티격태격하던 그들이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게 되지만 결국 아내 서연의 죽음으로 그 결혼 생활은 종지부를 찍게 된다. 35세라는 너무도 젊은 나이에 병으로 죽게 되는 서연...

저자는 아내가 죽은 후 칩거 생활을 하게 되지만 결국 그 아내를 잊기 위해,혹은 그녀와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그녀와 지난 날 함께 했던 쿠바에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녀와 함께 했던 쿠바의 그 장소들을 다시 되찾아가며 그때의 추억을 다시 떠올리는 저자... 그때 만났던 그곳의 사람들을 다시 만나면서 그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혹은 혼자 살아가야할 미래에 힘을 얻는다. 그 과정이 뭉클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한편의 잔잔한 영화같기도 해서 참 괜찮은 책이구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더 책 제목을 음미하고 기억하려 했다.

그러나! 이 모든게 거짓말이라니! 이 모든게 그저 허구로 쓰여진 소설같이 쓰여진 에세이라니!  솔직히 이 책을 다 읽을 때까지도 나는 이 책의 내용을 100%다 믿었다. 그러나 모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읽은 이 책의 소개란에서 내가 그렇게나 안타까워하던 아내 서연이 사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 순간 너무도 강한 배신감이 느껴졌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얼마나 많이 안타까워하고 가슴 아파했는데... 그러면서 또 얼마나 울었는데 그 모든게 허구라니 진짜 어이가 없었다.

서연이라는 인물이 허구적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나는 혹시라도 내가 놓친 부분이 있어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나 하는 마음에 책을 다시 한번 더 훑어보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의아함을 가지고 읽었던  '에세이와 소설,그 어딘가에 멈춰선'이라는 아리송한 프롤로그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찾을수 없었다.

사실 이 책은 아내,서연이 허구의 인물이라는 점,그래서 서연이와의 추억으로 대부분의 글이 진행된다는 점만 제외하면 꽤 훌륭한 책이다. 짧은 문장에 여운도 있고 글을 써내려가는 구성 자체도 독특하면서 안정적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전반에 걸쳐 배신감이 느껴지는건 왜일까?

차라리 프롤로그에 '이 책에 나오는 아내 서연이는 허구의 인물이니 절대 안타까워하거나 슬퍼하거나 눈물을 흘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라고 노골적으로 설명을 해줬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랬더라면 이렇게 강한 배신감은 느껴지지 않았을텐데...적어도 서연이 실제 인물이라고 착각한 독자는 나뿐만이 아니고 여럿일텐데 참 안타깝다.

코로나로인해 여행서에 대한 목마름이 강한 나로서는 이 책이 아닌 다른 여행서를 찾아봐야할 듯하다.

지금으로선 그 갈증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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